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돌연 ‘한명숙 재심’ 꺼낸 데 이어 “윤미향, 국민이 선출한 분”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와도 그간 침묵을 지키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1일에야 윤 당선인 논란과 관련해 입을 뗐으나 단지 “저희는 공당이기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란 반응만 내놔 사실상 ‘엄호’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 與, 양정숙 땐 의혹만으로도 복당 막더니 윤미향엔 “결과 나온 뒤 입장 정해”

윤 당선인 논란에 당내에서조차 제각각 엇갈린 의견이 나올 만큼 나날이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임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선 긋는’ 입장을 신속하게 내놨던 양정숙 당선인 논란 때와 달리 줄곧 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자세만 취하면서 사태 수습에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은 어쨌든 국민이 선출한 분”이라며 “당에서 정의연 회계장부를 들여다 볼 수는 없어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과가 나온 뒤에 어떤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만 해도 “다음에 대답하겠다”며 윤 당선인과 관련해선 극도로 말을 아끼던 김 원내대표가 이틀 만에 처음 내놓은 반응이라기엔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었던 데다 표면상 ‘관망세’를 취하기는 해도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까지 승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운동 자체가 폄훼돼선 안 된다”고 부연하는 등 오히려 정의연 측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결국 ‘윤미향 지키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총선 전 당내 일각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았음에도 21대 총선을 통해 대거 생환하며 건재를 과시한 것은 물론 당내 중심세력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 잡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에서 우상호 의원이 이미 15일 B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용수 할머니를 부추겨 윤 당선자를 공격하도록 만든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불순하다. 이런 일에 언론과 국민들이 이용당하지 않아야 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송영길 의원은 아예 19일 CBS라디오에서 “위안부 문제 가지고 싸워왔던 한 시민운동가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안에 대한 민주당 주류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친문’보다는 ‘친이재명’ 측으로 분류되어온 이해찬 대표까지 20일 최고위에서 “당이 하나하나 (의혹에) 답하게 되면 끌려 다니게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86그룹’ 소속에다 ‘이해찬계’ 당권파로 원내사령탑에 오른 김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을 감싸는 듯한 입장을 내놓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박용진·노웅래 등 당내 비주류에서 윤 당선인 비판을 넘어 “당에서도 엄중한 목소리로 보고 있다”고 지도부 압박에 나선 데 이어 지도부 일원인 김해영 최고위원까지 20일 최고위에서 “이 (윤미향)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신속히 진상 파악을 해 결과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직접 촉구했음에도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 깊이 논의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던 18일 발언보다 도리어 크게 후퇴해 20일 브리핑에선 “당 내부에 큰 논란이나 이견이 많은 게 전혀 아니다”라며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데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을 뒤집었다.

◆ ‘한명숙’ 꺼내며 檢 압박 나선 與…‘尹 의혹 인정’ 나비효과 고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토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토포커스DB

비단 당내 주류진영이 두둔하고 있다는 ‘계파’적 측면의 해석 외에도 민주당에서 윤 당선인을 즉각 손절하지 않고 있는 이유엔 이번 사안의 후폭풍이 몰고 올 결과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시선도 없지 않은데, 새로 내세운 초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 부실’이란 공천 책임 문제도 있고, 총선 압승을 계기로 21대 국회부터 강력하게 추진하려던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역시 검찰이 윤 당선인 사건 수사에 적극 열의를 보이면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이후 열린민주당에게도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을 만큼 검찰개혁은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처리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민주당에선 자칫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검찰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개혁에 저항할까 우려하는 분위기인데, 그 같은 고민의 결과인지 김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 회의에서 갑자기 ‘고 한만호 씨 옥중 비망록’을 거론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 강압수사와 사법농단 피해자임을 가리키고 있다. 사법부가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 밝히는 일에 착수하라”고 한 전 총리 사건 재수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같은 여권의 공세에 검찰은 당장 “비망록이란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고 증거로 채택한 법원이 (한 전 총리) 유죄를 확정하였는 바, 아무 의혹도 없다”고 반박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엔 윤 당선인 의혹과 관련해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정의연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물을 전격 압수수색했는데, 이런 흐름 속에서 윤 당선인 문제는 이제 당선인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 당청과 검찰 간 대결로까지 비화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도 지난 19일 윤 당선인 논란과 관련해 “당선인이기 때문에 당에서 대응하고 있고 청와대가 앞으로 할 국정과도 관계없어 할 말 없다. 자꾸 끌어넣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거리 두던 모습과 달리 20일엔 윤 당선자의 제명을 논의하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춘추관에서 “내부 기류를 오도하는 것 같다. 청와대 내에 그런 기류는 느끼지 못했다”며 “회계 문제라든지 또는 집행내역이 불투명하거나 미비하다고 질문했는데 지금 순간까진 의혹 제기일 뿐”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에서도 김 원내대표가 21일 CBS라디오에서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국세청 등 관련 감독기관들이 각각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정의연 회계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검찰보단 정부기관 감사에 힘을 실었고, 같은 날 박주민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의연이 외부감사 받겠다고 밝혔고 회계법인 선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정부에서도 여러 부처가 동시 점검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급속하게 압수수색했는데 문제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검찰에 견제구를 날렸다.

