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본회의 일방 진행 반대…이후 문제는 與 책임”…與 “공은 통합당으로 넘어가”

미래통합당 의원들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을 선출한 5일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의원들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을 선출한 5일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개원하겠다’고 예고했던 대로 법정시한인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20대 국회와는 달라지겠다던 약속이 무색하게 이번에도 시작부터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결국 제1야당이 집단 퇴장한 채 의장단 표결이 진행된 ‘반쪽짜리’ 개원이 되어버려 앞으로도 국회 일정을 이유로 여당이 일방통행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 ‘국회법’ 내세워 머릿수로 밀어붙인 與…野 퇴장에 결국 ‘단독 개원’ 돼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민주당과 통합당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5일 열린 21대 국회 첫 본회의는 통합당 의원들의 항의성 퇴장 속에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여야 합의 없는 단독 개원이란 불명예로 기록됐다.

앞서 여당에선 국회법 제5조 3항의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며 이를 근거로 5일 개원을 강조한 반면 제1야당인 통합당에선 53년 전인 1967년에 한 차례 단독 개원 사례가 있었을 뿐 이 규정은 강제가 아니라 훈시규정이라고 주장해왔는데, 통합당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훈시규정, 강행규정 관계없이 임시회 소집 요구눈 헌법조항 근거로 한 것”이라며 5일 오전에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다.

이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와 “본회의 열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고,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은 의장이 없다. 여야의 의사일정 합의 없이 열린 오늘 본회의는 적합하지 않고 의정사상 유례없는 일”이리고 여당을 비판한 뒤 자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는데,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장단 역시 국회의장과 여당 몫 부의장만 선출됐을 뿐 통합당 정진석 의원이 내정된 야당 몫 국회 부의장은 표결 절차도 밟지 못했다.

비록 이 같은 ‘반쪽짜리’ 개원임에도 민주당에선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법정시한 내 개원했다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는데, 정작 지난 1996년 15대 국회 당시엔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현재의 민주당)가 지금과 반대로 국회법에 명시된 개원 관련 규정을 ‘훈시규정’이라고 먼저 주장했던 바 있어 결국 이번 국회에선 자당이 원내 다수를 차지하게 되자 법정시한을 명분 삼아 사실상 일방 독주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정시한 이후에도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음에도 통합당과 합의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그러면서도 상임위원장 선출도 법정시한에 맞춰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선 “원칙대로 하겠다”고 강행 의사를 밝혔고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8일날 모든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 8일에 맞추고 그 이후에도 협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野, 여당 막을 방도 없어 ‘속앓이’…통합당 마지노선은 ‘법사위’

주호영 원내대표의 항의성 의사진행발언이 끝나자마자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의 항의성 의사진행발언이 끝나자마자 5일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통합당에선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일단 협상해보고 정히 안 되면 일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비쳐지는데다 103석에 불과한 통합당으로선 177석을 차지한 거대여당의 양보를 얻어낼 만한 협상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총선 패배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만큼 과거와 같은 강경투쟁 기조로 맞서다간 자칫 여당에서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역공을 가할 수 있어 진퇴양난인 상황인데, 이 같은 고민을 보여주듯 통합당에선 개원일에 본회의 퇴장 결정을 내린 데 대해 5일 오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란 제목의 대변인 논평을 낼 정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통합당은 김은혜 대변인 논평에서 “국민이 민주당을 1당으로 만들어준 의미는 야당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견제 받지 않는 정권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보아왔는데 그들은 그 길로 들어서려 하는 것 같다”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반쪽 개원’ 책임을 여당에 돌렸고,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의회 발전에 대단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의회는 여야가 공존해야 정상 활동할 수 있는데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회 운영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김태년 원내대표가 ‘일하는 국회’를 명목으로 “이제 원 구성 협상의 공은 통합당에 넘어갔다”고 통합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겠다”고 재차 일방통행 가능성도 열어뒀는데, 급기야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국회법이 정한 절차가 있어 법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내놔 통합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결국 본회의에서 선출된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의 주재로 5일 오후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나온 주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자당이 맡고 있던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위원장직은 양보할 수 없단 뜻을 피력하면서 “저희는 개원협상에서 많은 것을 요구하진 않는다. 이전에는 여러 조건을 붙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 없이 최소한의 입장을 말씀드렸고 선택은 민주당에 달려 있다”고 민주당에 제시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원 구성 협상이 법정시한 내에 마무리돼야 한다는 원칙론만 고수했다.

앞서 통합당에선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관행에 따라 ‘민주당 11 : 통합당 7’로 나눠야 하며 법사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직도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첫 단추인 법사위 관련 협상부터 지지부진해지면서 장차 민주당이 표결로 상임위원장 18석을 모두 독식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니 법사위, 예결위만은 지키겠다고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인데, 그래선지 민주당에선 ‘체계·자구 심사권’을 국회의장 산하의 별도 기구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법사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일 이렇게 되면 통합당으로선 ‘껍데기’ 뿐인 법사위원장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어져 버리게 되는데, 또 다른 핵심 상임위인 예결위의 경우도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겠단 취지의 추경안 처리 등을 지연시켰다간 ‘발목잡기’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어 어느 쪽으로든 여당에 맞대응할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 기울어진 ‘여대야소’, 견제役은 野 아닌 국회의장 손에?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 홀로 원내 3/5 가까이 차지하는 여대야소 구도로 인해 통합당 외에 다른 야당들의 협상력이나 존재감도 떨어져 사실상 야권의 당정 견제 역할은 어려워진 상황인데, 177석의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당 등이 함께 움직이면 쟁점 법안조차 단독 패스트트랙 처리가 가능해지다 보니 급기야 범여권으로 비쳐졌던 정의당에서마저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됐다.

비록 지난 2일 첫 본회의를 5일에 여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엔 동참했으나 5일 본회의에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통합당이 본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하고 정의당도 참석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통합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정의당 역시 입장을 번복하게 됐지만 점점 존재감이 약해지는 데 따른 우려 때문인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군소정당 의사는 무시됐는데, 나머지 정당들도 교섭단체 안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렇듯 여당 스스로 양보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 별 다른 방도가 없어진 야권에선 급기야 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에게까지 기대를 걸기 시작했는데, 장제원 통합당 의원이 개원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페이스북에 “박병석 의원의 합리적 성품을 믿고 국회 개원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주 원내대표조차 5일 박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 의장은) 의회민주주의 신봉자이고 어려울 때마다 중재 조정으로 문제 해결한 경험이 많은 분이기 때문에 개원 협상 과정에서도 역할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박 의장은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 부의장 선출 당시엔 87년 민주화 이후 최다득표율인 98%를 득표한 바 있는데다 5일 취임사에서도 스스로를 일컬어 “의회주의자이자 소통을 으뜸으로 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며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야당 정책위의장임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요청한 1000억 달러의 정부 지급 보증안 국회 동의를 주도했었던 점을 거론하고 “당의 입장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신념”이라고 덧붙여 문희상 전 의장 때와 달리 협치 국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박 의장은 당선되자마자 이날 오후 양당 원내대표와 만나 원 구성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으라고 요청했는데, “소통을 통해 합의의 길이 있을 것”이라며 “긴박한 국내사정을 감안해 두 분 원내대표가 자신의 입장에서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빠른 시일 내 결단을 못 내리면 의장이 결정하겠다”고 양측을 압박했는데, 일단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비서관은 오는 7일 오후 5시에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뿐 아니라 원내수석부대표들까지 참여하는 원 구성 협상 회동을 의장실에서 재차 갖기로 합의하고 필요 시 의장이 비공식적으로 양당 원내대표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해 과연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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