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다수결로 ‘김종인 비대위’ 결론 냈지만 金 등판 전부터 후폭풍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제안을 받은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사진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제안을 받은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이후 당의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미래통합당이 현역 의원부터 21대 총선 당선인까지 전수 조사한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김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아직 직을 맡을지 여부가 확정되기 전인데도 당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무기한, 전권’ 등 김 전 위원장이 내놓은 비대위원장직 수락 조건들을 놓고 당 안팎에서 일부 현역의원이나 당선인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등판 전부터 쏟아지는 온갖 견제에도 불구하고 그가 통합당에 들어와 당초 기대했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통합당, 설문조사부터 ‘김종인 비대위’란 결론에도 파열음

비록 김 위원장 비대위 체제가 당내 다수였다지만 지난 22일 최고위 직후 심재철 당 대표권한대행의 “응답자의 과반 넘는 의견이 김종인 비대위”라던 발언과 상반된 목소리가 지도부 내에서 곧바로 나오면서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그간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끄는 ‘관리형’ 비대위에만 무게를 둬왔던 조경태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 체제를 택한 비율이 과반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위원장 체제를 찬성한 이들은 43%였고,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비율은 31%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번 사안을 심 권한대행이 설문조사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불거졌는데, 김영우 통합당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국회 현역의원과 21대 국회 당선자에게 당 사무처에서 전화여론조사를 한 결과, 김종인 비대위로 가기로 했다는데 도대체 당이 이제 집으로 가게 될 최고위원들의 사유물이던가”라며 “아무리 급해도 모여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전화 여론조사라니 참으로 비민주적 발상이다. 21대에 당선된, 또 낙선한 30·40대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나 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텐데 참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심 권한대행을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란 결론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는데, “위원장의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라니”라며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 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라고 덧붙였는데, 급기야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돌아온 조해진 당선인마저 2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비대위 체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다. 또 김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다는 것에 대해선 우려되는 바가 크다”고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 당선인도 심 권한대행 등 지도부를 겨냥 “토론이나 표결은 합의과정이고 결정이 내려지면 그것은 의견이 다르더라도 따라야 하는데 여론조사는 그런 합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데 이어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직을 요구한 김 전 위원장을 향해선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는 전권이란 것은 행사될 수 없는 권한이기 때문에 제대로 역할 하기도 어렵고 좋은 개혁 방안이 있다고 해도 결국 그 실천하는 것은 당선인과 임기가 새로 시작되는 현역의원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金 ‘전권’ 요구에 당내 일각서 반발…자강론부터 당 해체 주장까지

21대 총선을 통해 3선으로 원내 복귀하게 된 조해진 미래통합당 당선인. ⓒ포토포커스DB
21대 총선을 통해 3선으로 원내 복귀하게 된 조해진 미래통합당 당선인.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조 당선인은 “나한테 전권을 주고, 무제한적 활동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는 김 위원장의 발언 자체도 아직 임기도 시작되지 않은 21대 통합당 의원들은 모두 스스로 개혁할 능력도 없고 ‘내가 결정하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이런 표현처럼 들려서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이 있을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이라며 “이번에 초선이 절반가량 되는데 초선부터 포함해 비대위를 꾸리더라도 우리가 책임지고 꾸리고, 우리 스스로 개혁·쇄신·자정하고, 그래서 잘못되면 우리가 책임지고 (해야지) 외부에서 비대위원장 모셔오면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찬가지로 같은 당 김선동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스스로 하는 비대위를 해보자. 훈장님 모셔다 학생들이 회초리 맞는 방식보단 이제 한 번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제대로 된 쇄신이 된다”며 외부 영입보다 자강론에 방점을 두는 입장을 내놨다.

