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1인당 50만원’ 주장에 ‘전국민 지급’ 내비친 민주당…‘세대비하’ 논란엔 징계 나선 통합당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지도부(위)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지도부(아래)의 모습. ⓒ더불어민주당(위), 사진 / 임희경 기자(아래)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지도부(위)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지도부(아래)의 모습. ⓒ더불어민주당(위), 사진 / 임희경 기자(아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선거일까지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으면서 여야 간 총선 레이스는 나날이 격화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1당을 지키느냐, 빼앗느냐에 서로 사활을 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아예 모든 명운을 건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자칫 사소한 사안에도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양당은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논란이 벌어지는 족족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는데, 지난 5일 자체적으로 양당이 판세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민주당이 134개 지역구를 우세 혹은 경합우세, 통합당은 123~128곳을 우세 및 경합우세로 꼽고 있을 정도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불거지는 이슈나 논란에도 양당 간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선심성 포퓰리즘? 막판 ‘재난지원금 지급’ 경쟁 나선 여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가 무색하게 민주당과 통합당 어느 쪽이든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까지 불사하며 총선에 전력투구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선거일이 점점 다가오자 급기야 양당은 돈 풀기 경쟁에 나서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당초 정부는 긴급재난지원 대책으로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하위 70% 가구’에 100만원(4인가구 기준)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70%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 간 소득역전 현상 발생 가능성과 이로 인한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지자 결국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소득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는데, 이마저도 기준이 될 시점이나 소득하위 70%에 포함된 고액자산가를 제외하는 기준, 맞벌이나 1인 가구엔 불리하다는 점 등 여러 부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도리어 정부여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타격 입은 자영업자들의 건강보험료가 재작년 소득 기준으로 산정된 점을 꼬집어 “올 초 상황 때문에 파산 일보 직전인데 재작년 기준으로 지원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침을 가했는데, 모호한 지급 기준 등으로 인해 역풍이 불 조짐이 보이자 6일 여당인 민주당에선 전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정부여당을 향해 매표행위라고 날선 비판을 해왔던 통합당에서까지 지난 5일 황교안 대표가 나서서 “전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에서도 이에 뒤질세라 ‘전국민 지급’ 논의에 착수하려는 모양새인데, 실제로 이해찬 대표는 6일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재원이 한계가 있어 따져봐야겠지만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국가가 마지막까지 보호한다는 모습을 한번쯤 보여주겠다는 게 당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이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겠다”며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내놨는데,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날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전국민에 지급할 경우 4조원 정도 더 추가된다고 밝힌 만큼 약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작 긴급재난지원금을 총선용 현금 살포라고 비판해오던 통합당에선 여당보다도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한 방안을 내놔 끝내 야당마저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의 포퓰리즘 공약 경쟁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은데, ‘전국민에게 즉각 1인당 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주장대로면 민주당 안보다도 12조원이 드는 25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황 대표가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을 통해 512조원에 달하는 2020년 예산을 재구성하면 된다고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다 앞서 예산 20% 항목을 변경하는 식으로 100조원을 확보해 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임금을 보전해주자던 김종인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메시지와도 온도차가 있는 주장이다 보니 심지어 일각에선 지도부에서 나오는 메시지에 혼선이 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민주당에선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6일 황 대표와 처음 맞붙은 TV토론에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회적 충격(대응), 방역을 위해 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황 후보와 소속 정당은 오락가락했다. 세금을 못 쓰게 하겠다, 추경에 신중해야 한다, 국민채를 발행하자, 100조원 세출을 삭감하자, 50만원씩 국민에게 돌려드리자고 하는데 어느 것이 진짜인가”라고 일침을 가했고, 급기야 통합당 문병호 후보까지 “중앙당에서 메시지 단일화 기조를 유지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당 안팎서 메시지 혼선 지적이 나오자 6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회의 직후 황 대표의 ‘1인당 50만원 지급’ 주장과 관련해 “50만원을 긴급재정경제 명령권을 발동하란 얘기는 내가 말한 100조원 내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며 “정부 예산 20%를 빨리 조정해서 긴급명령을 발동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지 그 자체가 선대위와 지도부 사이에 메시지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대신 진화에 나섰다.

