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돈의 위력’ 실감한 정치권...그리스와 비슷한 길 채택
여권, 기본소득 도입에 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
야권, 돈 풀기에 가세... 김종인 “배 고플 때 빵 사먹게 해줘야”
‘돈 벌기보다 돈 쓰기에 박수치는 사회’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돈 버는 일과 돈 쓰는 일중 어디에 집중할까. 오늘도 많은 가장들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선다. 가정이 빚더미에 눌려 파산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가정 하나 하나가 모여 나라를 이루는 만큼 나라 경제도 ‘돈 버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나라 살림이 넉넉해지고 국민 삶이 풍족해진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정치인과 관료들도 나라가 파산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은 ‘돈 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 쓰는 일’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정치인과 관료들을 견제해야 할 많은 지식인(언론인 교수 등)들도 ‘돈 쓰는 일’을 칭찬한다.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한다는 명목으로 14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풀었다. 돈을 준다니까 많은 국민들이 4.15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편을 들었다. ‘돈의 위력’을 확인한 여권은 ‘돈 풀기’를 더욱 확대하자고 나섰다.

소병훈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한 법률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 1인당 20만원의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나섰다.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의 말대로라면 추가로 10조원의 돈이 필요하게 된다.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도 기본소득을 들고 나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실질적인 자유의 구현과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하면서 기본소득 도입의 물꼬를 텄다. 그는 “배고픈 사람이 길을 가다가 빵집을 지나가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그게 먹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다면 그런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의 조해진 의원도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기본소득법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거들었다.

정치권의 기본소득 도입 주장은 결국 표(票) 때문이다. ‘돈을 풀면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게 4.15 총선에서 확인됐고, 그걸 본 정치인들로서는 무조건 돈 풀기를 주장하게 된다. 사실 정치인으로서는 돈을 풀어 권력을 잡으면 좋고, 권력을 잡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른 빚은 갚을 책무는 자신이 아니라 권력을 잡은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돈을 아낄 이유가 없다. 정치인들로는 단기적인 권력 획득이 목적인만큼, 장기적으로 나라가 망하는 것을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그리스이다. 1981년 좌파인 그리스 사회주의운동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이 원하면 다 해줘라”고 공개적으로 돈 퍼주기 포퓰리즘에 나서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8년 동안 집권했는데 첫해인 1981년 GDP(국내총생산)대비 26.7%에 불과했던 국가부채는 1989년 60%에 달했다.

포퓰리즘이 권력 획득의 지름길을 안 그리스 정치권은 여야 모두 ‘돈 퍼주기’에 몰두했으며, 우파인 신민주주의당도 포퓰리즘을 확대했다. 결국 세금으로 갚아야 할 각종 ‘무상 시리즈’를 놓고 좌파와 우파 관계없이 과열경쟁이 벌어졌다.

과잉 무상교육(실제로는 세금교육)은 결국 대학원 박사과정과 기숙사비까지 무료로 만들었다. 문제는 졸업 이후였다. 정부가 돈 퍼주기에만 골몰하고 ‘산업경쟁력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는 등한시한 결과 졸업생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대부분 실업자로 전락했다. 정부는 실업구제의 일환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면서 공무원이 전체 노동인구의 25%까지 치솟게 만들었다. 그리스의 1인당 GDP는 유럽연합(EU) 가입에 따른 환율 효과로 2008년 3만 2198달러의 정점을 찍었다가 2019년에는 거의 절반 수준인 1만 9200달러를 기록 중이다.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018년 3만 3,564달러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3만 2,115달러로 4.3% 줄었다. 올해에는 1분기에는 마이너스 1.3%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환율이 오르면 자칫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서 살펴보듯 그리스 정치권은 ‘돈 쓰는 일’에만 집중했을 뿐 ‘돈 버는 일’은 경시했다. 돈을 벌려면 국민들에게 ‘힘써서 노력하고 땀을 흘려라’고 말해야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국민들이 싫어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이 그리스를 그대로 닮아간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오병이어(五餠二魚)는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기적이다. 다음은 마태복음 14장에 묘사된 장면.

‘저녁이 되매 제자들이 나아와 이르되 이곳은 빈들이요 때도 이미 저물었으니 무리를 보내어 먹게 하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제자들이 이르되 여기 있는 것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이니이다. 이르시되 그것을 내게 가져오라 하시고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먹은 사람은 여자와 어린이 외에 오천 명이나 되었더라.’

오병이어(五餠二魚)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먹고 살려면 가만히 앉아서 물고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강이나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물고기를 열심히 잡아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물고기를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거리에 나가면 “코로나를 극복하자”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희망을 만들어갑니다” 등의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그걸 보면 왠지 쓴웃음이 나온다. ‘돈 쓰기’에만 급급한 정치인에게 박수를 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만들자’고 외치는 게 너무나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행태가 너무나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은 필자만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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