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OOO성형외과”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성형외과 광고 문구에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표시가 눈에 띈다. 스타벅스와 이케아, 애플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커뮤니티도 들썩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밝힌 사용처에 의문점이 든다.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마땅히 지정돼야 할 업주들은 제외되고, 엉뚱한 외국 대기업이나 성형외과가 수혜를 입는 모순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 자영업자가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엇박자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재난지원금은 경제 약자이자 다수인 골목상권 소비 확대가 목적이다. 이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전자상거래,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 등은 사용처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대형마트 내부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업주들 역시 소상공인이자 자영업자임이 지속 지적돼왔지만, 정부는 미용실이나 안경점 등 임대 업자를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문제는 재난지원금 수혜가 엉뚱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규모를 자랑하는 외국계 가구 기업 이케아에서는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유명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도 서울 지역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명품도 구매할 수 있어 논란이다. 백화점 내부에선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지만 백화점 밖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꾸며진 명품 매장에서는 쓸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업종인 스포츠여가 시설과 일부 유흥업종은 지원금 사용처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에 유흥주점, 스크린 골프장, 탁구장, 당구장 등의 업종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들 대부분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며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영세 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필드 골프장이나 유흥사치업종과 같은 규제를 받고 있어 업주들의 불만이 새어 나온다.

병원 사용도 가능해 필러, 보톡스, 레이저 등 성형이나 쁘띠 시술을 계획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면서 사용처에 대한 물음표는 늘어나고 있다. 정보 공유에 능통한 누군가가 올려놓은 사용처 리스트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시간도 꽤나 소요되며, 본사가 위치한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규정도 여전히 불편하다. 

이에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대한 검토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형평성 논란을 인지하고 있으며, 어떤 가맹점을 넣고 뺄 것인지 살펴보겠다는 것. 하지만 사용 기일이 8월 말까지로 길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사용처 지정에 대한 잡음이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사용제한 업종에 포함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자영업자들은, 재난지원금 효과로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다른 자영업자를 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었다면, 이제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안 돼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은 소비자와 업주를 막론하고 국민 전체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감사한 존재다. 그러나 형평성이 결여된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지역 간, 업종 간 차별이 발생하는 지원책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 발생으로 코로나19 장기화가 전망되고 있는 만큼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인터넷 검색을 거치지 않을 수 있도록 확실한 사용처 안내도 보안돼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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