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신 패러디 사진으로 ‘액땜’한 박근혜

정치권은 지금 사이버전쟁 중 정치권은 지금 ‘사이버 전쟁’ 중이다. 사이버 공격부대의 ‘패러디 군단’이 정치 사이트를 점령하여 여야간 정쟁 거리를 조성, 장악하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의 공격을 당한 한 의원은 “공격 하는 정도가 ‘테러’를 방불케 한다”며 “그것은 신인류가 만들어낸 제3의 전쟁인 ‘사이버 테러’였다”고 말했다. 사실상 네티즌들 스스로도 ‘어느 편이 더 많이, 더 먼저 점령했느냐’에 따라서 ‘방어에 실패했다’느니 ‘습격당했다’는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사이버 전쟁’을 연상시키게 한다. 사이버 전쟁을 이끄는 전투사로는 ‘논객’과 ‘패러디하는 네티즌’이 있고, 고도의 전략과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때론 논리로 때론 폭넓은 상식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진다. 이밖에도 인해전술과 같은 일반 네티즌들이 사이트 점령에 가세한다. 사이버 전쟁의 전사로 현재 정치권에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지는데 ‘친노 군단’과 ‘반노 군단’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한 번 목표물이 생기면 개인 또는 조직력을 동원하여 목표한 사이트를 정쟁의 장으로 초토화 시킨다. 몸살 앓는 청와대 최근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베드신 패러디 사진’을 한 네티즌이 게시판에 올려 청와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첫비팬'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이 지난 13일 오후 2시43분에 일부 언론의 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논조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영화 `해피 엔드'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박근혜 전 대표가 등장하는 사진을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 게시판에 올렸고, 이를 청와대 관계자가 초기화면에 옮기면서 네티즌들의 공방에 불을 붙이는 동기가 됐다. 문제의 패러디 사진은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에 나오는 베드신 직후의 장면으로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에 박 전 대표의 얼굴을 합성시킨 선정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일부 언론에서 이 사실을 보도,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자 14일 오전 `열린마당' 코너 첫 화면에서 관련 사진과 글을 모두 삭제했다. 박근혜, “청와대가 이런 곳” 이에 대해 다음날 박 전 대표는 "말이 안 되는 한심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오늘 아침 신문을 통해 패러디 사진을 봤다"면서 "보통의 경우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데 청와대가 그 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청와대가) 이 일을 별 것이 아닐 걸로 생각하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한 뒤 "열린우리당과 현정권은 끔찍이 여성을 위한다면서 여성을 보는 시각이 비하적이라는 게 보인다. 위선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청와대가 이런 곳이라는 것이 외국인한테 창피하다"고도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가 패러디 사건과 관련된 비서관과 행정요원을 '문서 경고' 수준의 문책을 한 데 대해선 "그렇게 하는 것이 그 쪽에서 말하는 개혁인 모양"이라며 "이런 정도 대처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봐도 점점 정권의 본색이 드러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끝없는 국론분열과 정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데 지금 그렇게 할 때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특위 운영 및 대여공세 강화 한나라당은 패러디 파문을 여당 공격의 기회로 포착하고 ‘의도적인 정치공작’이라고 반발며 대여공세의 수위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은 비록 패러디 사진을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것은 네티즌이지만 눈에 잘 띄도록 초기화면에 배치한 것은 청와대인 만큼 관련자 문책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 사과까지 요구했다. 또한 여성을 모독하는 내용의 패러디 사진이 버젓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장식'한 데 대해서도 "여성 전체에 대한 모욕과 성희롱"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를 겨냥한 여권의`박근혜 때리기' 전략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다음날 야당의 공세는 더욱 강도를 높였다.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는 `정치테러' `계략' `음모' `범죄행위' 등 극한 용어들이 난무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야당지도자 모독사건을 실수로 치부하고 대충 넘어가겠다는 정부여당은 정말로 부도덕한 집단"이라며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일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의 계략과 책략에 의한 `정치테러'"라며 청와대의 대오각성과 노 대통령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도 "실무자가 임의로 패러디 사진을 편집한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윗선까지 보고된 것인지 철저하게 진상을 가려야 한다"고 가세했다. 전여옥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와대의 홈페이지에 `저주의 굿판'이 벌어지고 음란사이트를 방불케하는 천박한 패러디가 난무하고 있다"며 "새로운 독재정권이 주도하는 천민화를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치도의도 없고 상식도 없어 대응하기조차 민망하다"면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여성 모독적인 행위가 청와대서 이뤄진데 대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청와대가 관계자 문책 등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도 흐지부지하고 있다"며 "당내에서 청와대에 항의하고 여성.시민단체에 호소하는 역할이 필요해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재희 이계경 나경원 이혜훈 의원 등 한나라당 여성의원 15명 전원은 성명을 내고 "말로는 여성정치 발전 운운하면서 뒤로는 인격 모독을 자행하는 행태에 대해 여성들은 분노한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은 국민과 여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패러디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 저질 패러디 진상규명 및 재발 근절 대책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이계경 의원이 맡기로 했으며, 위원회는 남녀 의원 12명 안팎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책임자 징계 요구와 대여공세 자제 촉구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같은날 한나라당에 대여공세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실무책임자 징계와 감독책임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공식 사과하고 열린우리당도 유감을 표시한 만큼 이쯤에서 그만두자는 얘기다. 사안의 성격을 감안할 때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판단인 것이다. 