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김형오 공천·피상적 통합 등으로 참패…민주당도 영남 대패에 웃지 못해

16일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좌)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우)이 각자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16일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좌)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우)이 각자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로 외신의 이목까지 집중됐던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과 야권의 참패라는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그 이유를 놓고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단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의 패배 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비례정당은 물론 범여권 계열 군소정당들까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색하게 예외 없이 부진하면서 일부 외신에선 코로나19 위기 속에 유권자들이 ‘안정’을 택하고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다만 단순히 여당을 지지하고자 유권자들이 몰표를 줬다고 보기보단 야권이 패배한 데에도 각기 다른 이유가 있는데다 여당 역시 영남권에선 20대 총선보다 후퇴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데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에도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더구나 16년 전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달성이란 성과에 도취했다가 결국 역풍을 맞았던 과거도 있었던 만큼 민주당 역시 국회선진화법까지 의식할 필요 없을 정도인 180석이란 역대급 결과에 당장 환호하기보다 한층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시사포커스>는 이번 선거가 누구도 기뻐하기 어렵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봤다.

◆ 미래통합당, 공천 파동부터 국민 공감대 형성 못하며 패배 자초

민주당의 180석 압승에는 열린민주당이나 정의당 등의 난립에도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거의 없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여러 차례 자충수를 두면서 중도층을 끌어오지 못한 것은 물론 일부 보수마저 등을 돌리게 공천 파동을 일으킨 데에도 원인이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그간 5·18부터 세월호를 비롯해 여러 주제로 막말 파문에 휩싸였던 김진태, 차명진, 민경욱, 이언주 등이 낙선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막말 심판’으로 보기도 하지만 수도권과 충청권 등 막말 여부와 관계없이 통합당 후보들 상당수가 낙선한 점이나 대여 저격수로서 줄곧 정부여당을 향해 강경 발언을 이어왔던 장제원 의원의 경우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이기도 했던 부산 사상구에서 또다시 당선됐기에 총선 변수 중 하나로 꼽혔던 막말을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보기엔 과장된 바가 없지 않다,

비록 김 의원이나 이 의원은 강원도와 PK라는 통합당 다승 지역에서 패배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도 있을 수야 있겠지만 차명진, 민경욱 후보를 놓고 선거 직전까지 번복이 이어진 공천 관련 혼선 등이 보수 표심 이탈에 한몫 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차 후보와 민 후보의 발언이나 후보로서의 적절성을 논한다기보다 20대 총선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선적 공천으로 선거 참패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공천 잡음을 해결하지 못한 채 막판까지 ‘선거를 뛰는 선수’인 후보 문제로 불협화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총선의 중심에 이 위원장이 있었다면 이번 패배에는 사천 논란 끝에 중도하차했던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공관위가 후보 경쟁력을 우선하지 않은 공천을 했다는 점은 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등 공관위에 의해 잘려나갔던 중진급 인사들 대다수가 무소속 출마로 금의환향한 이번 결과를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수도권 승리를 위해 김 위원장이 야심차게 내세운 한강벨트도 황교안 대표의 종로, 나경원 의원의 동작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광진을, 심지어 ‘윤건영 자객공천’이라던 김용태 의원의 구로을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참패로 끝나면서 20대와 마찬가지로 민심과 동떨어진 공천 결과였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외형상이나마 중도·보수통합을 내세우고자 10명도 안 되는 유승민계나 구 안철수계 인사들을 끌어들여 ‘통합당’이라고 당명까지 바꿨으나 이혜훈, 오신환, 지상욱, 이준석, 진수희 등 유승민계 대부분이 낙선하고, 안철수계는 아예 이동섭, 김삼화, 김중로, 김수민은 물론 구 안철수계인 국민의당 출신 문병호, 김영환, 김철근, 장진영 후보에 이르기까지 모두 패배하면서 어느 유권자에게도 ‘통합’으로 비쳐지지 않은 공천이었다는 지적 또한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마저 16일 총선 관련 기자회견 직후 공천 문제로 패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다 잘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으로 거쳐 오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별로 노력한 흔적을 보이지 않고 계속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는 점에서 향후 통합당이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야 하는지 분명히 시사해주고 있다.

