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안정과 통합의 민주당 만들 것”…朱 “강한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좌)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우)가 국회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좌)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우)가 국회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8일을 끝으로 21대 국회의 첫 원내사령탑 선출 작업을 일단 매듭지었는데, 민주당에선 김태년, 통합당에선 주호영 의원이 원내대표로 각각 당선된 이번 경선 결과를 놓고 향후 정국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與 김태년·野 주호영, 민주당 ‘친문’·통합당 ‘영남’으로 결집?

총선 직후 치러져 촉박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개원 국회의 초대 원내대표란 점에서 의미가 컸던 여야 원내대표 경선이 사실상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세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앞서 민주당에선 지난 7일 원내대표직에 재도전하는 4선의 김태년 의원이 결선투표까지 갈 거란 당초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전체 163표 중 과반인 82표를 얻으며 ‘공룡 여당’의 새 원내사령탑을 맡게 됐고 통합당에서도 8일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5선의 주호영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결선 없이 낙승했다.

비록 민주당은 3자 구도, 통합당은 양자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경선 결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에선 비문으로 꼽혔던 정성호 후보가 9표에 그치고, 통합당에선 수도권 출신인 권영세 당선인이 주 의원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표를 얻는 등 득표수만 보면 민주당은 친문, 통합당은 영남이란 주류 세력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물론 민주당 경선에선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도 나와 72표나 얻었다는 점이나 당선자인 김 의원은 친문이라도 이해찬계로 분류됐던 당권파란 점, 또 통합당의 경우 TK 출신 중진이라지만 주 의원은 친이계에다 비박 복당파 출신이란 점에서 이번 결과를 무작정 당내 주류의 승리로만 바리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경선에서 양당 모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거라 봤던 초선 당선인들조차 민주당에선 친문, 통합당에선 영남 출신 후보를 밀어주는 ‘안정’을 택했다는 건데, 여당은 문재인 정권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총선 압승을 계기로 한층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당내 주류 쪽에 힘을 실어줬다면 통합당은 총선 참패와 차기 지도부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위기 속에서 일단 생존을 위해 당내 지지기반인 영남 출신을 중심으로 뭉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직은 민주당의 경우 최대 180석의 의석을 바탕으로 개헌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법안을 통합당과 협의 없이도 처리할 수 있다는 점, 통합당에게 있어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와 조기 전당대회 중 어느 쪽으로 갈지 당 진로까지 결정할 수 있는 대표직 권한대행도 겸한 채 업무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일찍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여겨졌던 만큼 김 의원과 주 의원의 당선은 향후 정국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당정청 원팀’ 강조한 김태년과 ‘당 재건’ 우선한 주호영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한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좌)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당선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주호영 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우). 사진 / 오훈 기자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한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좌)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당선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주호영 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우). 사진 / 오훈 기자

각자 당내 경선서 과반 득표를 이룬 두 의원은 우선 당선 일성에서부터 자신이 방점을 둔 부분을 분명하게 드러냈는데, 김 의원은 지난 7일 원내대표 당선 수락 연설에서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고 역설한 데 이어 8일 당 의원총회에서도 “청와대, 정부와 더 촘촘하게 손발을 맞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민주당이 강력한 원팀이 돼 국민의 믿음과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문 정권의 ‘레임덕’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총선 압승에 힘입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법안을 처리하는 등 정국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의미로 비쳐지는데, 경선기간 내내 ‘일하는 국회’를 강조해온 김 의원은 8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도 “통합당 원내대표가 뽑히면 제일 먼저 협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자고 제안할 생각”이라며 “결정은 빨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법사위에서 가로막는 일 없도록 법사위의 기능도 제 위치로 되돌려 놓는 일도 시급히 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반면 주 의원은 8일 당선 인사에서 “통합당은 강한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패배 의식을 씻어내는 게 급선무”라며 “우리 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에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내부 수습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임기에 대한 이견 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부터 자신이 공약한 대로 당선인 총회를 열고 의견 수렴해 결론 내야하고,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을 속히 추진해야 하며 미래한국당과의 합당도 빠르게 논의에 들어가야 할 만큼 주 의원이 풀어야 할 당내 과제가 산적해 있는 실정인데, 이 과정에서 일어날 각종 불협화음 역시 진정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대표 권한대행직을 겸한다 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여대야소 형국 속에서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도 해야 하는데다 정부 요청을 받아 여당이 처리하려 하는 3차 추경예산부터 오는 7월 신설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장 임명 문제 등 주요 사안을 놓고도 쉽지 않은 힘겨루기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선지 주 의원은 8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여 협상과 관련해 “의석 수 현실을 인정하고 국정에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겠다”며 민주당의 김 신임 원내대표가 역설한 ‘일하는 국회법’에 대해서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처리할 현안이 많은 만큼 저희도 찬성”이라고 화답하는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주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협상과 관련해선 “18대 때 경험이 있는데 각 당이 주장하며 시간 보내다가 마지막에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번엔) 거대 여당이 상생·협치 국회가 될 절호의 기회”라며 “통상 의회 제도를 가진 나라는 양원제를 운영하는데 우리는 단원제이고 국회의 심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원 구성에 있어서도 그런 점이 소홀하게 돼선 안 된다”고 여당에 당부했다.

