개발 걸림돌 1위 ‘실패 시 비용 보전 대책 없어’ 2위 ‘개발 비용 부족’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내년 상반기’, 백신은 ‘내후년 이후’ 전망

한국에서 코로나19 신약을 개발할 수 없을 거라는 응답이 60%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인드
한국에서 코로나19 신약을 개발할 수 없을 거라는 응답이 60%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인드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국내 제약업계 종사자의 6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약을 한국에서 개발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개발할 수 있을 거라는 비율은 4명 중 1명꼴이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국내 제약업계 재직자 8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혹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란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25.3%, ‘아니다’는 60.3%, ‘잘 모르겠다’는 14.4%를 차지했다.

설문에 참여한 제약업계 재직자 중 연구개발(R&D) 직군 재직자들의 응답만을 추린 결과 ‘한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혹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응답은 36.7%로, 제약업계 전체 평균 25.3%보다 10%p 이상 높았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혹은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응답한 직장인 가운데 ‘한국에서 코로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회사는 셀트리온(74.3%)으로, 타 제약사 대비 압도적인 긍정 응답률을 기록했다.

셀트리온 외에 국내 신약 개발 가능성에 대한 재직자들의 긍정 응답률이 높았던 회사는 ▲부광약품(55.6%) ▲동화약품(50.0%) ▲일양약품(37.5%) ▲대웅제약(36.7%) 순이었다.

이들은 모두 최근 임상 2-3상 시험에 진입했거나 동물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회사들이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재직자 평가에서는 그 편차가 다소 크게 드러났다.

정부가 올해 치료제 출시와 내년 하반기 백신 확보를 목표로 신약 개발에 1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제약업계 재직자들은 치료제 개발 시점은 내년 상반기, 백신 개발 시점은 내후년 이후를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예상 시점을 묻자 ‘내년 상반기(31.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내후년 이후(28.4%)’를 전망하는 재직자들 역시 근소한 차로 많았다. 백신 개발 예상시점에 대한 응답으로는 ‘내후년 이후(33.1%)’가 가장 많았다. ‘내년 상반기(27.0%)’, ‘내년 하반기(24.2%)’라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 개발 걸림돌은 역시나 비용

한편 한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을 개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았던 응답은 ‘해외에서 치료제를 개발할 것 같아서’와 ‘개발 비용 손실 시 보전 대책이 없음’이 전체 응답의 48%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개발에 발목을 잡는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다음으로 ‘개발 비용 혹은 인프라 부족(28.5%)’, '임상시험 등 관련 절차 및 규제가 엄격함(14.9%)’, ‘신약을 개발해도 공급 물량 보장이 안 됨(2.7%)’ 순이었다.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과 아닌 기업 재직자들 간 응답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신약을 개발 중인 회사 재직자인 경우 ‘임상시험 등 관련 절차 및 규제가 엄격함’을 선택한 비율이 18.4%로, 신약을 개발 중이지 않은 회사 재직자 비율 8.7%에 대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편 제약사 중심의 코로나19 신약 개발 성과에 발표에 대한 비판적 입장 견지가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도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 재직자는 “많은 제약사들이 기존에 출시한 약이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임상 1-2상을 건너뛰고 3상에 바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 성과를 부풀려 주가를 뻥튀기 하려는 목적인데, 막상 시험 결과를 받아보면 약효가 거의 없을 것”이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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