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과 LG, 소니에릭슨이 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구글·야후·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과 애플 같은 PC 기업마저 휴대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또한 보다폰과 같은 통신사업자도 단말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휴대폰 산업의 판도는 한치 앞도 내다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년 간, 휴대폰 산업의 변화를 돌이켜 보면 크게 3단계의 흐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제 1의 물결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의 전환’이다. GSM과 CDMA의 출현으로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노키아가 이를 기회로 모토롤라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제 2의 물결은 ‘컨버전스화’이다. 컬러LCD, 카메라, MP3, 라디오 등이 다기능 컨버전스로 휴대폰에 융합되며 고도화 되었던 시기였다. 지멘스 및 일본 기업이 퇴조하고 노키아와 모토롤라 등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톱브랜드 대열에 진입하였다. 제 3의 물결은‘신흥저가시장의 급부상’이다. 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고성장에 힘입어 저가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저가폰에 강한 노키아와 모토롤라를 부활시킨 변화이다.


이제 다가오는 제 4의 물결은‘소프트화 및 오픈(Open)화’로 전환되는 사업 속성의 변화이다. 이러한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포털 업체와 가전/PC 업체들의 신규 진입 증가로 경쟁이 심화되고, 노키아 등이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사인 LG 및 삼성과 파트너쉽을 맺는 등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단순히 단말기의 진화뿐만 아니라 통신 사업자의 사업 내용에도 일대 변혁을 일으키는 형태로 변화하고, 나아가서는 소비자까지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제 4의 물결’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관련 업계에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환경 변화를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류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할 것이다. ‘제 4의 물결’을 만드는 핵심동인과 이에 따른 리스크를 <그림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 토탈 솔루션과 플랫폼으로
보다폰, TMO, 버라이즌 등의 글로벌 사업자들은 서비스 로드맵을 구성하기 위하여 컨텐츠/서비스사업 기획 부서를 두고 미래 시장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이들 사업자들이 기획한 서비스 로드맵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통신 사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단순한 자체 광고만으로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차별적으로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단말기 업체와 공동 마케팅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통신 사업자도 미래의 킬러 서비스를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유럽에서는 소니에릭슨과 노키아 등이 통신 사업자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2년간의 제품로드
맵, 서비스 로드맵 및 마케팅 로드맵을 사업자에게 미리 제안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며 파트너쉽을 강화하고 있다. 단말기만으로 통신 사업자와 파트너쉽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차별화에 한계에 부딪힌 통신 사업자에게 이러한 비즈니스 제안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말 업체로서는 이제 단말기 최적화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발굴 및 육성하고 전략적인 파트너쉽 마케팅도 제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단말기 업체는 노키아다. 노키아는 수천 개의 제 3 사업자(3rd Party)를 운영하며 노키아 중심의미래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모토롤라도 오픈OS(운영체계)인 Linux와 관련된 제 3 사업자 발굴 및 육성에 작년 한 해에만 3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판매 대상이 단말기 자체만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는점이다. 지난 5월말,「 서울 디지털 포럼 2007」에 참가한 테로 오얀페라 노키아 CTO는 “미래의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사를 넘어 모바일 웹 플랫폼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휴대 단말기 사업보다는‘휴대폰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성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플랫폼 표준 장악’을 통해 휴대폰에서모바일 컨버전스 시장까지 세력을 넓히길 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에 밝힌 S40 플랫폼의 누적출하가 3억 5천만 대를 넘고, S60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의 플랫폼 출하량도 작년에 5천만 대를 넘어섰다. 노키아는 S60 플랫폼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하여 올해 들어 경쟁사인 LG와 삼성을 S60 플랫폼의 핵심 파트너로 지정하였다. 수익성이 정체된 단말기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한 삼성과LG 등 시장점유율 3위 이하 기업으로서는 플랫폼사업의 확대 및 표준화 주도가 어렵고, 제 3 사업자의 발굴과 육성도 비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 하드웨어 차별화 한계 ; 소프트 경쟁 가속화
2004년까지 휴대 단말기의 성장은 디지털화와 신기능 중심으로 표현되는 하드웨어 기능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루어졌다. GSM과CDMA 도입으로 기존의 아날로그 통신이 디지털 통신으로 전환되면서 비용 효율적인 혁신을 가져왔고 컬러 LCD, MP3, 디지털 카메라 등의 고성능 하드웨어 기술은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 휴대 단말기 시장을 급성장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하드웨어적인 차별적 포인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고기능 하드웨어에서 과거와 같은 차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의 주류 시장은 몇 년째5M 화소에서 정체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도 3인치 VGA급 이상으로 진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믿었던 DMB 및 DVB-H의모바일 TV도 기대보다 시장 확대 속도가 늦다. 시장 조사 업체 Informa는 2010년경에도 전체 시장규모가 4,000만 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고기능으로 대변되는 하드웨어를 통한 차별화로 과거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반면, 2006년 소니에릭슨을 급속히 성장시킨 차별 포인트는 편리한 메뉴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LG전자 초코렛폰도 터치 센싱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고, 1억대 이상을 판매한 모토롤라의 RAZR도 하드웨어 중심의 고기능이 아니라 슬림이라는 소프트한 디자인이 성공의 주된 요인이었다.


