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에 회사 의혹 폭로한 직원 A씨…문제없다는 공사
“전기화재 감축 위해 소방서와 유착” vs “신뢰성 확보 위해 소방청과 업무 교류”
“과다한 업무로 부실·허위점검 조장하고 있다” vs “최근 5년간 일평균 점검호수 40여건”

한국전기안전공사 본사 전경.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본사 전경. ⓒ한국전기안전공사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조성완)가 전기화재의 감축을 위해 소방서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적정량보다 50%~100% 이상 많은 업무를 점검부 직원들에게 하달해 부실점검 및 허위점검을 조장하고 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지난 25일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수백억대 세금 탈루 공공기관 공익제보 합니다. 널리널리 퍼뜨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틀 만에 13만명 이상이 조회했고 댓글도 3000개 가까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글 게시자 A씨는 “유능하고 젊은 직원들을 채용해서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꾼이나 하는 짓을 조장하는 회사의 횡포를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매해 700~800억 이상의 세금을 탈루하고 있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각종 부정·부패·부조리를 제보한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공사는 전기화재 발생건수를 줄이기 위해 소방서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회사에서 소방서만 담당하는 비용을 따로 책정해 접대하면서 전기화재를 다른 화재로 바꿔달라고 하는 식이라고 A씨는 밝혔다. 예산이 모두 소진될 경우 담당 직원이 사비를 들이기도 하는데, 대부분 전기직으로 입사한 신입들이 담당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전기화재 발생건수를 감축하면 사업소 평가를 잘 받을 수 있고, 결국 간부들의 성과급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회사 경영평가 지표로도 쓰인다. 다만 A씨는 “문서로의 증거가 남아있지 않아 증명은 어렵겠지만 점검부 화재업무 담당자들을 조사하면 털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라인드에는 공사 직원들이 소방서 관련 업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꾸준히 게재돼왔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 글은 이틀 만에 14만명에 육박하는 사용자들이 조회했고 3000명에 가까운 사용자들이 댓글을 남겼다. ⓒ블라인드 앱 캡쳐

A씨는 또 공사가 점검원들에게 과다한 업무량을 부여해 부실점검과 허위점검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7년 전에 용역을 줘서 한 명의 점검원이 하루에 점검할 수 있는 적정건수가 자료로 남아 있다”며 “주거시설이냐 비주거시설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0~40건인데, 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65~70건을 배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검원들은 한 달에 약 1200~1400건 정도의 업무처리건수를 배분받는데, 이를 한 달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다음 달로 이월되기 때문에 우천, 혹서, 혹한 등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어떻게든 처리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는 전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점검원들은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해 전기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A씨는 “각 호수당 발생하는 점검비용 약 8300원은 국민들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일정비율을 받아오는 것으로 충당한다”며 “800명의 점검원이 이 업무로 1년에 받아오는 기금이 매해 700억~800억원이다. 국민들이 ‘전기안전에 대해 써 달라’고 납부하는 셈인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사실상 탈루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2015년에 입사해 회의감이 들어 2017년에 퇴사했다는 B씨는 “실제로는 부적합인 호수인데 실적을 맞추기 위해 적합이라고 작성할 때도 있었다”며 “부적합이라고 작성하면 다음 달에 다시 가야 해서 업무가 과중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적합인데도 부적합이라고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다음 달로 이월돼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적합이라고 작성해 실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A씨는 무재해·무사고 실적에 대해서도 비밀이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의 업무시간 도중에 발생하는 사고나 점검을 하다가 가전제품 등이 고장 났을 경우 곧바로 실적과 연결되다 보니 업무 중 일어난 모든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이며 업무규정을 지키지 않은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면서 직원들의 개인 사비 또는 보험으로 처리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최근 추가된 업무개정안에는 부재세대에 대해 1차·2차방문한 증거를 무조건 사진으로 남기라고 하고 있다”며 “애초에 처리하지 못할 건수를 주는데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청렴하게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적정건수가 하루 50건이라고 계산한다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부재세대 포함) 200집 이상 방문해야 한다”며 “그거를 다 차치하고 8시간 안에 50건을 하려면 약 10분당 1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누전차단기 등 6대 항목을 다 보려면 결국 1건 처리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전기시설이 취약한 농어촌 가정에서 전기설비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전기시설이 취약한 농어촌 가정에서 전기설비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한국전기안전공사

신입 직원들이 교육도 받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는 것도 지적했다.

A씨는 “위험한 전기를 다루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직원이 입사할 경우 바로 현장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B씨도 “전기안전기술원이라는 사내 기술원에 일주일짜리 교육이 있긴 한데 안 받는 사람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A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될 때도 점검원들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하루에 확진자가 수백명씩 증가할 때도 점검원들은 가가호호(집집마다 방문해 점검하는 업무 또는 그 업무를 수행하는 점검원을 일컫는 표현)를 계속하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직원들은 사지로 내몰면서 사장님은 자택에 결재프로그램을 깔고 재택근무를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도 “본사 차원에서는 책임회피 하듯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니 각 사업소 판단 하에 점검하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성과급이 걸린 문제라 간부들이 쉬쉬하고 가가호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공사가 매년 수백명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A씨는 “매해 이직 또는 퇴사하는 직원들이 100명 가까이 된다”며 “나간 인원만큼 채용을 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해에는 처음부터 퇴사할 경우를 고려해서 계획인원보다 30% 많은 신입직원을 뽑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년간의 취업준비를 끝내고 공사에 입사했더니 자존감 낮아지는 가가호호 업무나 시키고 있고, 그마저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평소 거짓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다니기에는 힘든 곳”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원은 “입사하기 전 약 30년 동안 했던 거짓말보다 입사 후 1~2년 동안 한 거짓말이 더 많다”며 “사기를 쳐야 일을 잘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민원 들어오는 신기한 회사. 안전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서 돈을 벌어오는 한심한 아빠가 되기 싫어서 이 회사 소속으로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폭로했다.

B씨 역시 “공사에 들어가도 이직하기 위해 공부를 더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입직원 중 퇴사하는 비율이 80%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서와의 유착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전기재해 감축 일환으로 전기설비에 대한 엄정하고 성실한 검사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전기화재 통계는 소방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만큼, 전체 화재발생 건수 중 전기적원인으로 분류되는 화재사고에 대해 조금 더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소방청(일선 소방서)과 서로 업무를 교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량이 과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년 점검대상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확정하는데, 점검대상을 고려해 점검인력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5년간 평균 점검호수는 하루 40여건”이라며 “부득이한 사유로 당월 점검계획에 따라 수행이 불가능할 경우 이월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무재해·무사고 실적에 대해 묻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가치로 삼고, 이를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무재해사업소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직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업무수행 중 직원의 과실로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를 대비해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직원의 심적 부담을 경감하고자 ‘전문인배상제도’ 및 ‘경미한사고 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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