또 통합당에선 자칫 ‘재난지원금’ 프레임에 갇힐 것을 우려했는지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공언했던 ‘국가 감염병 방역체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6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현재의 보건복지부에서 국민보건부를 독립시켜 별도의 조직으로 신설하고 국가방역위원회를 상시 운영체제로 신설하자”고 제안하는 등 새로운 코로나 대책을 내놓으며 지원금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임박하면서 결국 여야 모두 표심끌기를 목적으로 한 선심성 공약 경쟁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 한편으론 양당 모두 여유를 보이지 않고 마치 주고받듯 즉각적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한쪽이 압승을 장담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구도란 걸 반증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선거 ‘부정적 영향’ 줄 설화엔 초강경 조치 내놓은 통합당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6일 당내 일부 후보의 세대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 신속히 수습에 나섰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6일 당내 일부 후보의 세대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 신속히 수습에 나섰다.

그래선지 선거구도에 공약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화에는 더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인데, 지난 1일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선 (신상공개 등)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도마에 오르자 곧바로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n번방 사건 관련자 전원은 일반적 잣대에도 해당될 수 없고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5일 n번방 사건 대책 당정협의를 열고 백혜련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 단장이 “n번방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지금,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몰지각한 발언과 종근당 회장 장남의 성관계 몰카 영상 기각에서 보이는 법원의 가해자에 대한 여전히 낮은 잣대는 또 다른 n번방”이라며 공세에 나섰고, 여파를 우려한 통합당에서도 같은 날 정원석 중앙선대위 상근대변인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번방 사건 TF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면서 “황 대표의 무관용 원칙과 관련해 자당 인사가 유사한 성범죄 사례와 연루될 경우 출당 등 초강력 조치를 통해 정계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초강경 대응으로 맞불을 놨다.

그나마 황 대표가 지난 2일 역대 가장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로 선거를 치르게 된 점을 꼬집어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고 발언했다가 구설에 휘말리자 서울 중·성동을의 지상욱 통합당 후보는 6일 “우리가 열심히 새벽부터 뛰더라도 당 지도부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 나온다면 저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통합당이 지난 4~5일 실시한 자체 판세 분석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뚜렷한 하락세가 나온 데 원인이 지도부의 설화 논란에 있다고 본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선거 전 내부분열로 이어질까 걱정한 듯 6일 황 대표의 ‘n번방’ 실언 등에 대해 “개인적으로 실수하신 거니까 제가 뭐라고 말을 못한다. 앞으로 불일치한 얘기 관련해선 나하고 협의되지 않으면 다른 얘기가 안 나올 것”이라며 “초기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로 직결된다고 절대 보지 않는다”고 수습에 나섰는데, 그나마 잦아드나 싶었던 말실수가 이번엔 지도부가 아니라 출마 후보에게서 나오면서 결국 신속히 초강경 대응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앞서 김대호 관악갑 후보는 6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통합당 서울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60대, 70대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이렇게 발전을 이룩했는지 잘 알고 있는데 30대 중반부터 40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왜 대한민국은 이것밖에 안 되나, 보수수구 기득권 등등 이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60대, 70대, 깨어있는 50대 민주화 세력의 문제인식은 논리가 있는데 30대 중반부터 40대는 논리가 아니라 막연한 정서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발언했다가 ‘세대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표에 치명타가 되는 ‘n번방 발언’ 사태 못지않을 만큼 이번 발언으로 자칫 30·40대 유권자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통합당에선 김 위원장이 같은 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당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30·40대가 우리나라 중추를 이루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아예 김 후보가 성격상 문제가 있다면서 “운동권 출신에다 변신한 사람이라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에 감정적 표현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황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그런 발언이 나와선 안 된다.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김 후보의 징계 및 제명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이 같은 기류에 당초 후보직 사퇴 압박에도 불응하며 맞서던 김 후보도 결국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국민과 30~40분들, 최선을 다하는 통합당 후보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여 일단 내부적으로는 단 하루 만에 논란을 정리했다.

비단 통합당 뿐 아니라 같은 날 여당에서도 이해찬 대표가 선대위 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했다가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라고 표현해 ‘지역 폄하’ 논란에 휩싸였는데, 총선을 목전에 두고도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변수로 출현하면서 선거 결과에 운명을 건 거대 양당 모두 표심을 끄는 공약 못지않게 내부단속에도 어느 때보다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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