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조한 金…‘좌향좌’ 행보 속 당내 ‘정체성’ 비판 넘어설까

[시사포커스 / 김병철 기자] 김종인 비대위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병철 기자] 김종인 비대위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종인 비대위 출범으로 그동안 불확실했던 지도체제 문제가 해소되면서 미래통합당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방향타를 잡은 김 비대위원장이 향후 어떻게 당을 이끌어갈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보수’ 아닌 ‘진취’ 내세운 김종인…이념보다는 실용으로?

통합당의 총선 참패 후 새로이 지휘봉을 잡게 된 김 위원장의 일성은 ‘진취’였는데, 앞서 ‘보수니 진보니 중도니 이런 말 더 이상 쓰지 말자’란 발언을 했었던 바에 비추어 더 이상 이념적 정체성에 치중하기보다 경제전문가란 이력대로 ‘실용’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비대위에 참여했었던 김 위원장은 당시에도 정강에 있는 ‘보수’ 용어를 지워가면서 창조적 파괴를 주문한 바 있는데, 특정 이념에만 매몰되다간 이번 총선처럼 전국 선거인 다음 대선에서도 확장성에 한계를 맞게 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그는 지난달 27일 전국 조직위원장 회의에서도 “더 이상 이념만 내세워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첫 공식 일정인 1일 현충원 방문 자리에서 방명록에 ‘진취적으로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던 김 위원장은 같은 날 회의에서도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거듭 ‘진취’를 강조했으며 정책슬로건은 ‘약자와의 동행’으로 정하고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사실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경제에 방점을 두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당초 진보 색채인 ‘경제민주화’란 타이틀을 내세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던 그로선 차기 대선을 위해 이번에도 일부 ‘좌클릭’ 행보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1일 비공개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진보, 보수가 있지만 진보에도 진보의 가치가 없다. 진보의 가장 중요한 정강이 평등인데 교육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고 진보든 보수든 이런 문제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해 교육기회의 평등, 사교육비 급등 등을 정책적 검토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통합당이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내놓은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조차도 대학 등록금 환불 규정이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따른 취약계층에 푸드 쿠폰 지원 지속 방안, 맞벌이 부부와 같이 육아를 걱정하는 근로자를 위한 법안이나 급격한 판매 부진 혹은 수입 감소로 임차건물에 관한 차임·보증금에 대한 감액청구권 보장 등 사회적 약자 위주의 내용이 다수 포함돼 과거와 달라진 당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 金 ‘탈이념’ 행보에 일부 반발도…對與 협력 시 잡음 커질까

