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중대’ 주장하는 열린민주당…통합당의 ‘제2 위성정당’ 선포한 한국경제당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임을 주장하고 있는 열린민주당(좌)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한국경제당(우)의 모습. ⓒ더불어민주당(좌), 오훈 기자(우)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임을 주장하고 있는 열린민주당(좌)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한국경제당(우)의 모습. ⓒ뉴시스(좌), 오훈 기자(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8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 새 선거법에 따라 치러지게 되면서 이미 35개나 되는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도 자동 개표기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역대 최장인 48cm가 된 웃지 못할 진기록도 나왔지만 득표율 3%만 넘으면 원내정당이 될 수 있어 무수한 소수정당들 속에서 저마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거대정당의 2중대를 자처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 정의당 등 기존 소수당,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낙동강 오리알’ 전락

본래 정당에 ‘2중대’나 ‘위성정당’과 같은 표현은 해당 정당의 존재 자체를 폄훼하는 경우에나 쓰여 왔으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범여권의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문턱을 넘게 된 이후엔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거대 정당들의 움직임 속에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쪽도 비난은커녕 당연한 현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선거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정의당과 같은 기존 소수정당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원내 제1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거대정당들이 각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함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통한 당세 확장은 이제 언감생심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민생당의 경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3개 정당이 합친데다 지역구 의원들도 상당하고 현역 20명이란 원내교섭단체 규모까지 갖췄으나 정의당은 6명 중 단 2명만 지역구 의원일 뿐 4명이 비례대표 의원일 정도로 비례대표 의존도가 커 공수처법 처리에 협조하면서까지 얻어낸 선거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비례정당들의 출현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비례는 차치하고 이번에 지역구 출마를 택한 몇몇 정의당 후보조차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어려워지면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당시 보수야당으로부터 여당의 ‘2중대’란 비난까지 받았을 만큼 밀착했던 과거가 무색하게 이제는 도리어 여당 후보를 향해 맹비난을 퍼붓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인천 연수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정일영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자 7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때 꽃가마 타고 승승장구 하시던 분”이라고 정 후보를 직격했으며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청원성산 수성에 나선 여영국 의원도 6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이흥석 후보를 겨냥 “단일화 불발에 책임지고 창원시민과 시민사회계 원로들에게 사과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정의당이 민주당에 의해 사실상 ‘토사구팽’ 처지로 내몰리게 된 이유는 선거법 개정으로 거대정당 모두 위성정당 창당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데다 이미 미래통합당에서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는 전례를 만든 만큼 패스트트랙에 함께 했던 소수정당들과 갈등을 빚게 된다는 정치적 부담 정도만 감수한다면 민주당 역시 당장 한 석이 아쉬운 상황 속에서 굳이 창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위성정당, 더는 ‘불명예 표현’ 아냐?…‘2중대’ 자처해 상승한 열린민주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좌)과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상임선대위원장(우)이 6일 민주당-더시민 합동 선대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좌)과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상임선대위원장(우)이 6일 민주당-더시민 합동 선대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그런 면에서 그간 원내에서 ‘2중대’ 역할을 해온 정의당과 선을 긋고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정당을 만드는 데 뛰어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손혜원 의원과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한 뒤 다른 길을 모색해온 정봉주 전 의원이 손을 잡고 열린민주당을 창당해 여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임을 자처하면서 어느 쪽이 문재인 정권의 ‘적통’ 비례정당인지를 놓고 더시민 측과 논쟁까지 벌였다.

급기야 민주당이 직접 나서서 더시민을 ‘형제당’이라 칭하고, 열린민주당을 향해선 이해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6일 “지금 우리와 유사 명칭을 쓰는 당이 나와 우리 지지자들의 혼선을 일으키고 있는데, (두 정당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한 데 이어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은 “민주당과 문 정부를 앞세운 참칭 정당”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고,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까지 앞서 지난 2일 총선 이후 열린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 “연합, 합당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아예 선을 그었다.

