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태년·전해철 등 친문계 우선 나서…통합당, 주호영·김태흠 등 3~5선 ‘관심’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전해철 의원과 미래통합당의 김태흠, 이명수, 주호영 의원. ⓒ포토포커스DB
(시계방향으로)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전해철 의원과 미래통합당의 김태흠, 이명수, 주호영 의원.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21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양당을 중심으로 여대야소의 원내구도가 형성되면서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도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의 거대여당으로 거듭나면서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은 물론 국회부의장 2석 중 1석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원내를 장악하게 돼 누가 이 당의 차기 원내사령탑이 되느냐에 따라 정국 향방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총선에 패배했으나 벼랑 끝으로 몰린 보수진영의 운명이 걸렸다는 점에서 여당과는 다른 의미로 새 원내대표 선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져 여기에도 민주당 못지않게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김태년·전해철, 경선 출마 ‘무게’…‘비문계’ 노웅래·안규백 등 가세 여부도 관심

먼저 민주당에서 내달 7일 개최할 원내대표 경선에 이미 출마 쪽으로 무게를 둔 이들은 일단 친문계인 4선의 김태년 의원과 3선의 전해철 의원 등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중진으로서 그간의 경력을 앞세워 원내사령탑에 재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전 의원은 ‘협치 리더십’을 내세우며 출마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친문계라도 전 의원이 ‘친문 핵심’이라면 김 의원은 ‘이해찬계’로도 분류되고 있어 어느 쪽이 더 많은 표를 얻게 되느냐 역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문계에서도 5선이 된 조정식 정책위의장, 4선에 성공한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마찬가지로 4선인 안규백 국방위원장 등이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중진은 아니지만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바 있는 박완주 의원과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윤관석 의원, 우원식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을 맡았던 박홍근 의원 등 3선 의원들까지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 압승으로 민주당의 새 원내사령탑은 20대 국회 때와 비할 바 없는 강력한 원내 주도권과 협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다 보니 이처럼 친문과 비문을 막론하고 여러 의원들이 출마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친·비문 중 어느 계파 출신 인사가 원내대표로 오르냐 여부에 따라 현재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정부와 온도차가 있는 사안들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또다른 인사들인 노웅래 안규백 박완주 윤관석 의원. ⓒ포토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또다른 인사들인 노웅래 안규백 박완주 윤관석 의원. ⓒ포토포커스DB

그래선지 일각에선 친문과 비문 모두 각 계파별 표심이 분산되는 상황을 막고자 실제 경선은 후보 난립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거라 전망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에 초선의원이 85명이나 새로 원내 입성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향배가 원내대표를 결정할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주축으로 구성된 30여명 규모의 당내 연구모임 ‘더좋은미래’ 역시 초선의원들 못지않게 선거 결과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선 여기 소속인 이인영 의원이 이들에 힘입어 원내사령탑에 올랐던 만큼 이번 경선에서도 3선 의원 중심의 더미래 소속 후보군들이 이 의원의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통합당, 지도부 대거 낙선 속 차기 원내사령탑에 ‘관심’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여당과 달리 총선 참패로 충격에 빠져있지만 당장 여당과 논의해야 할 현안, 과제가 산적한데다 현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조차 낙선해 차기 원내지도부 선출 문제를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실정인데, 그래선지 심 권한대행은 20일 “신임 원내대표의 경우 4월 말부터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져 5월 초순에 (선출)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대략적인 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향후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 형태로 가느냐, 아니면 조기 전당대회 쪽으로 가느냐 등 선결과제도 있는데다 총선 패배 때문에 당선인들도 아직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공표하는 데에 있어선 대체로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이미 3선부터 5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선의원들이 물밑에서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중 대구에서만 내리 5선을 이뤄낸 주호영 의원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 대표 대행을 결정하면서 수습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 자연스레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에도 이름이 올랐는데, 이 방송에서 “당이 이렇게 찌그러진 마당에 ‘내가 하겠소’라고 나서는 것은 좀 조심스럽다”고 밝혔던 주 의원은 21일 오후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선 18대 때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고 바른정당에서 원내대표를 해봤다는 경력을 거론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의견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미 한 차례 원내대표를 했었던 5선의 정진석 의원과 현 지도부 중 유일하게 총선서 생환한 조경태 최고위원,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현재 이들 모두 6선이 있는 민주당과 달리 당내 최다선으로 꼽히다 보니 원내대표보단 국회 부의장이나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정진석 의원과 김기현, 서병수 당선인. ⓒ포토포커스DB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정진석 의원과 김기현, 서병수 당선인. ⓒ포토포커스DB

또 이들보다 선수는 낮지만 이번 총선으로 4선 중진이 된 이명수 의원과 무소속으로 4선을 이룬 권성동 의원은 공개적으로 통합당 원내대표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3선 중에선 김태흠 의원이 출마의 뜻을 드러내는 등 일찌감치 경선 레이스에 뛰어드는 행보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2018년 울산시장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이번 총선을 통해 4선 중진으로 금의환향한 김기현 당선인과 영남권 3선인 김도읍, 박대출, 윤재옥, 조해진 당선인은 물론 유승민계 출신인 하태경, 유의동 의원도 후보 대열에 이름이 오르고 있어 10명이 넘는 이 후보군 중 실제로 누가 당선될지 여부에 이미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총선에서 패했음에도 21대 국회에선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함께 통합당이 유일한 보수정당이 되어버린 데다 개헌선 저지 외엔 여당의 일방통행을 막을 현실적 방안이 없어 어느 때보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대여 협상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인데, 이 뿐 아니라 4·15총선 공천 과정에서 과거의 친·비박 구도가 사실상 형해화 되어버린 이후 이제 어느 계파가 21대 국회에선 당내 주도권을 잡을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대내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통합당의 입지가 사실상 영남권으로 좁혀지면서 앞으로 당내 여론 역시 영남권 의원들 위주로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실제로 서울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성중 의원은 20일 의총 직후 ‘영남권이 주요 당직을 차지하면 과거로 회귀될 것이란 우려가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래도 국민 눈에는 그런 쪽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답해 친·비문 등 계파 간 대결로 치닫는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 구도와 달리 통합당의 경우 지역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야당의 동의 없이도 법안 처리가 가능해진 여당을 마주하게 된 입장에서 20대 국회 때처럼 투쟁력 위주의 강성 원내대표보단 이번엔 계파나 지역을 막론하고 민주당과 가급적 협상, 조정해나가는데 유능한 인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일단 심 권한대행이 “신임 비대위원장과 얘기해야 해 (원내대표 선거) 날짜를 확정할 필요는 없고, 5월 초순 정도로 윤곽 잡고 있다”고 밝힌 데 비추어 먼저 비대위 문제부터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돼야 원내대표 경선은 실질적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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