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하는 통합당…여야, “두 후보 공천한 황교안 책임”

차명진·김대호 등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막말파동으로 책임론이 불거지는 미래통합당 지도부.[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세대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미래통합당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에 이어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모욕 발언까지 논란이 확산되자 황교안 대표의 공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공천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황 대표의 지도력과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현재 통합당은 ‘나이들면 장애인이 된다’는 등 발언을 한 김대호 후보와 ‘세월호 유족 XXX’ 발언을 한 차명진 후보를 제명처리 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어 “제가 이 당에 온지 열 하루째인데 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면서도 “그래도 제 생의 마지막 소임이라며 시작한 일이고 ‘나라가 가는 방향을 되돌리라’는 그런 목소리가 너무 절박해 다시 나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막말논란에 대해 황 대표도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황교안TV'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황 대표는 “어제 오늘 많은 국민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잘못된 발언에 대해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차 후보의 발언은 어떤 설명으로도 매우 부적절하고 그릇된 인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며 "마음의 고통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황 대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모든 언행을 되돌아보고 진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죄송하다. 더욱 잘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황교안 책임론’ 불지피는 여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통합당이 김·차 후보를 신속히 제명하고 이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여야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책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이번선거가 무참한 막말선거로 변질된 책임은 전적으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있다”고 통합당에 폭격을 퍼부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막말파동이 우발적 말실수가 아니라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다”며 “막말대장들을 모조리 공천한 (황 대표의) 무분별한 공천욕심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 후보는 이미 몇 차례 막말파동 일으키고 당원권 정지처분 받은 상습적 막말 정치인”이라며 “낯 뜨거운 욕설파문 주인공인 민경욱 후보는 몇 차례나 호떡 뒤집개 공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마땅히 이런 인사를 걷어냈어야 할 통합당 공천과정이 막말에 면죄부를 주는 세레모니로 전락했다”며 “한 두 사람 꼬리 자르기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황 대표가 잘못된 공천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는 것이 첫 단추 끼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에서도 이날 김·차 후보 제명에 대해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이들을 공천한 황교안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선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선대위원회에서 “통합당 막말 릴레이에 제명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이유는 공천을 잘못한 정당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공천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황 대표가 그 책임을 져야 할 주범”이라며 “황 대표는 즉각 자신의 막말, 공천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그 직을 내려놓길 충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선대위원장은 “사실 막말로 따지면 황 대표가 최선두”라며 “텔레그램n번방 호기심 발언이야말로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최악의 막말”이라고 했다.

그는 “황 대표야 말로 막말 릴레이의 첫 번째 주자”라며 “제명해야 할 머리는 그대로 두는 용두사미 제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선대위원장은 “같은 잣대라면 제명의 첫 번째 주자는 황 대표였어야 한다”며 “사과해야할 당사자는 사과하지 않고 남의 막말에만 사과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황 대표는 ‘N번방 호기심’ 발언과 신체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바 있다.

◆통합당, ‘황교안 책임론’ 불 끄지만...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여야 정치권에서 ‘황교안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지도부로 향하는 비난의 화살은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최근 막말파동을 일으킨 후보들을 공천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에 대해 “공천 과정에서 제대로 잘 걸러냈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공천이 됐고 이미 지난 상황이기 때문에 공천할 당시에 심사위원들의 책임 문제는 거론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황교안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신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책임을 져야 한다면 공천관리위원회가 져야지 황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황 대표에게 향하는 책임론을 당이 방어하고 있지만 최근 벌어지는 막말 논란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두 후보를 공천한 황 대표의 당내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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