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안 되는 쿠데타...기간당원 힘 빼기 전모

열린우리당이 지난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로 불거졌던 의원과 당원간의 힘겨루기가 당헌.당규 개정 논란을 계기로 `2라운드'에 접어들 조짐이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당헌.당규 개정의 핵심 쟁점인 `기간당원 자격'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기존 기간당원들이 `개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당헌에서 기간당원은 최근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고 중앙당와 시도당이 인정하는 당 활동에 1회 이상 참여하는 자로 자격요건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다만 기간당원은 `일반당원'과 구분돼 당직선거권과 공직후보자 선거권을 행사하는 등 의무만큼이나 막강한 권리를 행사한다. 사단은 최근 기간당원의 당비 납부 방식을 월납에서 연납으로, 당이 인정하는 활동을 소정의 교육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일어났다. 그러자 `전북지역평당원협의회 준비위원회'가 지난 18일 `기간당원 제도를 훼손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배격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것을 비롯해 신기남 의장 등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이 당 게시판이 잇따라 게재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전북평당원협의회는 ▲기간당원의 자격요건 완화 시도 배격 ▲현재 기간당원 규정 강화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의 당원 요구 반영 등 3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ID `hjs0842'는 "주먹구구식으로 옛 정당들의 행태를 답습하여 밀고 나간다면 당원의 한사람으로 묵인하지 않겠다"고 신 의장을 압박했다. 민주당 출신 VS 개혁당 출신 힘겨루기 이에 대해 한 현역 의원은 "당원 중심인 과거 개혁당이나 민노당식의 전위 정당을 하느냐, 아니면 민의를 폭넓게 대변하는 대중 정당을 하느냐에 관념의 차이가 있다"며 "기간당원이 당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시스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기간당원 자격을 둘러싼 갈등이 내년 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민주당과 개혁당 출신 등 계파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의원은 "기간당원에게 지금처럼 막강한 권리를 부여한다면 특정 계파가 당의장부터 대통령 후보까지 싹쓸이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신 의장은 지난 23일부터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한 달간 전국 당원 간담회 투어를 벌일 예정이어서 당원들과의 이견이 어떤 방식으로 조율될 지 주목된다. 신 의장은 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당의 정당개혁 프로젝트를 이번 주부터 시작한다"며 "당원동지들을 직접 만나 여러분의 생생한 의사도 수렴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무처장 공백 지속되는 이유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열린우리당은 사무처장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9일 남궁석 처장이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된 뒤로 보름 가까이 공백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신 의장은 당의 결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정치적 역량과 명망을 갖춘 의원들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후보자들이 한사코 고사하고 있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후보군에는 3선의 배기선 의원을 비롯, 재선의 원혜영 박병석 의원,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의 문학진 의원 등이 올라 있지만 당사자들은 "적임자가 아니다"며 손 사레를 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권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집권당 사무총장 자리가 이처럼 매력을 잃은 것은 실무형으로 격이 다소 떨어진 데다 의원들 사이에 "일은 많고 욕만 먹는 자리"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사무총장직을 맡았던 이상수 이재정 전 의원의 현주소도 우리당 특유의 개인주의 성향과 맞물려 인선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참여정부 탄생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구태 정치인'으로 돼버린 현실에서 누가 돈 만지는 일을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당 노조가 인선 걸림돌 사정이 이렇자 당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시 사무처장을 사무총장으로 재승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으나 중앙당 슬림화 등 정당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아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복잡한 당사정도 사무처장 공백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 1인 보스 체제 때와 달리 중앙위원회가 당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고, 당도 원내와 이원화돼 사무처장의 발언권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노조의 움직임도 인선에 또다른 걸림돌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특채'로 들어온 우리당 노조는 사무처에 대한 `낙하산 인사' 금지와 대통령 탄핵 당시 `만세'를 불렀던 한나라당 및 민주당 출신 보좌진 해고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당지도부와 각을 세울 태세다. 이에 대해 최용규 의원은 "과거를 모두 들춰 공과를 연장시킨다면 국민 수만큼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졸렬하기 그지없는 행태"라고 비판했고, 조성태 의원은 "우리당을 한정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위아래도 없이 할 말 다하는 이 판에 누가 오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당 주도세력의 심상치 않은 행보 한편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창당 주도세력인 `바른정치모임'이 17대 국회 들어 다시 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2000년 6월 창립, 당시 민주당 `정풍운동'을 주도했고,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천.신.정'을 앞세워 저돌적인 추진력을 발휘했던 바른정치모임이 당내 신진인사들을 대거 입단시켜 2기 활동에 본격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여명의 의원들로 `2기 창립총회'를 갖고 회장에 이강래 의원, 총무에 전병헌 의원을 선출한 바른정치모임은 지난 16일 여의도 모 호텔에서 의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모임을 갖고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모임엔 1기 핵심멤버인 신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모임은 `천.신.정'을 주축으로 한 기존 회원과 새로 모임에 참여한 `새내기' 의원들의 면면이 화려해 여권내 최대의 `이너서클'로 부상할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세는 1기 창당세력...2기는 친노세력 실제 1기 핵심멤버인 신 의장, 천 대표와 정동영 통일, 정동채 문광장관 등이 당.정의 주요포스트를 맡아 명실공히 여권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고, 김한길 국회 건교위원장, 정세균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임종석 대변인,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 등도 요직에 포진해 있는 등 그야말로 여권 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또 2기로 참여한 인물들 가운데는 김현미 대변인, 박영선 최 성 원내부대표, 지난 총선 기획단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 판사출신인 이상경 의원, 대표적 친노단체인 `국민의 힘' 대표 출신 정청래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신입 멤버중 상당수는 정동영 통일장관이 지난 총선 당시 직접 영입한 초선의원들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바른정치모임은 소속 의원들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다음달 부부동반으로 중국 고구려 유적을 탐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모임을 두고 당내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바른정치모임을 `정치지도자 양성소', `하나회'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 "특정모임에 의장과 대표가 참석한 것은 신중치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대표는 "OB로서 참석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래 의원도 "분파적 행동은 절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참여경선제, 상향식공천제 도입 등 정치개혁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전통을 이어받아 17대 국회에서도 정치개혁을 업그레이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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