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기업이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등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을 투입한다고 공표했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10일부터 23일까지 1234개 중소기업(제조업 587개, 비제조업 647개)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업종별 피해실태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76.2%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섬유제품업, 비제조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로 ▲중소기업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67.6%) ▲고용유지원금 상향지원 확대(51.8%) ▲금융기관에 대한 면책방안을 마련해 과감한 대출유도(41.9%) ▲특별고용지원업종 확대(22.5%) 등을 꼽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50조원 규모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민생금융안정 대책을 마련했고, 이후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를 100조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지난달 29일까지 집계한 금융권 전체의 코로나19 관련 대출·보증 지원 실적은 142만9000건, 117조3000억원이다. 이중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14조2000억원, 회사채·단기자금시장 안정화에도 7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금융지원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29조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면 담보를 요구하고, 담보를 내놔도 기존 대출이 있으면 추가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대출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선 정부 발표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들에 6개월간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은행 지점들에서는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소규모·영세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해 법인 대표가 모든 회사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 비해 금융 정책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적고, 은행에서 이를 알려주지 않으면 사실상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471조3620억원으로, 4월 말보다 7조4329억원 늘었다. 있는 2015년 9월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증가액이다. 여기에 1분기말 기준 은행 총자본비율(BIS)은 14.72%로 작년 말보다 0.54%p 하락하는 등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준 금액이 부실 대출이 되면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칼을 빼든 것처럼, 중소기업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안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업구호 긴급자금의 대출 한도를 늘리고 조건도 완화해야 한다. 우리 기업을 지켜내기 위한 특단의 선제 조치라고 강조한 만큼, 정부는 책임지고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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