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위기 해소 못하면 두산 그룹도 휘청 우려
일부 환경단체, "경영상 실책에 과도한 지원"
두산타워 막바지 협상 중, 두산솔루스 공개매각...밥캣은? 이목 집중
전세계 에너지 환경 변화에 미비한 대처·두산건설 하락·탈원전 결정타
채권단 "실사 통해 면밀 검토, 지원자금 꼭 정상회수"

두산은 마스턴자산운용과 두산타워 매각 막바지 협상 중이다. 매각 규모는 7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시사포커스 DB
두산은 마스턴자산운용과 두산타워 매각 막바지 협상 중이다. 매각 규모는 7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가 이번주 안에 있을 것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이번에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모회사인 두산그룹까지 확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환경단체가 경영상 실책을 범한 기업에 과도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두산중공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금 3조 원 마련하려면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두산은 지난달 말 3조 원을 마련하는 자구책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두산의 계열사부터 두산중공업 자회사 매각을 포함한 오너가의 사재 출연, 유상 증자, 두산중공업 자회사 분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안인 점을 강조했고 매각에 대한 구체적 계획 등이 담겨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어떤 기업이 매각 될 지에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자구안 제출 후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마련했고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제고하는 자구노력이 포함돼 있으며 자구안의 차질 없는 이행이 전제 된다면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구안의 세부적인 점검 후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경영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구조도 개편한다.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두 분야를 사업의 큰 축으로 하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가스터빈 독자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특수금속소재 3D프린팅 기술을 토대로 한 신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는 풍력, 에너지저장장치 등 기존사업을 확대하고 친환경 수력발전사업 및 태양광 EPC사업을 추진한다. 아울러 수소 생산 및 액화 등 수소산업에도 진출한다.

현재 자산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매물은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등이며 두산의 산업차량·모트롤 BG, 두산퓨얼셀, 두산건설, 두산메카텍, 두산큐벡스, 클럽 모우CC 등은 매각 대상으로 거론 되고 있다. 아울러 두산인프라코어나 밥캣이 매각 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동박과 OLED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공개매각이 진행중이다. 2차전지사업을 하는 대기업들과 협상 중이다. 두산은 두산솔루스의 가치를 8000억 원 가량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렇지 않아 한 투자전문회사의 매각 협상이 결렬 된 바 있다.

두산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두산타워를 마스턴자산운용에 매각하기 위한 마무리 협상절차를 밟고 있다. 가격은 7000억 원 안팎으로 거론 되고 있는데 두산이 손에 쥐는 현금은 1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8년 두산타워를 담보로 4000억 원을 차입했고 보증금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다.

유압기기와 방산부품을 생산하는 모트롤 BG 주요기업들과 PE들을 대상으로 최근 인수의사를 확인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산이 모트롤BG의 기업가치를 3000억 원으로 책정하고 인수 협상 중이라고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에서 가장 많은 부담을 안겨준 두산건설의 논현동 사옥이 매각 물망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 외에 주요 사업부 및 계열사도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건설이 인수 후보를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두산건설은 꾸준히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기업가치에 반영할 남은 자산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이 2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입하면서 심폐소생 했지만 작년 말 상장폐지 됐고 두산중공업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두산퓨얼셀은 올 1분기 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연말까지 2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자신했다. 업계에서는 두산퓨얼셀의 시가총액과 두산의 지분율을 비교하고 미래 신산업 분야인 점을 감안해 두산이 3000억 원 가량에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에서는 3조 원 마련을 위해서 매각을 진행해도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도 내 놓아야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의 매각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채권단과 지속 된 협상을 진행하면서 고려대상에 올렸다.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을 투자·사업회사로 분리해 두산그룹이 투자회사를 인수하고 사업회사는 사업을 영위토록 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언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조 원 마련을 위해서 체질개선을 하고 있지만 매각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핵심자산 일부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위기 탈원전만의 문제 아냐

두산이 자구안 실행 등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 환경단체들은 6일 국책은행의 두산중공업 지원 적절성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시장이 전환되고 있는데 그에 대처하지 못한 두산의 실책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단체들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최근 금융제공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나 정밀 실사 등이 완료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3월 1조원 대출을 시작으로 추가 지원이 거듭 이뤄지고 있는 데 실적악화는 석탄, 가스 발전 사업에 대한 전망이 과대평가 됐다"며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공적 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금융 지원의 직접 이익은 두산중공업 임직원이나 국민이 아닌 채권 만기가 도래한 국내외 채권단과 사채권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멜리사 브라운 IEEFA 아시아 담당이사는 작년 9월 “두산중공업이 매출 하락이 시작된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하며 적자와 주가 하락에 허덕인 이유는 사실상 새로운 시장의 변화 흐름을 읽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환경단체와 멜리사 브라운 IEEFA 아시아 담당이사의 주장이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만으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두산중공업이 최근 수년간 세계 석탄화력 발주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고 국내 매출은 에너지 전환 정책 이후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자료로 세계 석탄화력 최종투자 결정 규모가 2015년 88GW에서 2018년 23GW로 크게 낮아진 IEA(국제에너지기구) 통계를 인용했다.

두산도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에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IHS’의 자료를 인용해 세계 발전 시장의 석탄·원자력 발주액 비중이 2018년 전체의 35%에서 오는 2023년 31%, 2028년 28%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 실적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은 두산건설의 부진이라는 주장이 최근에 자주 회자 되고 있다. 두산건설은 2010년 일산 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를 시작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그룹 지배구조 상 모회사 격인 두산중공업이 2011년 부터 두산건설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돕기 위해 유상증자, 현금 및 현물 출자 등으로 2011년 이후 1조8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원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로 인해 두산건설의 보유지분이 늘어나게 됐고 주식이 하락하면서 손실이 증가했다. 두산건설은 작년 말 상장폐지했고 두산중공업이 지분율 100%로 자회사에 편입하면서 손실을 고스란히 떠 안았다. 상장폐지 당시 주가 등을 고려하면 두산중공업 실적에 반영된 두산건설의 주식 손실액은 7000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수주물량이 감소하고 유동성 위기가 커진 두산중공업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에 결정타를 날리며 수익성 악화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8년 탈원전 선언 이후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원전 핵심설비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하락은 1조2000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 계획에 맞춰 4900억원 상당의 투자가 이뤄졌고, 기자재 보관 비용까지 합치면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만 7000억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향후 원전사업이 국내에서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관련 산업에서의 실적개선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들은 원전사업만 하는 곳이 많아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하는 2차피해에 대해서도 우려가 깊다.

 

어떻게 지원 되나?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으로부터 이미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 받았다. 지난달 두산그룹의 자산매각 등으로 3조 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여져 추가지원이 있었다. .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지난 4일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00억 원을 상환하며 숨을 돌렸다. 올해 두산이 갚아야 할 차입금은 4조2000억 원 규모다. 회사채 1조2500억 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 원, 시중은행 7800억 원, 외국계 은행 3600억 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 등이다.

채권단은 PwC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두산중공업 실사가 마무리 되면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존속 가능하고 유동성 위기를 넘을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자구안을 실사를 통해 면밀히 검토하고 지원자금이 정상 회수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