차세대 성장 모델인 스마트폰의 경우도 하드웨어적인 기능향상 보다는 모바일 인터넷 기능과 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혹은 컨텐츠 서비스가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3년간 휴대 단말기의 차별 포인트는 이러한 소프트한 혁신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 개발 체제와 비용 절감 혁명 ; 오픈 OS 플랫폼
2006년 휴대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급속한 성장과 이를 가능하게 한 플랫폼 기반의 저가폰이였다. 향후 이러한 저가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단말기 제조사뿐만 아니라 통신 서비스 업체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기능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저렴하고 편리한 기본 기능과 서비스만 있는 중저가폰을 요구하는 고객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사업자간의 서비스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면서 사업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여러 단말기 업체와 협업을 하기 때문에 동일한 버전의 서비스를 반영한 단말기에 대하여 같은 품질 검증을 여러 번 수행해야 한다. 이를 표준화하여 한 번의 노력으로 여러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고 서비스를 한다면 그 만큼 비용과 개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는 통신사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표준화된 OS(운영체계)를 사용하게 된다면 업그레이드나 사양을 변경할 때 기존보다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오픈 OS이다. 필요한 사양을 맞추기 위해서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제한된 시장에서만 적용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최근 기술의 발달로 가격대비 성능이 향상되면서 이러한 부분을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가트너는 이러한 시장 규모가 2006년 1억 대 규모에서 2010년에는 4억 6만 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휴대폰의 30%에 해당된다.


이상과 같은‘제 4의 물결’의 3가지 핵심동인은 휴대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경쟁 구도의 복잡화 ; 파워 루키의 등장


2004년 휴대폰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중국 ODM/OEM 제조업체의 급부상에 의한 기존 단말업체의 위기였다.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공격이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과 기술력 없이 낮은 임금에 의존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기존의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파워로 무장한 제 3 세력이 위협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첫째, 전통적인 가전 및PC 업체에서 생산한 단말기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중국의 PC 업체인 레노버의 경우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채 5년도 안되어 중국시장 Top 5 진입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중국 업체와는 달리 기술력과 디자인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중국 고객들에게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인식시키면서 성공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수년 간 MP3 사업을 중심으로 재기에 성공한 애플은 MP3 플레이어 iPod의 성공을 발판으로 스마트폰인 iPhone을 출시하였다. 인터넷 활용이 PC와 유사한 3.5인치 디스플레이와 멀티 터치 센싱 등으로 새로운 폼팩터의 돌풍을 노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뮤직폰을 원하는 애플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1,000만 대 정도의 판매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의 이러한 프리미엄틈새 시장의 공략이 iPod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면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프리미엄 틈새시장에 집중하여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PDA업체를 들 수 있다. 블랙베리로 잘 알려진 RIM사는 최근 몇 년간 50% 이상의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2004년까지는 북미를 중심으로 성장하다가 2005년 이후부터는 글로벌 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확대하고 있다. 푸시투콜(Push to call)이라는 이메일 서비스와 보안 서비스를 핵심 서비스로 차별화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하여, 이후 QWERTY 키보드 등의 편리한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주무기로 통신 사업자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스마트폰 영역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대만의 PDA업체인 HTC에서도볼 수 있다. HTC는 원래 HP의 PDA OEM 업체였지만,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 통신 사업자와 윈도우 기반의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셋째, 통신 사업자의 ODM 사업 진입이다.2006년 9월, 보다폰은 후아웨이와 협력한 3G 폰을 유럽에 출시하여 75만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최근에 이러한 활동을 더욱 가속화하면서 25~30달러대의 초저가폰도 중국 ODM업체를 활용하여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파워 루키의 등장은 중장기적으로 기존 단말기 제조업체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중국 업체와는 달리브랜드와 마케팅을 비롯한 기술력 및 사업 교섭력(Bargaining Power)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 관련 로열티 증가로 수익성 악화 우려


3G 폰 시장의 확대는 언뜻 보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조사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이슈이다. 그러나 매출이 아닌 이익 측면에서 보면 3G 폰 비중의 확대는 일부 기업의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핵심 칩의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노키아와 소니에릭슨과 달리 모토롤라, 삼성 및 LG 등은 과중한 로열티 지불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2G 폰에 지불하는 이들 일부 제조업체의 로열티는CDMA의 경우 5~6%, GSM의 경우 2~3% 정도이지만, 3G 폰에서는 최대 11%까지 확대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였던 차세대 통신 기술 와이브로 마저도 OFDM 기술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퀄컴(플라리온 인수로 특허 보유)에 상당한 규모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이 원천 특허가 없는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로열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노키아와 삼성의 영업이익률 차이 6%p는 로열티 지불률 차이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향후3G 및 차세대 폰 비중의 증가는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로열티 부담이 큰 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외에 단말기 사업 환경의 변화도 기업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첫째, 평균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료비 비중의증가로 휴대폰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로열티 관련 비용이 증가하거나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된다면 그 만큼 수익성은 악화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중심의 단말기 업그레이드로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여 고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감소하고 디자인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소프트한 이슈 중심으로 진화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의 제품 개발이 어려워지고, 로열티 지불부담은 가중될 공산이 크다.


둘째, 지난 2년 이상 휴대폰 성장의 주역이었던 신흥시장의 신규 수요가 교체 수요로 전환되기 시작하는 데다 교체수요도 저가제품이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의 중고가 중심의 교체수요 증가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IT 사업처럼 휴대폰 사업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휴대폰은 제품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경쟁이 더욱 심화됨에 따라 미래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예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 휴대폰 기업들의 실적은 작년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아니 그 이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면 2006년 최악의 실적이 다시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제 4의 물결’이 도래하면서 발생될 위기는 보다 근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단순한 경쟁사의 벤치마킹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새로운 트렌드를 경쟁사보다 빨리 읽고, 창의적인 돌파구를 먼저 찾아야만 휴대폰 시장의 ‘제 4의 물결’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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