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 화장품·의류 브랜드 ‘임시 휴업’
상가 곳곳 임대…건물 전체 내놓은 곳도
“명동은 외국인 상대” 침체 장기화되나

평일 점심시간, 멈춰버린 명동 상권. ⓒ임현지 기자
평일 점심시간, 멈춰버린 명동 상권. ⓒ임현지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재난지원금 풀려도 손님이 없어요. 오질 않죠. (주위를 둘러보며) 봐, 이렇게 없잖아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지 3주 차에도 명동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탕후루, 어묵, 꼬치 등 길거리 음식들로 활기를 띠었던 노점상은 온데간데없고 유명 로드숍 화장품이 입점해있던 상가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명동은 국내 최고의 ‘유명 관광지’에서 ‘유령 도시’로 변해버렸다. 

지난 26일 점심시간대 명동은 한산했다. 재난지원금이 풀려 골목상권 및 동네 슈퍼가 조금씩 살아난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이곳은 제외다. 매일 외국인 관광객과 인파로 북적였던 거리는 하늘길이 막히자 반대로 뻥 뚫렸다. 문을 연 매장에도 직원 한두 명 만이 서 있을 뿐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명동 메인 거리에도 문을 닫은 매장이 있었다. 명동에서 5개 점포를 둔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은 현재 명동중앙점을 포함해 3곳을 임시 휴업했다. 명품 잡화 브랜드인 ‘MCM’ 특화 매장도 한 달간 문을 닫는다는 안내판을 비치했다. 명동에서 8년간 운영돼 왔던 패션 브랜드 ‘후아유’ 역시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기로 했다.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은 심각했다. 골목 전체가 임대 중인 경우도 있었으며, 건물을 통으로 세놓는다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K뷰티로 이름을 날리던 뷰티 로드숍 매장과 유명 의류 브랜드 일부는 간판 흔적만 남긴 채 아예 문을 닫았다. 지난해 5월 야심 차게 오픈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라이브 명동점’도 지난 3월 폐점 수순을 밟았다.

명동 상가 곳곳에 휴업 또는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다. ⓒ임현지 기자
명동 상가 곳곳에 휴업 또는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다. ⓒ임현지 기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도 명동에선 통하지 않았다. 매장 곳곳에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비치해놓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았던 상권인 만큼, 관광 절벽이 낳은 손해를 상쇄하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동네마트와 일부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현상과 상반된 모습이다. 

명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한 업주 역시 “사람이 없어진지 오래됐다. 외국인 없으면 손님도 없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은 항상 점심시간에 식사하고 음료수만 사서 간다”고 토로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돼 사정이 좀 나아졌냐는 물음에 “여기는 외국인을 상태 하는 마트”라며 “동네 마트가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파는 지하상가로도 이어졌다. 지하상가 곳곳에도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었다. 지하철로 이어지는 명동 지하상가에는 평소 K팝 가수들의 상품을 찾는 외국인 손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나 이날 지하상가에서 마주친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상인은 “재난지원금이 풀려도 손님이 없다”며 “손님이 팔아주는 게 크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침체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상권 특성상 하늘길이 열리지 않는 이상 상권 부활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다시금 번화가 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2020년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올해 3월 중국인 관광객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96.5% 급감했으며 지난달 소비자심리는 전월 대비 7.6%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7.6으로 전월 대비 6.8p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100)에 한참 못 미쳐 경기 부진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영상촬영/임현지 기자. 편집/임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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