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2500억 원 포기가 피해 최소화? 인수가격 재협상 원하나

현산 결정 따라 산은 다양한 아시아나항공에 다양한 플랜 적용 가능
산은, 기안기금 지원 규모 시기 결정 필요…매각 불발시 분리매각 가능성도

“항공업계 재편, 자금여력만 있으면 아무나 항공업 진출 시대”

ⓒ시사포커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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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발 내용증명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양한 시나리오와 의중 분석을 내놓고 있다.

8일 항공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하 현산. 현산-미래에셋 대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밝히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격이나 거취가 이달 말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회사간 주식매매계약(SPA) 거래종결일은 6월 27일까지고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채권단 입장에서는 반응이 없는 현산에게 입장을 확실히 해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양 측의 합의에 따라 SPA는 6개월 더 연장이 가능하다.

■우물쭈물하는 현산…“이제라도 제 값주고...”, 인수가격 재협상 원하나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지난 4월말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무기한 연기했다. 공식적인 이유로 해외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나지 않아서라고 공표 됐다.

업계에서는 현산의 무기한 연기결정을 두고 인수 포기냐 가격 재협상 사전절차를 두고 무수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인수의지가 강해 인수포기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현산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이 더 악화 됐고 회복시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느니 계약금 2500억 원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흘러나온바 있다.

또 현산은 채권단의 물밑접촉에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경쟁에서 우선 승리하기 위해 너무 높은 금액으로 베팅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항공업황이 불안해지면서 이제라도 제값을 주고 사려고 가격협상을 다시 하기 위한 사전절차라는 분석도 있다.

■바빠진 아시아나항공 채권단…플랜B, C, D 만지작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아 플랜B 가동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금융업계 등에서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입장에서는 매각을 하거나 법정관리 체제를 가동하는 결정을 위해 현산의 빠른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규모나 지원시기 등의 결정도 현산 인수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지원대상인 것은 기정사실화 돼있으나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없다. M&A중이기 때문에 기안기금 지원 논의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금 지원으로 인해 협상주체 문제 등이 생기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만약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의사를 밝히면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 우선지원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영구채인수와 대출 등의 방식으로 1조7000억 원을 지원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조5000억 원 가량의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까지 지원된 규모로 역부족이다. 기업회생을 위해서는 기안기금 2조 원 이상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기안기금 지원원칙에 따라 정부가 4000억 원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된다. 지난 4월 산업은행은 5000억 원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면 해당 지분율을 약 30%로 산정 한 바 있다.

이러다보니 기안기금 투입 후 법정관리 체제로의 돌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일본항공의 기업회생절차를 집중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항공의 기업회생절차 과정이 채권단 차원의 워크아웃 형태의 구조조정 작업이었던 만큼 아시아나항공도 일종의 워크아웃 형태의 법정관리 진행 시나리오가 힘을 받는다. 우선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도를 막고 반 공기업화 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는 것.

또 다른 방법으로는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작업이 길어지면 경영정상화로 가는 길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현산의 인수 포기시 분리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입장에서는 한번에 매각 하게 되면 항공관련 시너지, 매각 신속성, 매각가격 극대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매각 가격이 높기 때문에 입찰자가 제한적이고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 업종에서 항공업의 인수에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해 장점이 쉽게 작용하지 못한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분리매각 되면 항공업계 재편에 불씨를 당기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땅콩회항으로부터 시작된 항공업계의 불안이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진입 장벽이 높았던 항공업에 건설, 소비재유통 등의 기업이 진입을 시도하는 상황으로 자금여력만 충분하다면 아무나 할 수 있게 된 점이 향후 항공업의 건전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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