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에게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느껴”
윤미향 당선인, 시민·사회단체에 연이어 고발당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대섭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대섭 기자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이용수(92)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25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할머니는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향후 활동 방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지난번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말씀을 감히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며,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그렇지만 제 기자회견 이후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제가 기대하거나 예상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정의기역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의혹과 논란에 대해 입을 연 것이다. 이들은 부실회계·기부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와 바른교육권실천행동은 “수요집회는 겉으론 문화제의 허울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전쟁범죄의 일종인 전시 성폭력, 집단 강간의 개념을 주입시키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라며 윤 당선인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한 이틀 뒤인 14일에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횡령죄, 사기죄 등의 혐의로 윤 전 이사장을 처벌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고발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접수했다. 사준모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정의연의 회계에 오류가 발견됐으며 윤 전 이사장이 할머니를 위한 기부금을 개인 계좌 여러 개를 통해 수시로 받아왔음이 드러났으며, 이는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준모는 25일 윤 당선인의 남편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를 윤 당선인의 기부금 위반 및 업무상 횡령죄 공범으로 처벌해달라며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김 씨가 지난해 숨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명목으로 천만 원 이상을 윤미향 개인 계좌로 모금했고, 이는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행동하는 자유시민 등 시민단체도 윤 당선인을 고발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윤미향 페이스북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윤미향 페이스북

이에 검찰은 지난 20일 정의연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압수수색을 12시간 동안 실시했고, 이튿날에는 서울 마포구에 조성한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들을 토대로 조만간 관련자 소환에 속도를 올린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생각지 못한 것들이 너무도 많이 나왔지만 그것은 검찰에서 할 일”이라면서도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두 가지는 꼭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며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 하에 향후 활동 방향 여섯 가지를 발표했다.

이 할머니가 생각하는 활동 방향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것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 교류 방안 및 양국 국민들 간 공동행동 등 계획 마련 및 추진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 추진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 및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구 구성 ▲그동안 이뤄온 성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 준비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 등이다.

이 할머니는 “저는 올해 93세이고 제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며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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