하지만 보수정당이란 성격상 김 위원장이 일으키는 이 같은 변화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당내에서 일부 나오기 시작했는데, 조해진 의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가 보수란 말을 포기한다고 해서 진보진영이 진보란 말을, 안철수 대표 같은 사람이 중도란 말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용어가 무슨 잘못이 있나”라고 꼬집었으며 장제원 의원도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가 보수, 나아가 자유우파란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 정강, 정책도 모두 뜯어 고친다고 하는데 개혁보수란 말도 쓰면 안 되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반발에 김병민 통합당 비대위원은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념적 부분을 최우선 가치에 놓고 대결 벌이듯 정치하게 되면 중간진영에 있거나 정치에 좀 떨어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과 공감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겠는가. 보수의 정신과 가치는 내면화시키고 변화와 혁신에 관한 아젠다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김 위원장은 아예 2일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불만 있어도, 과거 가치관과 떨어지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비를 너무 걸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직설적으로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솔직히 내가 꼭 이 짓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개인적 특수 목적을 위해 이 자리를 맡은 게 아니다”라며 “이 당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다들 협력해서 이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서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데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는데, 그럼에도 김종인 비대위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온 장 의원이나 조경태 의원 등은 끝내 의총장에 나타나지 않아 시작부터 ‘내부통합’이란 과제를 안게 됐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더구나 이념보다 경제에 무게를 둔다 해도 ‘보수 정체성’을 자극할 만한 의제를 점차 공론화하려는 김 위원장의 행보 역시 ‘개혁보수’ 등을 강조하는 일부 의원들은 물론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키울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발언했던 김 위원장이 현재 ‘기본소득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식 발표될 경우 그 파장은 경제민주화 당시의 범주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기본소득제와 관련 “논의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코로나 위기 이후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저희도 적극 검토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관련 고민을 하더라”라고 밝혔는데,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최운열 전 의원마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기본소득제와 관련 “(김 위원장) 그분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 같다. 정부여당이나 사회 전체적으로 공론화할 시기가 됐다”며 이런 방향에 힘을 보탰다.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도 3차 추가경정 예산안을 속히 처리하자는 여당을 향해 1일 회의에서 “합리적이면 협조해줄 수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놨는데, 2일 주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민주당이 개원 강행 시 추경 협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여당에 각을 세웠음에도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국회를 예방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3차 추경은 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잘 봐서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겠다”고 답변해 온도차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실상 3차 추경이 주 원내대표 권한인 ‘원 구성’ 사안과도 연계되어 있는 상황임은 의식한 듯 강 수석에게 “거대여당이 포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국회가 관행대로 해 온 대로만 하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주 원내대표처럼 여당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는데, 다만 원외 출신임에도 ‘차르’로 불리는 김 위원장이 향후 ‘국회의원의 대표’격인 주 원내대표와 여러 사안에서 점차 이견을 보일 경우 여당에선 내부 수습이 안 된 통합당 상황을 역이용하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민주당에선 한때 자당 소속이기도 했던 전력을 꼬집어 김 위원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박용진 의원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과제들을 추진해나가겠다”며 김 위원장에게 상법개정안 처리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가한 데 이어 김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때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김 위원장이 대표 발의했던 법안이기 때문에 이 법 통과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닌가”라고 관측하는 등 김 위원장을 지목한 발언을 이어갔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 당시 문 대통령이 강 수석에게 “여야가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추진해보라”고 했던 만큼 청와대까지 장차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김 위원장과의 여야 대표 회동과 주 원내대표와의 원내대표 회동 중 어느 것을 개최하는지 등으로 통합당 내부를 이간시키려 들 수 있어 통합당 ‘투톱’ 간 의견 통일은 향후 정국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대선주자 문제도 주요 변수…당명 변경·여연 해체 등 이슈 산적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대권잠룡 중 하나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대권잠룡 중 하나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비단 정국 현안이나 이슈 외에도 임기 연장까지 하면서 김 위원장을 영입했던 이유인 ‘대선 준비작업’ 역시 무소속 복당 등 여러 사안과 맞물려 통합당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줄 것으로 관측되는데, 김 위원장은 대권잠룡인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을 복당시키는 데 대해선 전혀 서두르지 않는 데 반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오후 홍 전 대표 의원실을 찾아 단독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직전 대선 때 대선주자이기도 했던 만큼 대선잠룡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의 개혁을 ‘좌파 2중대 흉내내기’라고 칭하거나 ‘(전임자인 황교안 전 대표가) 화려한 조명 받고 들어와 권력 누렸지만 한 방에 훅 가는 거 보지 않았나’라며 김 위원장에 견제구를 던지는 등 줄곧 각을 세워오다 보니 그의 복당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자신에게 쓴 소리를 쏟는 홍 전 대표가 들어오면 충돌이 불가피해지기에 김 위원장은 그의 신속한 복당에 미온적이지만 조해진 의원이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김 위원장 스스로 내세운 존재이유가 ‘2년 뒤 대선에서 정권 되찾아 오겠다’는 것인데 거기에 홍준표 빠지고 누구 빠지고 하면 통합이 되겠나”라고 지적하고 있는데다 대선 경선을 흥행시키고 판을 키우려면 중진급 인사의 등판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문제도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당 정체성을 규명할 ‘당명 변경’ 문제나 여의도연구원 해체 등 당 쇄신 방향을 가늠할 만한 민감한 소재가 많아 여성과 젊은 인재, 낙선자 등을 다수 앉힌 ‘김종인 비대위’가 산적한 과제들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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