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망’ 시각차 속 여야 한 목소리 ‘겸손’ 모드…‘망언 논란’도 파장 일까 진화 나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서초구 반포3동 사전투표소에서 줄을서서 투표소로 입장하는 모습. 사진 / 강종민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서초구 반포3동 사전투표소에서 줄을서서 투표소로 입장하는 모습. 사진 / 강종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15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바지에 이른 여야의 선거전도 한창 격화되고 있는데, 큰절부터 혈서에 이르기까지 유권자들을 향해 절박하게 표심을 호소하는 후보들의 모습부터 폭로전과 고소·고발, 막말 등 경쟁후보와 격한 공방을 벌이는 모습까지 그야말로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1일까지 치러진 사전투표에 예년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참여하면서 그 결과를 놓고 각 당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거나 누가 유리한 상황인지를 놓고도 서로 엇갈린 목소리가 시시각각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여전히 적잖은 지역에서 박빙의 승부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자칫 사소한 사건으로도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중도층 동향에 촉각 세운 여야, ‘자세 낮추기’와 ‘자신감’ 이중행보

일단 경합지역에서의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여야 모두 몸을 낮추기 바쁜 모습인데, 먼저 여당에선 지난 1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발언’을 진화하는 데 진땀을 쏟았다.

앞서 유 이사장은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범진보진영 180석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발언을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통해 주장한 바 있는데, 당장 야권에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며 ‘여당 견제론’을 역설했고 민주당에선 ‘오만하다’는 인상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쪽과 가깝다고 알려진 논객이 빌미를 줘버렸다. 보수언론은 바로 오만한 여당을 제기하며 견제 프레임을 작동시키고 총궐기 할 것”이라며 “과반은 쉽지 않다고 일관되게 얘기해왔다. 모두들 제발 3일만 참아 달라”고 섣불리 예단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긴장을 늦추지 말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국민께 한 표를 호소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린다. 선거란 항상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당부했으며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최배근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유 이사장은 선거 전망에 대해 맞힌 적이 거의 없다. 과반 의석만 달성해도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런 가운데 야당에서도 발언 배경에 차이는 있지만 여당 못지않은 ‘자세 낮추기’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진복 통합당 선거대책위총괄본부장이 일찍이 지난 10일 선대위 회의 직후 “목표가 130석이라고 얘기했는데 과연 130석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급기야 13일엔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이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주말에 자체 여론조사나 판세 분석을 해보니 너무나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대로 가면 개헌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여권 일각의 ‘180석 전망’과 관련해선 “주말을 거치기 전까진 과장된 얘기일 수 있다고 봤는데 오늘 전략적 판단을 해보니까 과장이 아니다.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국민들이 아셔야 할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여당이 180석~200석을 가져간다면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기회를 잃을 것이다. 통합당이 여러 가지 부족해도 견제의 힘은 주셔야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거듭 자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나친 저자세는 자칫 승패가 기운 것으로 유권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없지 않았는지 여야 모두 당내에서 상반된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 민주당에선 지난 9일 이 대표가 정태호·유기홍 후보를 만나 “이번에 민주당이 제1당 되고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과반을 넘겨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승기를 잡았다”며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더불어시민당 비례 의석만 17석 넘으면 제1당은 틀림없고 어쩌면 16년 만에 과반을 넘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통합당에서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3일 충북 충주시 공용버스터미널 앞에서 지원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위원장의 ‘개헌저지선 확보 위태’ 발언에 대해 “누가 그런 얘기를 해요. 엄살떠느라 그랬겠지”라며 “결과를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일축했는데, 비록 여야 모두 비슷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선거일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은 ‘자중론’, 통합당은 심판론이 아니라 ‘견제론’을 펴고 있다는 데에서 현재 판세에 대한 양측의 온도차는 일부 있지만 양측 모두 자당의 고정 지지층보단 외연 확장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가 결국 승패를 가를 것이라 보고 있어 막판 부동층 표심 향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 여야 막론하고 나오는 ‘설화 논란’도 총선 최대변수

