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이 선거 승패 열쇠인데...김종인·유승민 ‘진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2일 오전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후문에서 유세차량에 오르기 전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열린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의 ‘효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상 진보진영의 분열을 증폭시켜 민주당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반면 ‘심판론’을 내세워 정부와 여당 때리기에 나서야 하는 미래통합당이 여러 차례 막말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민주당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합당에서도 당 대표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강력하게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논란을 수습해야 할 황 대표가 오히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층 표심 돌리는 ‘막말’

최근 총선을 앞두고 황 대표가 ‘막말’, ‘실언’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성남 은혜의강 이후 잇따라 발생하는 교회 집단감염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주장하거나 ‘대구 봉쇄’ 조치가 없었음에도 “정부의 대구 봉쇄 조치가 무안할 정도로 대구시민들 스스로 자발적 격리 운동을 했다”고 말해 정치권에서 “가짜뉴스 진원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전국민의 분노를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서는 심각성을 간과한 것인지, 성 감수성이 부족한 것인지, 혹은 n번방 사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한 발언을 해 뭇매를 맞았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n번방 가입자들 중 범죄를 용인하고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n번방 등 성착취물 유포방 운영자들은 구속했지만 관련자에 대해선 개별적인 판단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들락날락한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이 필요하지만 호기심 등에 의해 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적절치 않다 싶어 활동을 그만둔 사람들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텔레그램 n번방은 황 대표 말대로 ‘호기심’으로 잠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가입 절차가 복잡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별도의 초청을 받아야 하고 최대 200만원의 암호화폐를 입장료로 내야하기 때문에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다수의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n번방 사태를 황 대표가 단순 호기심으로 언급하면서 황 대표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이 인 것이다.

때문에 황 대표의 발언은 같은 당에서도 지적받고 있다. 같은 당 신보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를 겨냥, “호기심에 잠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온라인공간이니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이 사태를 접근하는 순간 신종성범죄는 오늘도 내일도 다시 어느 은밀한 공간에서 잉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얼마나 치밀하고 은밀하게 관리해왔으면 이렇게 수많은 미성년과 여성들이 갖은 피해를 입고도 그 죄악이 이제서야 만천하에 드러났겠는가”라며 “입법부도 행정부도 사법부도 이런 신종성범죄의 수법에 대해 일벌백계 하겠다는 자세로 바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즉각 황 대표가 이날 오후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부분은 처벌의 양형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적 얘기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n번방 사건의 26만명 가해자 및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적 잣대에 해당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한 황 대표는 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유세에서 “마흔개의 정당이 쭉 나열돼 있는 비례투표 용지를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고 말해 신체비하 논란으로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N번방 사건에 대해 '호기심' 발언이 국민적 지탄을 받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편협적인 사고마저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길다는 것에 불과한 가벼운 종이조차 들지 못해 자신의 권리마저 포기해야 하느냐”며 “공당의 대표라고 하기에는 언행이 깃털보다 가볍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의 계속되는 부적절한 언행에 자당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국민 눈높이와 상식조차 부응하지 못하는 자는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더 이상의 실수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생당에서도 “n번방 방문자들에 대한 경솔한 언급이나 키 작은 국민들에 대한 비하는 황 대표의 공감능력 결여, 타인에 대한 배려심 부족을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며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황 대표의 '갑질 언어'가 반복되고 있다. 말실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통합당의 막말논란이 이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통합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진행자 박창훈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임기가 끝나면 오랫동안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며 “어느 교도소든 친환경 무상급식이 제공되고 있지 않나”라고 말해 막말 논란을 빚었다.

◆막말 논란 나오자 김종인-황교안 ‘번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2일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위원장와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일정에 없는 만찬회동을 하고 있다./ⓒ황교안 캠프 제공.

수도권은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정도로 상황과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다. 역대 선거를 살펴보아도 선거 기간에 나온 막말, 말실수 등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돼 선거 승패를 좌우해왔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 ‘김용민 막말 파문’이 선거 이슈로 떠올라 민주당 전체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때문에 통합당 소속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은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돌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막말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사례가 있기에 수도권 민심에 영향이 끼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수도권은 ‘숨은 표’의 향배에 따라 승패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점도 통합당을 긴장케 하는 요인이다.

조국사태로 이탈한 젊은층이나 중도층들을 이끌어내야 하는 시점에서 황 대표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과 통합당 인사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중도 표심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불리한 수도권 판세를 뒤집지 못한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다. 현재 수도권 판세는 대체로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1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민주당은 총 121개 지역구가 몰린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서울 31곳, 인천 5곳, 경기 40곳 등 76곳의 우세를 점쳤다. 통합당은 서울 6곳, 인천 3곳, 경기 13곳 등 22곳을 우세 지역으로 꼽았다.

이를 의식하듯 중도층을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먼저 수도권 민심을 걱정했다. 유 의원은 2일 마포구 망원시장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14일 밤 12시까지 제발 수도권 민심에 역행하는 실수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황 대표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외연을 중도, 건전보수, 심지어 합리적 진보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나 노력, 홍보가 부족했다”며 “그런 노력을 해야 수도권 젊은 층이 눈길을 준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신속히 나섰다. 김 위원장은 황 대표와 예정에도 없는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황 대표에게 ‘말실수’ 주의를 당부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이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다. n번방 호기심 발언이 논란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신체비하 발언까지 불거지자 서둘러 황 대표를 만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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