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가게가 앱에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오픈서비스'를 택했다. 사실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 꼭 요즘말로 가스라이팅 같다.” 

매출 대부분을 배달에 의존하는 한 배달 전용 음식점 업주의 한탄이다. 매출에서 수수료를 거둬가겠다는 배달의민족 오픈서비스 등장 후 이 업주는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오픈서비스보다 한참 아래에 노출되는 '울트라콜'을 유지할 수도 없었다는게 이 업주의 입장이다.

배달의민족의 새로운 수수료 체계 오픈서비스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민생 화두로 쓰이는가 하면 잠잠하던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딜리버리히어로(DH)와 결합심사에서 잣대를 엄격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러 논란들을 피해가며 승승장구 잘 나가던 배달의민족 앞에 처음으로 실질적인 위기가 닥친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고정 수수료 방식이었던 울트라콜 단점을 극복하고자,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앱을 통해 발생한 수입 중 5.8%를 거둬가는 방식이다. 

업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플랫폼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매출만큼 가져가는 것은 지나친 ‘갑질’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영세 업체 수수료는 줄어들 것”이라는 배달의민족 주장과 반대로, 결국 수수료가 상승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픈서비스가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깃발 개수로 앱 내 상단을 차지하거나 지역을 독점하던 울트라콜과는 달리, 오픈서비스는 앱 내 ‘랜덤(무작위)’으로 노출돼 비교적 공정하다. 기존 울트라콜과 오픈서비스, 둘 중 아무거나 혹은 둘 다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원하는 수수료 체계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마치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픈서비스가 울트라콜보다 상단에 위치하면서 업주 입장에서는 오픈서비스를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울트라콜을 택한 가게를 찾으려면 ‘서울 마포구 홍대-치킨’ 기준 약 120여개 오픈서비스 업체를 지나쳐야만 한다. 스마트폰 화면 스크롤을 수도 없이 내려야 울트라콜 업체를 볼 수 있다. 즉, 오픈서비스라는 ‘공정한 세계’에 들어오려면 새로운 수수료체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론은 들썩였다. 특히 우아한형제들과 DH 합병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배달앱 시장 90%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서울, 경기도 및 전국 6개 광역시에서 배달앱 이용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우아한형제들과 DH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86.4%에 달했다. 

할인·쿠폰 서비스 선택적 이용을 위해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앱을 중복으로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이 같은 서비스 경쟁은 사라지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가격 경쟁 감소로 소비자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79%에 달했다.

정치권도 반응했다. 오픈서비스를 소상공인 입장을 헤아리지 않은 횡포로 해석했다. 수수료와 광고료를 없앤 공공 배달앱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여야 할 것 없이 비판 논평을 냈다. 이에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독점 여부를 세심하게 살핀다는 입장을 표했다.

사용자들은 앱 탈퇴 및 삭제에 나섰다. 앱 없이 직접 전화로 음식을 주문해 소상공인을 돕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수료 없는 새로운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는 움직임도 여기저기 감지된다. 주문 가격에 상관없이 건당 수수료 1000원을 가져가는 ‘쿠팡잇츠’, 중개수수료를 2년 동안 5%로 동결한 ‘위메프오’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오픈서비스 도입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자체 시뮬레이션도 시행해 나온 수수료 체계로, 입점 상인 52%의 수수료가 낮아지는 효과라고 했다. 그러나 진정 업주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자 했다면 더 공정한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오픈서비스 체계를 철회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부족한 점을 되짚어보며 어떻게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보수한 후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 이제 업주뿐 아니라 소비자와 정치권 모두가 배달의민족의 행보에 주목하게 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해야하는 체계가 아닌 업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공정한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