차명진 전 통합당 후보가 여당 후보 현수막과 관련해 '쓰리섬'이라 표현했던 SNS글(좌)과 과거 논란의 성 관련 발언이 오간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했던 전력으로 도마에 오른 김남국 민주당 후보(우) ⓒ차명진 페이스북(좌), 사진 / 오훈 기자(우)
차명진 전 통합당 후보가 여당 후보 현수막과 관련해 '쓰리섬'이라 표현했던 SNS글(좌)과 과거 논란의 성 관련 발언이 오간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했던 전력으로 도마에 오른 김남국 민주당 후보(우) ⓒ차명진 페이스북(좌), 사진 / 오훈 기자(우)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망언 논란 역시 선거 막판까지 여야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는데, 실제로 지난달 31일 정승연 통합당 후보가 유승민 의원의 격려 방문에 “유 대표께서 인천 촌구석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발언했다가 지역 비하 논란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일 민주당에서도 이 대표가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초라할까”라고 말하면서 똑같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비단 지역 비하 논란에 그치지 않고 ‘성적인 표현’ 관련 발언도 문제 되면서 다시금 정치권이 망언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른바 ‘세월호 텐트 쓰리섬’ 발언으로 징계까지 받았던 차명진 후보는 자신의 과거 세월호 관련 발언에 대해 상대 후보가 ‘짐승’이라 빗대는 데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왔다고 발언하면서 윤리위에서 선거 완주는 할 수 있는 ‘탈당 권유’ 결정을 받는 데 그쳤으나 12일엔 자신의 현수막 위 아래로 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이 걸린 점을 꼬집어 ‘쓰리섬’이란 표현을 재차 썼다가 논란이 재차 확산되면서 소속정당에선 결국 제명 처분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과 관련해 통합당 박 선대위원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판세 분석에서 30·40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주일간 일어나는지 되짚어봤더니 가장 심각한 이슈는 차 후보였다”고 꼬집었으며 황 대표 역시 같은 날 최고위에서 차 후보 제명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뒤 “자제하도록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런 발언한 부분에 대해 최고위가 심각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 바람과 달리 이번 사태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일단 차 후보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 그리고 내일 당에도 재심 청구를 하겠다”고 불복 의사를 표명했을 뿐 아니라 차 후보에 제명 결정을 내린 지도부를 비판하는 일부 당원과 지지자들까지 당 게시판을 통해 격하게 반발하면서 ‘집토끼 이탈’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 반사효과를 기대하던 여당 역시 자당 후보의 과거 발언이 새삼 도마에 오르면서 해명에 나서기 바쁜 모양새인데, 박순자 통합당 후보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남국 민주당 후보의 ‘쓰리연고전’이란 팟캐스트 방송 출연 전력을 꼬집어 “김 후보는 이 방송에서 진행자들의 성 비하 발언들을 함께 웃고 즐기다가 ‘저도 저 정도면 바로 한 달 뒤에 결혼을 결심할 수 있다’고 맞받아치는 등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품평에 참여했다”며 ‘여성 비하’ 망언이란 주장을 펼치자 비상이 걸렸다.

당사자인 김 후보부터 즉각 같은 날 “문제 삼고 있는 발언들을 제가 직접 한 바 없으며 제가 공동 진행자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공동 진행자가 아니라 연애를 잘못해서 상담을 듣는 청년으로 출연했고 다른 출연자의 발언에 대한 제지 등은 진행자의 권한”이라며 “저는 해당 회차 출연 이후 방송을 통해서 연애에 큰 도움을 받지도 못했고, 다소간에 수위가 높아서 부담스러운 내용들 때문에 결국 자진 하차했다. 악의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라”고 입장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이 뿐 아니라 그동안 여당의 비례정당을 자처해온 열린민주당에서도 지난 12일 정봉주 최고위원이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나를 모략하고 음해하고 시정잡배, 개쓰레기 취급했다. 그렇게 말하고도 앞으로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냐”고 막말을 쏟아냈다가 불과 하루 만에 스스로 사과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는데, 이 틈에 진보진영 내 ‘이탈 표심’을 노린 정의당에선 차 후보는 물론 정 최고위원의 발언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거대양당 발 꼼수와 막말의 쓰나미가 정책·비전·정치 품격을 쓸어버리고 있다. 막말 정치를 확실히 퇴출시켜 달라”고 ‘이삭줍기’에 나섰다.

◆ 높은 사전투표율도 변수? 여야 ‘유·불리 계산’ 분주

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 집계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 집계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처럼 몸 사리는 분위기 속에 제각기 상대방 실수를 기회로 삼는 선거 막판 여론전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지난 10~11일 치러진 사전투표 참여율도 선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여야 간 이해득실 계산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사전투표율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인 26.69%의 투표율이 나온 데 대해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의지”라고 해석했으며 통합당에선 “지난 3년 문 정권의 무능과 정책 실패,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자는 민심의 분노”라고 상반된 평가를 내놨는데,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종로가 34.56%로 전국 최고를 기록한 데 이어 또 다른 한강벨트인 동작을이 포함된 서울 동작구가 29.51%, 광진을이 있는 광진구가 27.87% 등 주요 격전지들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을 넘은 것으로 나와 승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각기 계산에 들어갔다.

일단 민주당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이 35.7&%로 최고 투표율, 전북이 34.75%로 2위를 기록하는 등 자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의 투표율이 높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12일 박수현 후보 지원 현장에서 “우리 쪽이나 저쪽이나 다 많이 참여한 것 같다. 본투표 때 어느 쪽이 더 많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통합당 역시 유승민 의원이 “사전투표율이 높은 게 꼭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 안 한다. 사전투표하신 분 중에 저희를 찍으신 분이 젊은 층에도 제법 있다”면서도 “최종 결과는 4월15일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선과 결과를 예단하는 데엔 선을 그었는데,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장군 멍군’ 격으로 상호 공방을 이어가는 여야 중 마지막에 누가 웃게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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