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거점 배치 이동제약 가능성도 고려요인으로 등장
소재·부품 기업들의 선제적 리쇼어링 움직임

정부, '민관합동 유턴지원반' 출범...유턴기업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69개
산·학, "노동 유연성 확보 등 실질적인 유인책 없는 지원책만 망라"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달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을 출범했다. 나승식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이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달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을 출범했다. 나승식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이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코로나19로 전세계 공장이 셧다운 되면서 제조부문에서 해외로 진출한 기업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해외에 공장을 설립한 기업이 국내로 유턴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제조업의 본국회귀) 이슈가 조심스럽게 다시 점화되고 있다.

정부는 리쇼어링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장점이 있어 작년 유턴기업 선정요건을 완화해 지원범위를 확대하며 기업의 본국 회귀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을 출범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지자체는 침체된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경기 활성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기존 외국기업 유치 등을 수행하는 부서를 확대해 리쇼어링 기업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리쇼어링 당사자인 산업계는 근무시간과 임금에 대한탄력적인 운영과 실질적인 지원이 함께 묶인 매력적인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글로벌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확장 시스템 위험 인식해야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정은미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가 제조업 글로벌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GVC구축이 코로나19 이전에는 생산거점 배치를 시장접근과 비용절감을 중요한 요소로 봤지만 이젠 생물학적 위험과 이동 제약 가능성이 새로운 결정요인으로 등장했다. 전략부문과 핵심산업의 공급망 자립화와 생산기반의 리쇼어링 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한국 제조업의 경쟁 우위를 높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코로나19을 계기로 특정국에 집중된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글로벌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확장에 따른 시스템 위험을 인식하고 자국 내 조달 및 생산 기반의 중요성이 부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올 2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부품공장의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국내 완성차 공장 생산도 멈추는 상황을 경험했다. 국제적 분업 생산체계인 GVC의 불확실성을 확인한 사례다. 이에 따라 GVC 운영방식이 재구조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

지난 7일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GVC 위기 대응 민·관합동 화상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충격보다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클 전망이지만 GVC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국가와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과 성장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가 제조업 글로벌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가 제조업 글로벌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산업연구원

 

■ 국내복귀 또는 국내투자 선회로 리쇼어링 선제대응 나선 기업들

리쇼어링 논의가 시작되기 전 부터 국내 복귀를 선언하거나 해외 투자를 국내투자로 선회한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현대모비스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작년 착공한 친환경차 전용공장이 올해 8월 부터 시범생산에 들어가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울산 소재 이화산업단지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부지 15만㎡ 규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신차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을 짓고 있다. 생산 규모는 연간 전기차 10만대에 탑재되는 핵심부품으로 총 5종의 부품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은 공시를 통해 베트남에 건설하려던 아라미드 생산시설을 울산 공장 증설로 변경했다고 7일 밝혔다. 효성은 베트남 동나이성에 아라미드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핵심소재 생산기지는 한국에 둬야 한다는 경영진에 판단에 따라 울산공장으로 선회했다. 투자규모는 612억8100만 원 수준으로 내년 5월에 공장이 완공되면 아라미드 생산량은 연산 1200톤에서 3700톤으로 늘어난다.

LG화학은 구미산업단지 5단지에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설을 위해 2024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한다.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었지만 구미형 일자리 투자 사업의 일환으로 경북도와 구미시가 제공하는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등의 파격혜택을 제시하자 폴란드에서 구미로 선회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경북과 구미가 제시하는 조건이 워낙 좋았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양극재 공장을 신설할 구미산업단지 5단지 조감도. ⓒ경북도청
LG화학이 양극재 공장을 신설할 구미산업단지 5단지 조감도. ⓒ경북도청

■해외기업 유턴, 포스트 코로나 정책일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서초구 소재 코트라에서 '민관합동 유턴지원반' 출범식을 열었다.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은 ▲산업부 ▲대한상의 ▲광역지자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업종별 단체 ▲코트라 등이 참여한 유턴기업지원 협의체로 민관의 역량을 총동원한 유턴 유치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신설됐다. '민관합동 유턴지원반' 산하에는 실무자로 구성된 실무지원반과 주요 유턴 프로젝트 발굴 시 조직될 프로젝트별 유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지속적인 민관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턴기업 선정 요건은 2년 이상 운영하던 해외사업장 을 청산하거나 양도 및 부분축소를 예정하거나 완료한 기업으로 국내에서 유사업종의 사업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할 기업이다.

정부는 유턴기업 선정요건을 작년 대기업까지 확장하고 부분축소 범위를 기존 생산량 50% 감축에서 25%감축으로 완화했다. 또 올해 코로나19 수출 대책에서도 유턴 기업에 대해 ▲사업장 증설 시 법인세 감면 ▲스마트 공장 우선지원 및 확대 ▲시설투자 지원프로그램 등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국비 100억 원 한도 지방투자보조금, 2년간 최대 1440만원의 고용창출장려금, 해외인력 고용지원, 임대료 산정 특례 및 감면, 금융지원, 해외사업장 청산컨설팅 경비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최초 제도를 시행한 2014년에 20개 기업이 유턴했고 이후 2018년까지 48개 기업(2015~2018년 연평균 7개 기업)만이 선정됐다. 선정요건을 완화한 작년에는 16개 기업이, 올해 4월까지 5개 기업, 총 69개 기업이 유턴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리쇼어링 현상이 증가세에 있다. 산자부는 올해 안에 22개 기업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유턴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함에 따라 발생한 GVC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가적으로는 핵심기술의 회귀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청에 따르면 구미산단 5단지는 분양률이 30%미만이다. 비어 있는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에 임대전문산업단지로 변경을 신청했다. 리쇼어링 기업 등에 대해 최대 50년간 부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뜻. 또 지방세인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방안도 논의중이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투자가 위축 되고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강도가 더하다”라며 “공장 신·증설 때문에 발생하는 기업의 초기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임대전문산업단지를 고민하게 됐고 이를 통해 리쇼어링 기업 등이 부담 없이 입주해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발생하게 되면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리쇼어링 현상의 증가와 정부의 관련 정책 드라이브에 대해 산·학계는 무조건 환영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지원책이 빠진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외에서 실패하고 국내로 들어올 때 유턴기업에 신청해 선정되 사례가 다수 있었다"라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에는 스마트 등의 단어가 포함 돼있는데 이런 지원 보다 탄력적 근로시간운영, 노동 유연성 확보 등의 조치가 없으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면서 "과거 유턴기업 중 대기업은 현대 모비스가 유일하고 요새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LG화학은 엄밀히 말하면 리쇼어링 한 것이 아니다. 대기업 유인책이 없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고 과거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 되는데 반짝 지원책은 있지만 기업이 메리트라 느낄 만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도 기업이 바라는 전향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해외로 나갔는데 노동관련 규제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 놓고 다시 국내로 돌아오라고 하면 어떤 기업이 흔쾌히 돌아오겠는가? 노동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인센티브 확대 및 원활한 물류 이동을 위한 공장부지 확보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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