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로 ‘현금화’…실효성 도마 위
전통시장몰 외에 ‘온라인 사용처’ 부족
1억4500만장 ‘부정유통’…경찰 재수사

재난지원금으로 제공된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 하려는 상품권 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울러 부정유통 등의 논란까지 겹치며 온누리상품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게시된 상품권 판매 글. ⓒ당근마켓 캡처
재난지원금으로 제공된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 하려는 상품권 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울러 부정유통 등의 논란까지 겹치며 온누리상품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게시된 상품권 판매 글. ⓒ당근마켓 캡처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품권 형식으로 제공되면서 이를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에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 이와 더불어 지원금으로 쓰일 상품권 대거 발행을 앞두고, 부정유통과 관련한 경찰 재수사가 착수되며 주먹구구식 행정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당장 월세 내야 하는데…”

23일 본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온누리상품권 등 코로나19 긴급 생활비 명목으로 발행된 상품권을 현금으로 팔겠다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대부분 상품권 액면가 대비 10~20%를 할인해 현금과 교환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상품권 깡’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 영세 상인들 사이에서는 당장 임대료를 내야 하는 등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급된 상품권의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지역 상품권을 받았지만, 실제 거주지와 다르거나 이사·출장 등을 앞두고 있어 사용이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상권을 살리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당장 임대료 등 현금이 급한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재난지원금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자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는 지난 10일부터 정부가 배포한 지역 상품권과 온누리 상품권에 대한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재난지원금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서울시 역시 지원금을 사고파는 행위 적발 시 상품권 거래 정지 및 전액 환수 조치할 방침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상 재난기본소득 등으로 받은 지역 화폐(선불카드·지역화폐카드)를 팔거나 구입하면 최고 징역 3년, 벌금 2000만 원의 처벌을 받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상품권 깡 적발 시 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재난기본소득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세금을 아껴 가처분소득 증대 및 소비 진작으로 중소상공인 매출과 생산을 지원하는 주요 정책”이라며 “재난기본소득 깡은 범죄일 뿐 아니라 주요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턱없이 부족한 온라인 사용처 

그러나 이 같은 재난지원금을 원활하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 온누리상품권은 종이상품권과 전자상품권, 모바일상품권 형태로 발행된다. 이 중 종이상품권과 모바일 상품권은 온라인상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카드 형태로 발행되는 전자상품권만이 온라인 전통시장몰에서 선불카드 결제 방식으로 사용 가능하다. 

본지가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문의한 결과 재난 지원금으로 종이상품권과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자체가 있으나, 이는 온라인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지원금을 받는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쇼핑을 선호하고 있지만, 지원금을 통해 자유로운 온라인 쇼핑은 어려운 상황이다.

선불 카드 형태로 지급되는 전자상품권은 우체국 전통시장, 온누리 전통시장, 인터넷수산시장, e경남몰 등 8곳의 몰에서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전통시장몰을 제외하곤 사용처가 마땅치 않다. 최근 이베이코리아가 해당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며, 유일하게 G마켓과 옥션에서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소진공은 이에 종이상품권과 모바일 상품권도 온라인몰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온누리상품권 결제 서비스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도 있어 향후 다양한 쇼핑몰로 확장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소진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온누리상품권 중 지류와 모바일 상품권을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지자체가 있는 만큼 이를 온라인 전통시장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 중에 있다”며 “이베이코리아와는 카드형상품권을 우선적으로 도입했으며, 모바일상품권 결제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 부정유통에 경찰 재수사 착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온누리상품권은 ‘부정유통’ 도마 위에 올랐다. 상품권 1억4500만 여장이 폐기되지 않고 다시 시중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기부 산하기관인 소진공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A용역업체에 사용 완료된 상품권을 은행에서 수거해 폐기하도록 맡겨왔다.

하지만 중기부 검사 결과 용역업체가 상품권을 폐기했다고 보고한 수량과 금융기관이 제출한 폐기 수요가 최소 677만 여장에서 최대 1억4520만 장의 오차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품권 액면가는 5000원에서 3만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338억 원에서 최대 4조356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재 유통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진공은 지난해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A용역업체를 고발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이를 중기부가 지난달 다시 재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약 3조 원어치 대량 발행되는 만큼 부정 유통 고리를 끊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밝힌다는 취지다.

중기부는 온누리상품권을 폐기하면서 발생하는 잔량을 모니터링하는 등 부정유통을 방지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적발 시 강력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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