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화웨이 때리는 美, 본격 대응 나선 中
‘큰손’ 화웨이 제재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예의주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5일(미국 현지시간) 중국 기업에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공식화했다. ⓒ시사포커스DB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5일(미국 현지시간) 중국 기업에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공식화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의 규제에 따라 앞으로 중국 화웨이에 판매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받을 영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美 트럼프 행정부, 화웨이 제재 수위 강화

TSMC는 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20K/mon 규모의 팹을 건설하고, 16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에 착공해 202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며 2029년까지 9년간 총 투자 규모는 약 120억 달러다.

그러자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제3국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기술을 조금이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조치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반도체 사용을 제한하는 제재를 통해 영업을 압박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제재의 빈틈을 이용해 반도체 제품라인업을 확대해 나갔고, 심지어 중국의 애국심 마케팅을 통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나 성장했다. 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화웨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중국 신랑과학기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산업 등 전 세계적 협력에 대한 신뢰 기반이 파괴될 것이다. 또 산업 내부의 갈등과 손실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최후에는 미국의 이익도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TSMC는 화웨이에 판매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닛케이는 TSMC가 화웨이로부터 반도체 신규 주문을 받는 것을 중단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지난해 화웨이는 TSMC 전체 매출의 약 13~15%를 차지했다. 다만 이번 금지 조치 이전에 받은 주문과 현재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중 9월 중순 이전에 인도가 가능한 것은 예정대로 화웨이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 한국 기업은 어떤 영향을 받나

TSMC는 닛케이의 보도에 대해 풍문이라고 부인했지만, 미국의 입김이 거센 만큼 화웨이 거래 중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큰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9일 “TSMC가 화웨이 자회사인 HiSilicon향 AP 파운드리를 하지 못할 경우 SK하이닉스 등이 공급하는 모바일 디램(DRAM),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Rigid OLED 패널 등도 완제품 산업의 성격상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수혜를 보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화웨이로부터 받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삼성 메모리 반도체도 산업 전반적인 공급과잉이 빨라질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만약 미국의 제재가 디램 등 메모리 반도체로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각각 8조원, 5조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 양사의 작년 매출 기준으로 전체의 3%, 18%에 해당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감소에 따른 메모리 수요 감소와 향후 제재 확대 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출 제한 우려도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 감소가 장기화되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와 중소형 OLED 패널 구매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화웨이라는 반도체 큰손이 위기에 몰렸고 반도체 밸류체인은 상상이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반도체 공급을 전면 봉쇄한다고 밝힌 직후여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이 화웨이 이슈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이 미중 무역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