◆ 오열한 정의당과 소멸한 민생당…준연동형 法에도 부진한 군소정당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모두발언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모두발언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거대양당 중 한 축인 통합당의 참패 외에 이번 총선에서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첫 적용된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군소정당들이 극도로 부진했다는 점인데, 우리공화당, 기독자유통일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 수많은 보수 성향의 군소정당들이 난립했지만 비례 의석 할당 하한선인 3%를 넘은 곳은 하나도 없었던 데다 여당이 원하는 공수처법 처리 협조를 거래조건 삼아 패스트트랙 처리까지 불사하며 선거법 개정에 ‘올인’했던 민생당이나 정의당 등 범여권 계열의 원내정당들조차 어느 누구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적지 않다.

거대양당이 비례정당 창당 카드를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당초 선거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정의당은 비례정당 투표에서 두 자리 수 득표율도 얻지 못한 채 5석을 얻는 데 그쳤으며 지역구마저 17대 국회부터 꾸준히 얻어온 2석도 지키지 못하고 고작 심상정(경기 고양갑) 대표만 당선돼 20대 국회 때와 다름없는 6석을 얻는 데에 머물렀는데, 기대 이하의 결과 때문인지 급기야 심 대표는 16일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300석 중 2%에 불과한 의석을 갖게 됐다.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충격을 받은 곳은 총선 직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간 3당 통합을 이뤄내며 원내교섭단체가 된 민생당인데, 현역 의원만 20명에 천정배, 박지원, 정동영 등 호남 출신 다선 중진이 적지 않았음에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나오지 않는 불명예를 얻게 되면서 지역민심에만 호소하는 기존 전략이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고, 그동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누구보다 역설했었던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정작 선거법 개정이 무색할 만큼 초라한 성적표에 책임을 지고 16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또 이번 총선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열린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제각각 친문계와 중도층이라는 대상 계층을 분명히 하면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표가 쏠리면서 열린민주당도 3석에 그쳤고, 국민의당 역시 3석만 얻으면서 현역인 권은희 의원조차 턱걸이 당선돼 통합당 후보로 나온 안철수계 출신 후보들의 참패에서 보여주듯 ‘안철수 효과’마저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열린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총선을 앞둔 촉박한 시점에 급히 창당해 3% 하한선을 넘어 원내정당이 됐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는 목소리도 일부 없지 않으나 군소 비례정당들의 득세가 아니라 기성정당들의 우세란 비례투표 결과가 나온 만큼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본부장은 1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참패에 변명의 여지가 없고 대안세력으로 인정 받지 못한 핵심 원인은 혁신의 부재에 있다. 국민의당은 스스로 다시 한 번 돌아볼 것”이라고 자성의 입장을 내놨으며 열린민주당의 정봉주 전 의원도 기대했던 8석에도 못 미친 데 책임지고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났다.

◆ 압승한 민주당도 안심 일러…독자적 법 처리 가능해 ‘책임’도 커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열린 마지막 선거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열린 마지막 선거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편 이번 선거에서 180석의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원내 의석 3분의 2를 차지하는 거대 여당으로 자리 잡으면서 개헌을 제외하곤 국회선진화법에 개의치 않은 채 독자적인 법안 처리도 가능해져 향후 정국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의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한층 커졌다.

또 호남에서의 압승 외엔 수도권 일부 지역이나 충청권에서 경합지역이 적지 않았고, 영남권에선 통합당이 대부분 완승하면서 낙동강벨트에 전략적으로 투입한 김두관 후보조차 통합당 후보와 접전 끝에 신승할 정도로 과거보다 크게 후퇴한 성적표를 얻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게 됐다는 외신의 평가와 별개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가장 큰 사망자가 나온 대구·경북 민심은 정부여당의 코로나 지원금 발표로도 돌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를 보여주듯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선대위 회의에서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스스로 선거결과에 놀라면서도 “국정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더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문 대통령 역시 같은 날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겸허하게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같은 행보는 전임 박근혜 정권이 여당 과반이란 구도 속에서도 여론의 압박 끝에 탄핵 당하고 무너진 바 있는 만큼 정권 후반기를 맞은 문 대통령도 레임덕 없이 차기 정권 역시 자당에서 창출하겠단 심산으로 읽혀지는데, 과연 21대 국회가 열리면 원내 다수를 앞세운 독단적 국정운영 아니라 야권과 협조해 풀어나갈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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