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에서 사업소에 전기화재 핵심성과지표 관리하라는 공문 보내
A씨 “화재업무 담당하자 관할 소방서에 연락해 다른 화재로 돌려달라고 하는 게 관행”
공사 “회사에서는 그런 지시 내리지 않아…적발될 경우 시정조치”

본지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①한국전기안전공사 전현직 직원들, 회사 의혹 대거 폭로 “대국민 사기극” ②한국전기안전공사, 신입직원들에 차량 구매 강요 논란…공사 “사실관계 확인 중” ③한국전기안전공사, 회식비를 직원들 월급에서?…2차 공제가 뭐길래 ④한국전기안전공사, 전동 드라이버·피복 등 점검장비 늦장 지급 논란 해당 기사는 시사포커스TV에서 영상으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일부 사업소에서 전기화재 감축을 위해 소방서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제기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일부 사업소에서 전기화재 감축을 위해 소방서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제기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조성완)의 일부 사업소에서 전기화재 감축을 위해 관할 소방서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주장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직원 A씨는 “회사에서 소방서만 담당하는 비용과 인원을 따로 책정해 접대하면서 전기화재를 다른 화재로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화재분류 중 전기화재가 아닌 것이 포함돼있으니 소방서에 가서 이를 확인하고 화재건수를 줄이라는 지시를 받는다”고 밝혔다.

A씨는 “문제는 이를 담당하는 직원 대부분이 화재 조사권은커녕 전문성도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해당 직원이 관할 소방서에 가서 전기화재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소방서 입장에서는 들어줄 리가 없고, 결국 소방서에 물품이나 음식을 사가는 등 접대 아닌 접대를 통해 유착관계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특정 지사만 그러는 게 아니라 여러 사업소에 이런 문화가 형성돼있다”며 “청렴을 모토로 내세운 공공기관에서 보이고 있는 행태라고는 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 돈은 직원들이 공제해서 모은 상조회비에서 차출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지역본부에서 각 사업소로 발송한 공문을 지적했다. 전기화재 핵심성과지표(KPI) 세부항목별 실적이 다소 저조하니 각 사업소장들은 실적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공문에는 각 지사들의 전기화재, 인명피해, 전기설비 화재, 사고조사 등 전기화재 발생 세부현황이 있었고, ▲전기화재 감소 노력도 ▲전기화재 인명피해율 감소 노력도 ▲전기설비화재 감소 노력도 등을 성과지표로 계산한 후 ‘연간목표 대비 일부 지표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포함돼있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한 지역본부가 각 사업소에 보낸 전기화재?KPI 관련 공문. 실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시사포커스DB
한국전기안전공사 한 지역본부가 각 사업소에 보낸 전기화재 KPI 관련 공문. 실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시사포커스DB

B씨는 “이러한 공문으로 실적 압박이 들어오니 화재업무 담당자가 관할 소방서에 전화 또는 직접 방문해 다른 화재로 돌려달라고 하는 게 관행”이라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화재에 목표건수가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는 전문지식을 가진 팀장급 이상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소에서 주임이나 대리가 담당한다”며 “드물지만 과장이 담당하는 사업소도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소방서 관계자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일선에서 화재조사 업무를 오래 담당했던 한 소방서 관계자는 “보통 전기안전공사 측에서 ‘(화재 원인이) 전기가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들어온다”며 “공사 실적과 연결돼있기 때문에 그런 얘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화재 원인이 민사 소송하고도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탁이나 청탁 등으로 화재 원인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런 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소방관이 업무상 조치를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담당 소방관이 부탁을 받고 화재 원인을 바꿨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길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만약 그런(소방서에 청탁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거나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실태조사를 진행해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만약 그런 경우가 적발될 경우 시정조치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기화재 KPI 관련 공문이 담당 직원들에게 압박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기화재 감축은) 공사의 많은 평가요소 중 하나일 뿐, 압박을 하기 위해 보낸 것이 아니다”라며 “(전기화재를 줄이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업소의 경우 인원이 적기 때문에 주임이나 대리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방청이 발간한 2018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2018년에 발생한 화재 총 4만2338건 중 부주의가 2만352건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했고, 전기적 요인이 1만470건(24.73%)으로 뒤를 이었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사고는 2010년 1만827건에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였다가 2014년 1만건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 증가하면서 2018년에 다시 1만건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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