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공정위에 불승인 요청
경기도도 ‘엄중 심사’ 공식 촉구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간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와 경기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두 기업 간 결합을 반대하는 취지의 공식 요청서를 제출하고 배달앱 독점 횡포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날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적 지위에 있는 두 기업 간 결합에 대한 소비자 측 의견을 공식 요청함에 따른 것이다. 두 기업은 지난해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갖게 됐다. 지난해 12월 30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며, 현재 심사 중으로 완전한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배달의민족은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 55.7%를 차지하며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각각 33.5%, 10.4% 점유율로 2, 3위다. 지난해부터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의 후발주자가 등장했지만, 점유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할 시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99%를 차지하는 독과점 기업이 된다.
시장을 독점하는 형태의 기업 결합에 대해 자영업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3월 서울, 경기도 및 전국 6개 광역시에서 배달앱 이용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두 기업결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6.4%에 달했다.
결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독점 시장 형성으로 인한 음식 및 배달료 가격 인상(82.9%)’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사업 혁신이나 서비스 향상 동기 저하(46.3%)’, ‘쿠폰, 이벤트 등 소비자 혜택 감소(40.5%)’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소비자 대다수가 사실상 100%를 점유하게 되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기존 배달앱 시장이 더욱 강력한 독점 시장으로 재편돼 가격 경쟁 서비스 개선 등의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기업결합 발표 당시부터 인수합병 이후에도 수수료의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지난 1일 새로운 수수료 체계인 ‘오픈서비스’ 발표해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입점업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이를 철회했다.
두 기업은 합병 이후에도 각각의 앱을 별개로 운영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사업자 간 협조 효과가 크고, 소비자 대부분의 데이터를 함께 관리하게 되는 만큼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에 있어 불가침의 장벽이 될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독점 시장이 더욱 공고하게 형성된다면 가격, 서비스 및 기술 개발 혁신에 대한 경쟁 동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공정위는 심사에 있어 독과점에 대한 법적 규제를 대폭 강화해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 수행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 역시 기업결합에 대해 엄중 심사해 줄 것을 공정위에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우아한 형제들이 주문 유도 할인쿠폰과 최대 50개 가맹브랜드와의 제휴 할인쿠폰 공세를 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건의했다.
경기도는 “이번 요청은 경기도와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맺은 ‘공정한 경제 질서 구현을 위한 업무 협약’에 근거한 것”이라며 “도와 공정위는 당시 입찰 담합 및 중소상공인 보호, 불공정행위 구제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실태 파악을 위한 공동조사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해 12월 27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 4월 7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에 엄정한 기업결합 심사 촉구를 요청하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의 고충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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