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연장’ 위한 상임전국위 무산됐지만 전국위엔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 사진 / 오훈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패배 이후 공석이 된 당 대표직을 비롯해 신속히 지도부 교체에 들어가려던 미래통합당이 비대위 체제 전환할지 여부를 놓고 내부 진통을 이어온 끝에 당헌·당규는 일단 기존대로 유지하고 김 위원장은 임명하는 방향으로 28일 결론 냈다.

앞서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뚜렷하게 중론을 모으지 못하자 3선 이상 의원들의 요구 속에 당초 예정에도 없던 당선자 총회까지 28일 개최했지만 점심까지 거른 채 약 200분 간 논의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서 결국 전국위원회로 공을 넘기게 됐다.

그러나 최종 결론을 내기 위한 전국위마저 상임전국위부터 의결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하게 되면서 김종인 체제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잠시 나왔었는데, 이어진 전국위는 재적위원 과반 참석으로 개최되고 비대위원장 임명안도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천신만고 끝에 김 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할 길이 열렸다.

◆ 결론 못 났던 당선인 총회와 무산된 상임전국위…金에 과제 안겨줘

28일 오전에 열린 당선인 총회는 21대 총선으로 3선 고지에 오른 박덕흠, 이종배, 유의동 등 통합당 당선인 11명이 하루 전인 27일 심재철 권한대행에게 전국위 연기를 막기 위해선 ‘당선인총회 선(先) 개최’가 필요하다고 압박한 끝에 받아들여져 개최됐는데, 그래선지 당선인 총회 자체가 당내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찬반 양측을 보여주는 ‘세 대결’ 양상으로 흘러갔다.

3시간 넘게 진행된 당선인 총회에선 비대위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당을 신속히 수습하기 위해 비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라져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초 비대위 체제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던 김태흠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비대위를 반대하는 쪽이 더 많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 같다. 김종인보다 절차 문제 있으니까”라며 “전국위 소집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소위 논의도 없이 (추진하려는) 그런 절차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심재철 권한대행은 총회 직후 “(총회에서) 비대위 갈 거냐, 전당대회로 갈 거냐, 김종인 비대위를 찬성, 반대하는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왔다”면서 “(의견 수렴이) 압도적으로 많지는 않았다”고 김 의원과는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였는데, “당선자들 의견도 소중하지만 지금 (20대 국회) 현역 의원들의 의견들도 소중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여 당선자 총회 분위기 역시 기대한 만큼 쉽게 흘러가진 않은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이날 당선인 총회에선 단순히 김종인 비대위를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선인 총회 전에 김종인 비대위로 결론 낸 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나 비대위는 찬성해도 임기와 권한 논의가 없이 강요한 데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견해 등 절차적 이유를 비롯해 전국위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제각각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종인 체제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세부적인 이유로 당내 의견이 갈라지다 보니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던 기존 당헌·당규를 개정키로 했던 이날 상임전국위원회가 의결정족수로 무산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다만 전국위원회에선 재적위원 636명 중 323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표보다 67표 많은 177명이 찬성하면서 김 위원장 임명안이 통과돼 당선인 총회에서의 갑론을박이나 상임전국위 무산의 의미가 ‘김종인 비대위’ 자체를 완전히 반대한 것은 아니란 당내 분위기를 보여줬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비대위 체제를 전당대회 개최까지의 과도기적 수단으로 내세우려는 당내 중진들의 속셈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 대선 기반 닦겠다는 金, 당선인들 견제 속 ‘당내 장악’ 선결돼야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제4회의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당선인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제4회의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당선인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는 심재철 권한대행은 물론 신상진, 이언주 등 낙선자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 외부 인사인 김종인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반면 정진석, 하태경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3선 이상 당선인과 현 지도부 내 유일한 21대 총선 당선자이자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적극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에서도 이 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그간 통합당에서 문제 됐던 계파적 공식으로 바라보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한층 복잡한데, 하태경 의원과 유의동 의원만 해도 21대 총선을 통해 당선된 단 둘 뿐인 유승민계 의원들인데다 선수까지 3선으로 동일함에도 유 의원은 28일 당선자 총회 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냐, 조기 전대냐’ 하는 논의로 가는 것은 국민들의 삶으로부터 괴리된 느낌”이라며 사실상 전국위 연기를 거듭 주장한 데 반해 하 의원은 전국위 연기에 반대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분명히 지지한 데 이어 같은 날 페이스북에선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당 혁신의 전권을 위임하는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장제원 의원(3선)조차 각자 의견이 사분오열됐던 28일 당선인 총회에 참석한 직후엔 “내가 볼 때 이 정도 되면 리더십 확보가 안 돼 (김종인 비대위) 하면 안 된다. 비대위 추인을 강행하면 시끄러울 것”이라고 이전과는 온도차 있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장 김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저마다 동상이몽 중인 당선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당권을 확실히 잡는 길 뿐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당헌·당규 개정이 이날 상임전국위에 정원 45명 중 17명만 참석하면서 개최 자체가 불발돼 당장 8월 말까지 전당대회를 열기로 한 기존 안대로 유지되면서 김 위원장의 임기가 불과 ‘4개월’에 그치게 됐는데, 김 위원장은 당초 심 권한대행으로부터 ‘2022년 3월 대선 1년 전까지인 내년 3월까지 대선 승리 준비를 마치고 떠나겠다’는 조건으로 받아들였던 만큼 당장 이날 김 위원장의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도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하느냐 마느냐만 남은 상황인데 그건 안 한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이날 상임전국위 개최 무산 직후 심 권한대행이 “당 대표 임기가 8월까지라 이 조항을 개정하려고 전국위 직전에 상임 전국위를 개최하려 했지만 무산돼 당헌당규를 고치지 못했는데 앞으로 이 당헌 개정은 새 비대위원장이 추진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에 공을 넘겼던 만큼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직접 당헌 개정에 나서는 방안도 있지만 추대 형식을 바랐던 김 위원장으로선 스스로 임기를 늘리는 모양새에도 반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권한대행은 전국위 가결 직후 “수락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낙관적 반응을 내놨었는데, 앞서 상임전국위 무산 때문에 정우택 전국위원장조차 개최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던 전국위에선 정작 찬성이 177표로 반대표(80명)의 2배를 훌쩍 넘었을 정도로 김종인 체제에 크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는 데에 고무된 반응으로 비쳐지고 있다.

