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 원 사전동의 없이 차입…공문 11회에도 공식 답변 없어
인수확정 전 재무제표·지원책 등 원점에서 재검토 필요 요청

'공'은 채권단으로...대출?만기 연장, 영구채? 출자 전환 협상 재료로 거론돼?

"채권단, 금융논리만 들이밀면 국책은행 정체성 버리는 꼴 될 수도"

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가 있다'고 밝히고 원점에서 재협상을 요청했다. ⓒ시사포커스 DB
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가 있다'고 밝히고 원점에서 재협상을 요청했다.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내용증명을 통한 채근에 대한 답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제 산은이 고민해야 될 차례가 됐다.

9일 항공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은 입장문을 통해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 등 한국산업은행 및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되고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현산입장에서는 작년 SPA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2조8000억 원의 부채가 추가됐고 1조7000억 원의 추가 차입이 이뤄지면서 4조5000억 원의 부채가 증가했고 2019년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한 점, 자본총계 또한 2019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 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가속화 된 점 등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 4월 21일 아시아나항공이 현산 컨소시엄(미래에셋대우 포함)에 긴급자금 1조7000억 원 추가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변경, 임시주주총회 계획 등을 통보했지만 사전 동의 없이 다음날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한 점과 같은달 24일 부실계열사에 1400억 원 지원 통보에 대해 수차례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현산은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현재 재무상태 및 전망, 기준재무제표상 재무상태와 계약 체결 이후의 재무상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차입금의 사용 용도, 차입 조건, 상환 계획,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영구전환사채의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 중요한 자료의 제공을 포함하는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하였으나,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오히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의 차입 및 부실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들어냈다.

현산은 인수 확정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계약 기준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작성되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의 확인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마련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구조에 변동이 있는 경우에 대한 충분한 대책 마련 등 인수 계약 관련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합리적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산은 산업은행에 "서면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등 혼선은 최대한 막고 논란의 여지는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향후에도 논의가 진행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산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산은이 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인수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계약연장 불가능'이라는 초강수에 답했기 때문이다. 현산이 입장문 서두에서 인수의지가 있다는 것을 우선 확인하면서 계약연장에는 양측이 동의한 꼴이 됐고 채권단은 협상테이블에 올라설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산은 매각 과정에서 일어난 채권단 지원 등이 현산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고 계약 당시와 현저히 달라진 상황을 조목조목 밝히면서 나서면서 채권단과 향후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재협상 과정은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

금융업계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재료로 채권단 대출의 만기 연장,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문제 등이 우선 거론 되고 있다. 현산이 추가차입금 산정 근거 등을 지적했고 아울러 영구채 출자 전환시 산은 비중이 늘어나면서 현산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채권단으로선 매각이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해선 안된다. 코로나19 사태로 HDC현산을 제외한 다른 원매자를 찾기 어렵고 매각 무산은 산은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재협상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현산은 2500억 원을 베팅했고 산은은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만큼 서로 물러서지 않는 한 판 승부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둘의 차이는 현산 등은 사기업이고 채권단은 국책은행이라는 점이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불황이 지속 되고 있는 항공업계의 산업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산은 등 채권단이 금융논리만 앞세워 ‘현산이 안되면 분리매각’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국책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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