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마켓컬리-현대그린푸드 까지 확산
비대면 선호에 일일·단기알바 채용 급증
소비자 우려에…"택배 전염 가능성 낮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부천과 인천에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가 폐쇄된 가운데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부천과 인천에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가 폐쇄된 가운데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던 온라인 쇼핑업계와 물류업계가 이번엔 확진자 발생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감염 파장은 마켓컬리와 현대그린푸드까지 번져 물류센터 방역 체계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소비자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물류센터를 비롯해 택배, 온라인 쇼핑몰, 콜센터까지 관련업계 모두 자체 방역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도 29일 오전 유통기업 물류센터 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밀폐된 장소에 다수 노동자가 밀집돼 있는 작업장에 대한 방역상황 일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 확진자 연쇄 발생 원인은 ‘급구·단기 알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26일. 사흘 만에 마켓컬리 장지 상온1센터와 쿠팡 고양 물류센터, 현대그린푸드 경인센터까지 확진자가 속출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추가로 환자가 발생하면서 지난 23일 첫 환자 발생 이후 닷새 만에 최소 9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들은 모두 열감지 체크에서 정상으로 나오는 등 근무 당일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추후 보건소 방문을 통해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업체들 역시 그동안 꾸준히 방역을 실시해왔으며 근로자들에게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필수로 사용할 것을 권해왔다.

그러나 사태 확장에는 물류업체들이 업무에 일일·단기 알바를 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그린푸드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인천 부평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난 12~17일 동안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 확진자 역시 쿠팡 확진자와 지난 23일 대전에 다녀오면서 감염됐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부분 단기 알바를 통해 여러 업체를 옮겨 다니며 근무한다는 점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됐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3760여 명의 근로자 중 정규직은 2.7%, 계약직은 26.8%에 불과했다. 나머지 70.5%가 일용직 근로자인 셈이다. 

실제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면 여러 물류센터에서 단기 근무자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공고에는 ‘꿀알바’, ‘단기’, ‘하루가능’, ‘친구와 동반 가능’, ‘초보가능’ 등의 키워드가 나열 돼 있다. 원하는 날짜에 일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일용직 근로자가 여러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태 확장에는 물류업체들이 업무에 일일·단기 알바를 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면 여러 물류센터에서 단기 근무자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 캡처
사태 확장에는 물류업체들이 업무에 일일·단기 알바를 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면 여러 물류센터에서 단기 근무자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 캡처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주문이 확산되면서 물류센터에서 처리해야할 택배 수도 폭증했다. 쿠팡만 보더라도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한때 주문량이 평소보다 4배 급증하며 조기 품절과 배송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 비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확진자 발생으로 쿠팡과 마켓컬리, 현대그린푸드는 모두 방역당국의 지침에 의해 물류센터를 폐쇄 조치하고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 재개 여부는 추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고개 숙인 업체들…“심려 끼쳐 송구”

물류센터 발 확진자가 퍼지자 마켓컬리와 쿠팡은 결국 사과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먼저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가 자필 사인이 담긴 공지를 소비자들에게 띄웠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코로나19가 안정되는 시점까지 방역 점검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고 방역이 어려운 상품은 폐기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쿠팡도 전날 “어려운 시기에 저희까지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물류센터와 배송 기사, 물품 관리 현황과 지금까지의 방역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쿠팡은 “당사는 코로나19 확산초기부터 전국 모든 물류센터에 열감지카메라를 설치하고 매일 방역을 실시했다”며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쓰고 작업하도록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말했다.

다만 가장 먼저 물류센터 확진자가 발생했던 쿠팡의 사과가 마켓컬리보다 다소 늦은 점일 두고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부천 물류센터에 이어 쿠팡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으며, 27일 등교 예정이었던 부천시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가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는 등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쿠팡의 초기 대응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도지사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거나 확진자 발생 후 정확하고 빠른 조치가 내려졌다면 최소화할 수 있었던 감염 확산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역학조사에 필요한 배송직원 명단 제공이 장시간 지연돼 도 특사경이 강제조사에 나서게 했다”고 말했다.

이 도지사는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 제2공장에 대해 28일부터 2주간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 방역 강화할 것…“제품엔 이상 없어” 한 목소리

쿠팡과 마켓컬리, 현대그린푸드 등은 방역을 강화하고 역학조사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택배를 통한 감염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당사의 모든 신선식품은 포장된 상태로 입고돼 입고부터 출고까지 쿠팡 직원이 상품을 직접 접촉하는 일이 없다”며 “신선식품이 아닌 일반상품 역시 매일 방역조치가 이뤄지는 물류센터에 보관되며, 모든 직원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필요한 조치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며 “방역당국과 협의해 지금까지 해오던 수준을 뛰어넘는 초강력 방역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그린푸드는 B2B(기업 간 거래) 식자재유통 전용 물류센터로 제품 자체가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일이 없다. 특히 확진자는 박스로 포장된 완제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 식자재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본지에 “해당 아르바이트 직원은 근무하는 동안 마스크를 지속적으로 착용하고 있었으며, 약 300평 규모의 공간에서 20~30명이 박스 등으로 포장된 완제품 분류 작업을 진행해 밀접 접촉 빈도가 낮다”며 “하지만 근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직원 600여 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택배로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가 전혀 없는 만큼 물건으로 전염되는 우려는 덜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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