여기에 열린민주당 창당 주역인 손 의원이 20대 총선 당시 원내 입성토록 적극 도왔던 정청래 민주당 후보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더불어씨’와 ‘열린씨’로 성이 다르다”고 견제구를 던지자 손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임재범과 손지창도 (이복형제지만) 성이 다르다”고 반박하는 등 ‘어제의 동지’끼리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더시민과 합동 선대위 회의를 가진 데 그치지 않고 남녀가 결혼하는 데 빗댄 온라인 포스터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민주당은 최강욱, 김의겸 등 청와대 출신 친문 인사들을 후보로 전면 배치한 뒤 연일 민주당의 위성정당임을 주장하면서 ‘2중대 효과’에 힘입어 당 지지율을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는데, 결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 유권자 2521명에게 조사해 6일 발표한 4월 1주차 비례정당 투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열린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7%P 상승하며 더시민과의 격차를 좁혀나간 반면 정작 여당의 위성정당인 더시민은 동기 대비 8.1%P 하락하며 비례정당 지지율 1위 자리까지 미래한국당에 내줘 민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또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시민이 떨어졌을 뿐 정의당의 비례정당 지지율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그간 공언했던 바와 달리 ‘위성정당’을 창당한 데 대한 일부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렇듯 범여권이 분열하는 데 따른 보수정당의 반사효과도 없진 않겠지만 열린민주당의 경우처럼 설령 ‘공식’ 위성정당이 아니더라도 이를 자처한 비례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경우 총선 이후 정국 구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이들과의 합당이나 연합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점 역시 시사해주고 있다.

◆ 보수판 열린민주당 될까? 통합당의 제2 위성정당이라는 한국경제당

이은재 한국경제당 대표가 7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이은재 한국경제당 대표가 7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TV

이런 기류를 간파해 발 빠르게 나선 정당은 이제 보수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공천배제에 반발해 미래통합당을 탈당한 이은재 의원을 대표로 추대하면서 원내정당으로 발돋움한 한국경제당이다.

한국경제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이기도 한 이 대표는 입당 이후 경제를 모토 삼아 ‘경제전문가’이기도 한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밀착하면서 통합당의 위성정당임을 자처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당 정책발표회에선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을 돕기 위해 출발한 정당으로 최근 발표한 김 위원장의 비상경제 처방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역설한 데 이어 “민주당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2개의 비례정당을 만들어 진보표를 모으고 있어 이에 대항해 한국경제당이 탄생했다”고 밝혀 엄연히 통합당의 위성정당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충북 청주 흥덕에서 국가감염병 방어체계 수립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통합당의 당색이기도 한 분홍색의 정장을 입고 참석한 데 이어 6일엔 서울 노원구 합동 지원유세 현장 역시 동행해 눈길을 끌었는데, 7일에는 춘천시 통합당 강원도당에서 진행된 선대위 회의에도 나타나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경제당은 통합당의 제2비례위성정당임을 자임한다”고 선포했다.

이미 통합당의 위성정당으로 미래한국당이 존재하기에 한국경제당을 ‘제2위성정당’으로 칭한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 같은 선언을 한 이유에 대해 “미래한국당이 있지만 지난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불화와 잡음 때문에 실망한 보수우파 국민들의 표심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보수우파 표심을) 다른 바구니에 담아야 의석수 배분도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자당의 정당기호인 9번을 미래통합당 기호인 2번과 함께 섞어 “‘이구(29)동성으로 문 정권의 폭압에 맞서 싸우고 반드시 이번 총선에 승리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통합당 측은 이 대표의 행보에 당혹스러워 하며 ‘사전협의도 없었던 일방적 행동’이란 반응을 보인데다 김 위원장마저 이날 “왜 왔는지 나는 잘 모른다”고 선을 그었는데, 비록 수위는 낮지만 마치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간 관계를 보여주는 듯해 한국경제당이 통합당의 ‘2중대’를 자처함으로써 현재 지지율 상승 중인 열린민주당과 같은 위치를 보수진영 내에서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더시민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고 있는 열린민주당과 단순 비교하기엔 당장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득표율인 3%선도 한국경제당이 아직 넘지 못했다는 점이나 결속력이 강한 핵심 지지층인 친문계 유권자를 타깃으로 삼아 지지율을 올렸던 열린민주당과 반대로 미래한국당을 찍지 않고 국민의당 등으로 가는 ‘나머지’ 표심을 담겠다며 이삭줍기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 있어 적잖은 차이는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공화당이나 친박신당과 달리 분명하게 통합당의 ‘2중대’를 자처한 정당이 보수진영에서도 출현했다는 점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