◆ 野·檢 압박에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예고’까지…與 위기 넘을까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여당은 한명숙 사건 재수사도 거듭 요구하면서 공수처 수사대상임을 분명히 했는데, 윤 당선인 의혹으로 인해 야권과 검찰의 압박에 내몰린 현재 형세를 뒤집을 만한 반전 카드로 삼겠다는 게 민주당의 심산이다 보니 제1야당인 통합당에선 21일 황규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윤 당선자와 정의연에 대한 의혹이 퍼지자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한 데 이어 같은 날 정진석 통합당 의원이 안성 쉼터 ‘(건축)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면서 정의연 측이 밝힌 건축비와 차이가 크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여기에 중도 성향 정당인 국민의당 역시 한 전 총리 재수사 요구와 관련해선 권은희 의원이 21일 최고위원회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전날 법사위 발언을 꼬집어 “이미 재판에서 증거 조사 거친 걸 가지고 사실관계를 외면하려고 하고 있다. 법치주의 수호 의지 인식은 없고 여당의 의혹 제기에 맞장구치는 추미애는 사퇴해야 한다”며 다른 야당과 한 목소리로 맞받아쳤고, 윤 당선인 논란에 대해선 같은 자리에서 이태규 의원이 “명백히 시민운동이 특정인에 의해 사유화됐음을 보여줬음에도 이해찬 대표는 심각한 게 아니라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다”고 여당을 맹폭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간 범여권으로 분류됐던 정의당까지 거대정당의 비례정당 창당으로 총선에서 쓴맛을 봤던 이후엔 민주당과 돌아서서 야권의 대여 공세에 동참했는데, 심상정 대표는 같은 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을 겨냥 “스스로 해명하는 건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며 “민주당은 속히 진상을 파악해 진실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 계속 뒷짐을 지고 있는 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민주당까지 싸잡아 몰아붙였다.

이런 가운데 검찰도 지난 20일 12시간에 걸친 정의연 사무실에 대한 밤샘 압수수색에 이어 21일에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정의연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하는 등 나날이 수사속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지난 18~19일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를 받아 20일 발표한 윤 당선인 거취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95%신뢰수준±3.0%P, 응답률 5.1%)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7.2%로 나온 데다 진보층에서마저 중도진보가 51.3%, 진보 50.3% 등 사퇴 여론이 절반을 넘어 윤 당선인 논란에 대한 여당의 고민은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당장 위안이라면 윤 당선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18~20일 조사해 21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오히려 전주 대비 0.9%P 오르면서 5주 연속 6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 반해 제1야당인 통합당의 지지율(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은 23.4%로 창당 후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아직 사태 관망의 여유가 조금 남아있다는 건데, 윤 당선인을 용서하지 않았다던 이용수 할머니가 오는 25일 추가로 기자회견 개최를 예고한 데다 검찰 수사 발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여론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자진 사퇴를 일축한 윤 당선인에 대해 여당이 어떤 최종적으로 어떤 조치를 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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