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분담금 중 36% 자회사에 납부 요구
한전 “협약에 따른 절차”

한전공대 부지 광주전남혁신도시 내 부영CC 일원 전경. ⓒ뉴시스
한전공대 부지 광주전남혁신도시 내 부영CC 일원 전경.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한전공과대학교 설립이 최근 교육부 허가를 받은 가운데, 자금을 출연하기로 한 한국전력이 자회가 10곳에 분담금 일부 납부 안내 공문을 발송해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정유섭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법인 한국전력공과대학교 설립허가 및 전력그룹사 1차 분담금 납부 안내’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자회사 10곳에 설립 출연금 일부를 6월 첫째 주까지 납부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6사에는 각 30억원씩 총 180억원, 한전KPS와 한전KDN은 각 12억원, 한전기술과 원자력연료는 각 6억원씩 총 216억원을 분담액으로 지정했다. 한전공대 설립 1차 출연금 600억원의 36%에 달하는 액수다. 나머지 384억원은 한전이 부담한다.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전공대의 개교 10년 후인 2031년까지 설립·운영비, 부대비용은 총 1조6000억원으로, 이중 한전이 부담해야 할 몫은 약 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한전 자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전을 비롯해 자회사들의 실적이 모두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1조35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이자 그 폭도 2008년 이후 최대다. 여기에 올해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통합당 김삼화 의원은 지난 3월 “당장 한전의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원전은 비용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만큼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 없이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국민들을 속여 왔다.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든지 아니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게다가 한전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기요금 일부 감면·유예를 결정했기 때문에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 6사 역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는데, 지난해 1조34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8년 대비 21.2% 급감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6개사 모두 증가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곽대훈 의원 등 야당의원들은 지난해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을 막는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을 통한 정부의 한전공대 운영비 지원을 막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4월 3일 대학설립심사위원회를 열고 한전공대 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한전의 재원 출연계획안에 구체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결론을 미루다 3차 회의에서 의결을 한 것이다.

한편 출연금 떠넘기기 논란과 관련해 한전 측은 “과거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도 한전과 자회사들이 출연금을 분담해 설립했다”며 “한전공대는 에너지 전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자회사들도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작년 12월 ‘전력그룹사 제3차 사장단회의’에서 한전과 자회사들이 연구개발 및 기금분담 협약을 체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공문은 그에 따른 후속 절차라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한전공대 설립은) 에너지 분야 시장이 확대되면서 연구 개발, 인재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충분히 타당성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며 “영업적자나 코로나19 등의 환경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각 자회사들로 하여금 산업부·기재부 등 정부와 사전협의 및 각사 이사회 의결 후 납입하라고 하고 있다.

실제로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한전으로부터 해당 공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출자에 대한 부분은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고 정부와도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학생수 1000명 수준으로 그 중 대학원생이 600명, 학부생이 400명인 ‘작지만 강한’, ‘연구형’ 대학을 지향한다. 학과간 벽을 허물기 위해 단일학부로 개설하고, 문제해결형 프로젝트 중심의 융복합 교과과정을 운영해 에너지 산학연 클러스터에 특화된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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