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경쟁 해결하려면 별도 광고정책 개선안 필요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해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배달의민족 정률제 개편, 구조개선 안하면 또 반복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우아한형제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배달의민족 정률제 개편, 구조개선 안하면 또 반복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우아한형제들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최근 정률제 수수료 체제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가 철회한 것과 관련해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협의체가 아닌 입점 업주와 거래조건 등을 상시 협의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14일 ‘배달의민족 정률제 개편, 구조개선 안하면 또 반복된다’라는 논평을 내고 배달의민족이 관련 중소상인, 배달노동자 등과 거래조건 등을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앱을 통해 발생한 매출 5.8%를 거둬가는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 정액제 수수료인 ‘울트라콜(건당 8만 원)’이 가맹점 간 광고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 도입한 체계였으나, 오히려 업주 부담을 늘리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0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오픈서비스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픈서비스 도입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정률제 개편이 월 매출 465만 원 이하 저매출 점포 수수료 부담이 낮춰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가맹점 당 울트라콜 깃발 개수를 3개로 가정하고 요금제 개편 전후 수수료 부담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구간에서 수수료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월 매출 465만 원을 버는 업주가 기존 울트라콜을 이용할 경우 월 수수료는 부가세 포함 26만4000원이다. 그러나 오픈서비스로 옮기게 되면 26만9700원으로 소폭 증가한다. 매출이 큰 업주일수록 수수료도 늘어난다. 1000만원을 버는 업주가 울트라콜을 사용할 경우 똑같이 26만4000원이지만, 오픈서비스를 도입하면 58만 원으로 수수료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참여연대는 “영세자영업자 부담을 줄여주고자 했다면 정률제 개편이 아니라 저 매출 점포에 대한 수수료 지원 등 별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맞다”며 “경쟁에 내몰린 점주들이 10건, 20건 울트라콜 서비스를 써왔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는 과도한 광고 경쟁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을 미미하게 완화해 주는 것일 뿐 수수료 부담 완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률제 개편안을 내면서도 점주들과는 계약조건에 대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본지 취재 결과 업주들은 배달의민족에게 오픈서비스로 옮길 것을 통보받았다. 기존 울트라콜을 유지할 경우 앱 내 노출 빈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오픈서비스를 택했다는 게 업주들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점주들 입장에선 광고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방적인 수수료·광고 정책 변경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배민과 소비자 간 관계는 선택 영역이지만, 배민과 점포 간 관계는 불공정하게 굴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한번 통용되면 다른 대체수단을 쓰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이미 거대해진 플랫폼 독과점 사업자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피해가기가 어렵다. 특히 배달의민족 경우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배달앱 시장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예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엄청난 소비자 할인 정책을 통해 배달대행이나 직접배달 시장까지 고사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영역에서는 ‘대규모유통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안을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계약의 구체성·공정성·사전협의 등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와 관련해서는 이 같은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유럽에서는 거대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2019년 이사회 규칙’을 제정, 곧 시행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인터넷 오픈마켓들과 입점 중소상공인 간 불공정거래가 빈발하자 국회에 ‘사이버몰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 핵심인 수수료·광고 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계약 협의 내용이 빠져있어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참여연대는 “배달의민족의 오픈서비스 전면백지화로 당장 논란은 줄어들겠지만, 독과점 기업 경제력 남용과 일방적인 거래 조건 변경 문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정률제 개편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배달의민족이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적인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면피성 협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반복되는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플랫폼 기업과 중소상인, 배달노동자 등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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