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드라이버 자비로 구입한 직원 많아…조끼는 선배 물품 빌리기도
공사 “피복 지급 기준 개선할 것…전동 드라이버는 필수 장비 아니다”

본지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①한국전기안전공사 전현직 직원들, 회사 의혹 대거 폭로 “대국민 사기극” ②한국전기안전공사, 신입직원들에 차량 구매 강요 논란…공사 “사실관계 확인 중” ③한국전기안전공사, 회식비를 직원들 월급에서?…2차 공제가 뭐길래 해당 기사는 시사포커스TV에서 영상으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점검 장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점검 장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조성완)가 점검업무를 위해 인턴 및 신입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장비들을 늦게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직원들은 검전기와 전동 드라이버를 자비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직원 A씨는 시사포커스에 “회사가 직원들에게 조끼나 컴퓨터, 업무용 단말기 등을 거의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지급한다 해도 매우 늦게 지급하다 보니 신입직원일 때 검전기와 전동 드라이버는 자비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인원이 꽤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끼도 1년에 한두 벌만 지급되는데 방문업무 특성상 조끼 착용이 필수적이라 매일 빨아서 쓴다”며 “그러다 보니 주머니가 다 뜯어진 조끼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사 직원 B씨도 “입사 3년차인데 한 벌밖에 받지 못한 직원도 있다”며 “새 조끼가 지급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배들이 입던 조끼를 빌리거나 물려받아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서 진행한 ‘점검업무용 장비 지급시기 관련 설문조사’에서 “장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는 대답의 비율이 88.8%(111명)에 달했다. 설문에 참여한 직원들은 “인턴 기간 동안 PDA 없이 종이로 근무하고 컴퓨터 1대로 인턴들이 돌아가면서 입력 넣었던 사례가 있다”, “인턴 때 조끼가 없어서 선배가 입던 조끼를 주길래 그거 입고 일했다. 전동 드라이버는 주지도 않았다”, “전동 드라이버를 내가 사지 않았다면 수동 드라이버로 엄청 힘들게 일했을 것” 등의 답변을 남겼다.

점검부 직원들이 방문업무를 위해 착용하는 조끼. 사진 왼쪽 상단의 'KESCO' 마크가 심하게 닳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방청, 시사포커스DB

B씨에 따르면 점검업무를 수행할 때 업무용 단말기가 있어야 결과값을 현장에서 바로 입력할 수 있는데, 지급이 늦어지면 지급이 될 때까지 수첩에 수기로 기록한 후 돌아와서 컴퓨터에 입력해야 한다. 문제는 컴퓨터 입력 과정이 복잡해 여기에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B씨는 “예전에는 업무용 단말기로 노트4 모델을, 지금은 S8+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수가 부족해서 지금도 노트4 모델을 쓰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며 “예전 기종이다 보니 액정이 깨져있는 등 상태가 좋지 못한 것들이 많을 뿐더러 수리비용도 따로 지급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언급한 컴퓨터 역시 5년이 경과하면 불용컴퓨터로 분류돼 새 컴퓨터를 지급하는 것이 맞는데 사업소 내에만 보더라도 6~7년 된 불용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원도 아직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현재 조끼 등 피복 지급 기준은 2년에 한 벌”이라며 “해당 부서에서 지급 기준을 1년에 한 벌로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의뢰를 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까지 현장 직원들에게 전체 다 지급됐다”며 “2019년에도 4월과 12월 상하반기에 채용한 직원들에게 다 배분됐다”고 말했다.

공사에 따르면 2018년도에 전동 드라이버는 총 2037대가 직원들에게 지급됐고, 2019년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99대, 117대가 지급됐다. 모든 신입직원들에게 다 지급됐다는 것이다. 다만 전동 드라이버의 구입을 위해서는 입찰을 해야 하는데 입찰공고를 올리고, 구입처를 정하고 실제 구입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전동 드라이버의 경우 필수적인 소모성 공기구는 아니다”라며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지급하고 있는 보조기구일 뿐이고 일반 드라이버나 펜치 같은 경우는 현장에 배치되는 직원들에게 모두 지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공사를 하는 기관이 아니고, 실제 업무를 나가더라도 모든 집의 차단기를 교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틀에 한 번 정도 교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정도면 일반 드라이버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간혹 필요한 직원들이 많다 보니 채용 후 지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소모성 공기구를 비롯해 일반 자재비용 예산을 사업소로 배분하는데, 사업소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해당 예산 범위에서 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통해 구매, 사용하고 있다.

전동 드라이버 자비 구입에 대한 물음에는 “점검 업무는 일반 드라이버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전동 드라이버를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직원들이 자비로 전동 드라이버를 구입하는 것은 본인의 업무 효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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