◆ 여야 모두 ‘정책통’ 출신 당선돼 기대되나 첨예한 쟁점 많아 우려도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이 선포됐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이 선포됐다.

일단 통합당 원내대표로 주 의원이 당선된 데 대해선 민주당의 김 신임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정책위의장 경험이 있는 ‘정책통’인데다 똑같이 17대 총선으로 원내 입성한 동기란 공통점도 있다 보니 여당 역시 대야 협상에 있어 적잖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협상 파트너가 될 김 의원도 8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매너도 좋으시고 매우 열린 분이자 유연한 분이라고 알고 있다. 통화할 계획”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주 의원이 ‘동물국회’로 치달았던 20대 국회와는 원내전략을 달리하겠다는 듯 경선 토론회에서부터 “사실관계와 논리에 근거해 국민에게 대안을 알리고 이에 맞게 협상을 이끌겠다”고 공언했던 점이나 당선 확정 직후 기자회견에선 아예 여당 원내대표인 김 의원에 대해 “훌륭한 분이라 생각한다. 협상 경험도 많고 정책위의장도 겪으셨기 때문에 아주 잘하실 것”이라고 극찬했던 부분도 여당에서 호응이 나오게 된 또 다른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양측이 풀어가야 할 당면과제들의 특성상 아무리 ‘협상’으로 풀어가려 해도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건데, 당장 원 구성 문제만 해도 ‘게이트 키퍼’ 역할을 겸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20대 국회에선 통합당이 가져가 골머리를 앓았던 탓인지 김 의원은 ‘일하는 국회법’ 처리를 내세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법 폐지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지만 주 의원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 역시 통합당이 법사위를 가져가겠단 의사를 내비쳤을 뿐 아니라 “체계 자구 심사까지 없앤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바로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주 의원은 여당의 일방통행 가능성도 우려한 듯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상생과 협치로 야당을 설득하는 게 훨씬 빠를 수 있다. 소수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국가 운영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여당이 명심해주기 바란다”고 경고한 데 이어 당 안팎서 일부 제기되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맞는 정책이 있다면 어느 정당이든 손 잡고 같이 일할 수 있다고 본다. 동지를 많이 만드는 정치집단이 성공하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세력이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뿐 아니라 통합당은 이날 오전 문 의장과 김 신임 원내대표가 국민개헌발안제 개헌안 처리를 위해 동참할 것을 한 목소리로 호소했었던 국회 본회의에도 끝내 불참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양당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급기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통합당을 겨냥 “아직도 잠에서 못 깨어난 느낌”이라고 꼬집은 데 이어 자당의 원내대표단을 향해선 “의석수가 많이 늘어난 것 뿐 아니라 전체적인 정치 국면이 바뀌었단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여당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할 경우 주 원내대표가 이에 반발해 미래한국당과 합당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별도의 교섭단체를 추진케 하는 등 여러 면에서 여당에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장차 추경 처리부터 사법개혁 등 쟁점사안을 통합당과 풀어가야 할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주 의원을 상대로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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