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호선 상가 작년 10월 말부터 반년 이상 공실
서울 지하철 전체 상가 공실률 31%…“연간 적자규모 커지고 있다” 질타
서울교통공사 “임대료 감면은 불가능…조건 완화해서 사업자 모집 중”

서울지하철 6·7호선에는 텅 빈 점포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사포커스DB
서울지하철 6·7호선에는 텅 빈 점포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서울 지하철 6·7호선 상가 입찰공고가 또 유찰되며 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반년 넘게 공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해당 상가 건물들은 서울시가 세계 최고라 자부하고 있는 서울 지하철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8일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이날 개찰한 ‘그룹별 복합상업공간 임대차(3개 그룹)’ 건이 또 유찰됐다. 해당 공간은 2~8호선 상가 331개소 상가를 A·B·C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입찰을 받았는데 이중 6·7호선 상가가 315개소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해당 상가들에 대한 입찰공고를 내고 있지만 이번 유찰 건까지 합쳐 총 7차례의 유찰을 맛보고 있다.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해 6·7호선 복합문화상업공간에 일부 상가를 추가해 3곳으로 나눠 개별 입찰을 시도했으나 불발됐고, 공간을 5그룹으로 더 나눠 5·6번째 입찰에 나섰다. 임대차 대상 상가도 396개에서 351개로, 기초금액도 5년 919억원에서 813억원으로 낮췄지만 또 유찰됐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도호 의원에 따르면 공사는 지하철역사 내 상가 1725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개별 공실상가 187개와 입찰 중인 상가 341개 등 총 528개가 공실인 상태다. 공실률이 무려 31%에 달하고 연 20억원 이상의 손실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난달 27일 열린 제293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송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여건을 반영한 재감정을 통해 임대료를 인하하고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다양한 상가 임대방식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고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빈 점포들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사포커스DB
빈 점포들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를 반영하듯 7번째 입찰공고에서는 임대차 대상 상가를 331개로 줄이고 기초금액도 5년 694억원으로 낮춰 입찰공고를 냈지만 C그룹 1개 업체 참가에 그쳤다. 경쟁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최소 2개 업체가 참가해야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재공고를 낼 계획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추가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관련법에 의거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익에 비해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중대형상가의 월평균 임대료는 1㎡당 5만4700원이다. 50㎡ 면적인 점포의 경우 매달 274만원 정도를 내는 셈이다. 반면 지하철 상가의 경우 이보다 최대 두 배 이상 비싸다. 점포 입장에서는 매출 대비 임대료가 너무 높아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로 GS리테일은 지난해 지하철 6·7호선 점포 계약 종료로 관련 적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감정평가액을 낮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러 가지 조건을 완화해 사업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상가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입찰공고를 내고 있는데 그룹마다 위치상 사업성이 떨어지는 상가가 있을 수 있다”며 “입찰 받는 쪽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공간의 경우 자체적으로 일부를 철거하거나 시민휴게공간으로 조성하면 해당 부분에 대한 임대료를 감면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기존에는 상가로 입찰을 받을 경우 하나의 업종만 영위할 수 있었는데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복합상가면적을 30% 더 인정해주기로 했다”면서도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도 있는 만큼 C그룹에만 1개 업체가 들어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그룹은 7호선 건대입구역부터 온수역까지의 98개 상가를 포함해 총 109개소다.

앞서 공사는 지난 2013년 ‘지하철 6·7호선 유휴공간 개발 계획’을 통해 상업공간의 70%를 중소상인에게 제공,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계약기간을 기본 5년에서 추가로 5년 더 연장 가능한 조건으로 GS리테일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GS리테일은 중소상인들을 모집해 지하철 6,7호선 406개(6호선 174개소, 7호선 232개소) 상가를 재임대했으나 계약기간동안 발생한 영업 손실을 이유로 기본 계약종료일인 지난해 10월 24일, 재계약 포기의사를 밝히고 퇴점을 결정하면서 406개 상가들의 영업을 중지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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