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는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해야
법치주의 지키려면 탄핵 인정해야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궤멸로 증명됐다
공감과 배려의 자세...포퓰리즘은 배격하되 이웃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구축
“우파는 법 지키고 세금 내고 아들 군대 보내야”...책임과 품격 없이 국민지지 못 얻는다

선거는 전쟁과 성격이 비슷하다. 전쟁은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승자에게는 백 가지의 승리 요인이, 패자에게는 백 가지의 패배 요인이 있다. 패자는 조용히 상처를 어루만지며 와신상담을 꾀할 일이지, 상대방 탓을 할 일이 아니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4.15총선의 승패가 갈렸더니, 우파 보수의 궤멸에 가까운 패배에 여기저기서 승패 요인을 분석하느라 요란법석이다. 정작 와신상담을 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는 뒷전이다. 그런 모습에 국민들은 더 눈살을 찌푸린다. 집이 크게 무너졌으면 기반부터 다시 살펴야한다. 기둥을 손질하고 벽만 보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4.15총선 이후 우파 보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첫째, 우파와 보수의 가치 정립이다. 우파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는 우리 헌법이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기번은 “자유는 우리 본성의 첫째 축복이다”라고 공언했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발생한 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영국은 ‘정치적 자유, 경제적 자유’에서 가장 앞서 있었다. 삼권 분립을 주장한 몽테스키외는 “나는 유럽의 나머지 지역과는 거의 닮지 않은 나라에 와 있다. 이 민족은 열정적으로 자유를 사랑하며 모든 개인은 독립적이다.”라고 영국을 평가했다.

자유는 규율과 함께 가야한다. 무조건 시장에 맡기고 무조건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는 ‘자유절대주의’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규율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게 옳다. 그게 바로 ‘법의 지배(rule of law)’이고, 우파 보수가 헌법 가치를 중시하는 근거가 된다.

4.15 총선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했던 우리공화당(0.74%)과 친박신당(0.51%)의 비례득표율은 미미했다. ‘탄핵의 정당성’이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문을 보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이라고 되어 있다. 우파 보수라는 것은 헌법이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킨다는 것으로,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법의 지배’를 부정하는 것이며 진정한 우파 보수임을 부정하는 게 된다. 우파 보수의 새출발은 결국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면서 법치 즉 ‘법의 지배’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공감과 배려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유는 어떠한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뿐만 아니라 내 이웃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약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 이웃에 가난한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도둑과 강도가 들끓는 세상에서는 내 안전도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포퓰리즘과 사회안전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포퓰리즘은 나라 곳간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퍼주는 것인 반면, 사회안전망은 내 세대는 물론 내 후손까지 먹고 살 것을 거덜 내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전 대표가 “1인당 50만원을 전 국민에게 주자”는 말은 우파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와 전혀 맞지 않는다. 우파 보수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퍼주기는 안 되는 것이다. 나라별로 구분하자면 포퓰리즘은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방식이고, 사회안전망은 북유럽 방식이라고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셋째, 우파 보수는 책임과 품격을 중시해야 한다. 소설가 김훈은 과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보수는 법 지키고 세금 내고 아들 군대 보내는 거야." 그가 말하는 우파 보수에 대한 정의는 '책임'이었다. 불행하게도 21세기 들어 우파가 배출한 두 대통령 중 한 명은 군대 면제였고, 다른 한 명은 여성이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다. 4.15총선을 지휘한 황교안 전 대표도 군 면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파 보수가 책임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우파는 대체로 점잖고 품격 있는 표현을 쓰는 반면, 사회를 급진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좌파는 전투적이고 과격한 표현을 쓴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파에서 막말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전 당대표도 ‘막말’이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그러한 자세로 국민 호감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골통 극우 유튜버들과 수준 낮은 정치평론가들의 소음도 엄청났다. 그들은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막무가내 비난’으로 일관했고, 여기에 극렬 지지자들이 반응했다. 그들은 ‘샤이 보수’ 운운하며 미래통합당이 130석 이상은 얻을 것이며 심지어 승리한다고 열을 올렸다. 총선 대패가 결정된 이후에도 이들은 ‘총선 패배의 원인 분석’이라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방송을 해대고 글을 올린다. 이렇게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바로 우파 보수를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최소한 당분간만이라도 입을 닥치고 있는 게 예의 있는 자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미운 존재에게는 다시 눈길을 줄지 모르지만, 싫은 존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SNS에서도 ‘악플’보다 더 나쁜 게 ‘무플’이란 표현이 있듯이. 그런데 미래통합당은 '그저 싫은 존재'가 됐다.

좌파들이 독주하는 나라는 세계 역사에서 대부분 비극적 결과를 맞이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우파 보수는 궤멸하면 안 된다. 이러한 우파 보수가 재건할 길은 ‘우파의 가치, 공감과 배려, 품격’을 회복하는 것뿐이다. 부서진 집은 기반공사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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