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조흥은행에 대한 재실사 결과 은행의 자산가치가 1차 실사 때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밝혀져 조흥은행 매각 협상이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신한회계법인의 재실사 결과 조흥은행의 주당 적정가치는 1차 실사(주당 4600원∼6400원) 때보다 주당 500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신한지주측은 당초 인수가격(총 2조9000억원선)보다 3500억원 가량을 더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신한지주측은 “만약 사실이라면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가격을 깎았으면 깎았지 더 높일 수는 없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측인 예금보험공사측은 “재실사 결과를 감안해 매각가격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매각 가격을 둘러싼 양자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신한지주측 당혹=신한지주측은 지난 4월 23일 “조흥투신(조흥은행의 자회사)의 해외자산 부실과 카드채·가계대출 부실 등이 겹친 조흥은행 자산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신한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신한지주측은 인수자금을 지원해줄 외국 기관투자가로부터 인수가격을 더 내릴 것을 주문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작년에 제안할 당시의 인수가격은 현금·주식 포함해 주당 평균 5500원선이었으나 외국 투자기관에서 요구하는 인수가격은 주당 5000원을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한지주측은 협상을 깨기보다 현금 지급분은 주당 가격을 높여 주고 주식 지급분은 교환 비율을 신한측에 유리하게 조정하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는 작년 말 입찰 과정에서 정부 보유 조흥은행 지분(80.04%) 중 51%는 주당 6150원에 현금을 주고 사고, 나머지 49%는 조흥은행 1주당 신한지주 0.3428주를 지급하겠다는 인수조건을 제시했었다. ▲환영하는 조흥은행 노조=조흥은행 노조측은 이번 실사 결과가 은행의 독자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 것으로 보고 환영했다. 허흥진(許興辰) 노조위원장은 “주당 적정 가치가 1차 실사 때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것은 조흥은행이 부실 은행이 아니라 독자 생존 능력을 가진 우량 은행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번 실사 결과로 정부가 이번 딜(deal)을 없었던 것으로 하는데 한결 부담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갈등하는 정부=정부와 예보는 재실사 결과를 반영해 매각가격을 최대한 올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매각 협상을 성사시키려면 신한지주측의 자금 조달 능력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다. 정부는 또 ‘가격’에 집착하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지난 4월 23일 조흥·신한은행에 대한 장기신용등급(조흥 BB+, 신한 BBB+)에 대한 리포트를 내면서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 조흥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엄포’을 놓았다. 재경부의 일각에서는 주가하락 등의 변수를 감안해 현금과 주식 교환 몫을 합쳐 매각 가격을 2조 5000억원선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조흥은행 노조측의 반발이 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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