◆ 金, 당권·대권 도전자들 반발부터 무소속 복당 문제 등 과제 산적

2020년 4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리얼미터
2020년 4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리얼미터

당장 김 위원장 측에서 당헌·당규 개정이 불발된 데 대해 불만을 표하면서 비대위원장직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는 했으나 이처럼 당내 다수가 김 위원장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을 들어 심 권한대행이 설득에 나설 경우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당헌 개정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이 상임 전국위가 또 무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당 쇄신 과정에 있어서도 초반부터 강력한 당권을 행사하면서 일방통행하기보다 당선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취하며 당내 우군을 점차 늘려나갈 필요가 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당선인들 중에서도 그를 견제하거나 도전하려는 다선 출신의 당권 혹은 대권 도전자들의 반발을 억누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권 도전자들의 경우 황교안 전 대표의 퇴장 이후 당내 차기 대선주자가 무주공산 상태가 되다 보니 통합당의 대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김 위원장을 벌써부터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더구나 김 위원장이 이미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기존 대선주자들에 선을 긋고 ‘70년대생 중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을 차기 대선주자로 내세울 의사를 밝혀 유 의원을 비롯해 비판적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비대위원장으로서 풀어야 될 당면과제 중 하나인 무소속 복당 문제 역시 홍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40대 기수론’에 힘을 실으려는 김 위원장으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데, 권성동 등 대권과 관계없는 일부 인사만 허용하자니 괜한 ‘차별’ 논란만 더 키울 수 있기에 이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홍 전 대표의 복당에 찬성하는 목소리는 당 내부에서도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데, 비록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4일까지 전국 2552명에게 조사해 28알 발표한 ‘4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선 홍 전 대표가 7.6%를 기록하며 그가 오차범위 내에서 황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진영 내 대선주자 1위에 올랐다지만 통합당 내 대권경쟁자들에게 있어선 오히려 그가 당 밖에 있는 편이 자신들에게 유리한데다 다른 당선인들에게 있어서도 당내 불협화음 가능성만 높일 수 있어 미온적이란 점에서 그나마 김 위원장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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