또 무소속 당선자지만 당초 통합당 소속이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겨냥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김세연 의원처럼 당 해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7일만 해도 김 위원장 비대위 체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홍 전 대표조차 이렇게 돌아선 데에는 자신이 출마할 대선까지 김 전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재 마땅한 대통령 후보감도 없는 상태 아니냐. 당을 어떻게 추슬러야 대통령 후보감도 만들어내고 다음 선거에 임할 수 있느냐, 그걸 제대로 준비하는 게 지금 통합당의 과제”라고 발언한 데 이어 홍 전 대표에 대해선 “꿈꾸는 사람이야 홍씨 뿐이겠나. 대권 꿈꾸는 사람은 수없이 많고, 사실 대권 꿈이란 게 꿈꾼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반대로 김종인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도 상당한데, 당내 최다선이 된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일찍이 김 위원장 비대위 체제를 주장한 바 있으며 장제원 의원 역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지도자 공백이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그동안의 경륜과 대국민 설득력, 정치적 내공을 가지고 충분히 감당해낼 것”이라고 김 전 위원장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이밖에 신보라 최고위원도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가 지금으로선 최선”이라며 “외부인사라고 해도 당의 체계에 경험 있고 누구보다 메시지가 명징한 분”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대체로 3선 이상 다선보다 초·재선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 체제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23일 오후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하려는 심 권한대행은 여론조사를 통해 이번 사안을 결론 내린 자신을 비롯한 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김 위원장의 무기한·전권 비대위 요구에 따른 당내 일각의 반발 기류도 의식한 듯 “(김 전 위원장이) 무기한이라고 얘기한 적 있나. 전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나. 전권이 아니라 대표 권한이고 무기한이 아니지 않나”라며 자칫 이번 사안이 내홍으로 비화될까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권한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권한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이란 것은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 무슨 전당대회를 앞으로 8월 달에 하겠다, 7월 달에 하겠다’는 그런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이미 못 박았던 만큼 심 권한대행도 23일 “7, 8월 갖고는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야기를 좀 해 보겠다”고 밝혀 일부 연장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수락 시 마주할 당면 과제는?

일단 김 전 위원장은 이번 통합당 비대위의 의미에 대해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았다. 대선에 들어가려면 내년 3, 4월 이후부터 대선 후보 선정이니 이런 등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권 후보 만드는 것보다도 제대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는 그 준비까진 해줘야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는데, 그러면서도 당장의 당면과제에 대해선 “지금 사실 가서 해야 할 일이 뭐냐면 이번 선거가 왜 이 모양으로 나타났느냐 하는 이 분석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참패한 총선 결과 분석이 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 내달 8일로 예정된 새 원내대표 선출부터 외연 확장하지 못한 채 영남당 수준으로 줄어든 당 상황이나 30~40대 세대교체, 무소속 복당 사안,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관계 설정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 대해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이번 김종인 비대위까지 포함할 경우 8번째에 이르기에 당내 ‘비대위 회의론’도 적지 않은 만큼 각 현안마다 시각차가 있는 당내 여론을 잘 모아가지 못하면 초반부터 당내 도전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무소속 복당이나 미래한국당 문제만 해도 ‘김종인 비대위’를 지지하고 있는 장제원 의원조차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적인 무소속 복당과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을 촉구했지만 같은 날 김 위원장은 “무소속 당선자들은 다들 다선 의원이니까 빨리 (통합당에) 들어가서 자기 나름대로의 위치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으나 그건 본인들 생각이고 실질적으로 당내 사정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검토해봐야 되겠다”고 말한 데 이어 “(미래한국당과) 빨리 합친다고 해서 특별하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발언하는 등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과도 세부 사안에 있어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김 전 위원장도 “가서 일을 하려면 내가 과거에 그런 경험을 안 해 봤으면 모르겠지만 과거 경험상 상당히 말이 많다. 의사가 병든 환자를 고치려고 하는데 환자가 의사의 말에 제대로 순응을 해줘야지 병을 고치지, 환자가 거기에 반항하면 의사가 치유를 할 수 없는 거 아니냐”며 “경우에 따라서 내 판단이 도저히 이거는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는데, 과연 심 권한대행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통합당 쇄신에 직접 뛰어드는 결단을 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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