김현미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마치 `딱 걸렸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오히려 정치적 의혹을 받을 수 있다"며 "한나라당으로선 우리가 미안하다고 할 때 거둬들이는 `절제의 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변인도 "정쟁으로 키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대통령 사과 요구는 지나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여성위원회에 속한 의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이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고, 국회 성희롱 발언의 피해자였던 김희선 의원도 "사과한 문제를 가지고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위원회는 이 문제를 `여성정치인에 대한 성적 모독'으로 규정하고 청와대에 실무책임자 징계와 감독책임자 사과를 요구했다. 김 대변인도 "뭐라고 변명하든 청와대가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링크시킨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임 대변인도 "문제의 화면을 보는 순간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더라"며 "인터넷을 잘 아는지 모르지만 정치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비판의 목소리는 청와대가 실수한 일을 갖고 여당이 한 묶음으로 넘어가는 모양새가 돼선 안 된다는 우려로도 들린다. 민노당, 여야 공방 자제...“국민들의 삶은 패러디가 아닌 현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한나라당 박 전 대표 패러디 사진의 청와대 홈페이지 게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과 관련, "패러디물 문제가 거대 양당의 정쟁으로 비약하는 양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비방하고 정쟁하면 행복하십니까"라고 묻고 "한나라당은 '박근혜 때리기'로 간주하며 국회 대정부질문과 당 논평을 통해 청와대를 공격하고, 열린우리당은 부대변인단이 총출동한 듯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등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박 전 대표는 거대 야당의 유력주자답게 넓은 아량으로 쓴웃음 한 번 짓고, 청와대는 담당자 문책과 홍보수석의 정중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했으면 끝났어야 할 일"이라며 "어려운 경제현실에 짓눌린 국민들의 삶은 패러디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 설전으로 한판 한편,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박 전 대표를 패러디한 사진이 게재된 문제를 놓고 야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이해찬 국무총리와 강금실 법무부장관, 지은희 여성부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청와대가 제1야당의 지도자를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흠집내려한 것"이라면서 담당 비서관들의 파면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우선 지 장관에게 같은 여성으로서의 견해를 물었고, 지 장관은 "대단히 적절치 않고 여성폄하적인 패러디로 고쳐져야 한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그 네티즌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삭제 속도가 왜 늦었는지를 알아보고 적법절차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넘어갔다. 이어 박 의원은 이 총리를 상대로 "이번 사건은 국정의 사령탑이라는 청와대가 제1야당 지도자를 상대로 벌인 인권유린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의원은 "이 문제는 분명 간단치 않은 문제"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 및 이병완 홍보수석의 파면 건의를 이 총리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이를 갖고 홍보수석을 파면하기 시작하면 모든 장관들이 다 파면돼야 한다. 상식적인 말씀을 하라"고 일축했고, 박 의원은 "총리가 상식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인권에 대해 그 정도의 상식 밖에 없느냐"고 맞섰다. 이 총리는 이어"청와대 홈페이지는 개방돼서 누구라도 접속할 수 있다"며 "네티즌 중에는 참 별 사람이 다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느끼기에 참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네티즌들이 많이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총리와 박 의원 간에 고성이 계속되자 의석에서는 "이런 답변 듣자고 총리 인준해준 줄 아느냐"(김형오), "총리가 너무 고압적이다"(맹형규) 등 이 총리를 성토하는 야당 의원들의 고함이 터져나왔고, "질문같은 질문을 해야지"(유시민) "과잉 충성하지 마라" "청와대 명예훼손하지 마라"는 등 여당 의원들의 응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총리는 오후 속개된 질의에서 "정부에 있는 사람으로서 야당 대표에 대해 이런 패러디를 하고 여러 가지 불편한 것을 한 데 대해선 사과드린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강금실 장관도 "넓은 의미에서 정치인에게 많이 행해지는 패러디이지만 성적비하가 담겨 있어 이례적이고 문제를 삼아야 할 사건"이라며 "저로서는 1차적으로 조사를 철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패러디 설전'은 오전 본회의 정회 도중 열린 여성위원회에서도 계속됐다.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남녀차별방지법에 의거해 성희롱한 것"(한나라당 이계경), "여성 문제는 여야가 없을 줄 알았다"(민주당 손봉숙)며 여당을 비판하며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으나, 우리당 의원들은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진행시키면 참석할 수 없다" "문광위에서 (야당 의원이 언급한) `아줌마 발언'을 먼저 다루자"며 공세를 피해갔다. 청와대, 공식 사과 이어 담당비서관 직위 해제 이와 관련 청와대는 공식 사과하고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과 행정요원 김 씨를 직위 해제했다. 청와대는 야당과 네티즌들의 관련자 문책과 징계 등을 요구하는 공세가 거세지자 강한 질책과 사과 차원에서 머문 징계에서 지난 16일 저녁 인사위원회를 개최, 민원 처리 지연 건과 홈페이지 운영 건에 관련 관계 직원을 경고 처분했다. 민원제안비서관 이 씨와 사정비서관실 서기관 박 씨에게 비서실장 명의의 경고장을 배부하는 한편, 공석이 된 국정홍보비서관 직무대행에 국정홍보비서관실 정구철 행정관을 내정했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은 정상문 총무비서관에게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과 실무 행정요원에 대해 문서로 강력하게 `경고'하라는 내용의 문책을 지시했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보고를 받고 "실무진이 부주의했으며, 판단이 적절치 않았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종민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사진이 아닌 글을 보고 판단해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 코너 첫 화면에 올렸다는 게 실무자의 해명"이라며 "하지만 오늘 회의에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앞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있어 관련규정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완 홍보수석도 회의에서 "불미스런 실수가 발생한데 대해 유감"이라며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후 이번 파문과 관련 여야 정치권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예상 밖으로 거세지자 오후 다급히 이병완 수석의 공식 사과 표명에 이어 담당비서관인 안영배 국정홍보 비서관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박 의원을 부적절하게 패러디한 내용이 실려 있음에도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하고 `열린마당'에 옮겨 누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공개 사과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신속한 대응은 무엇보다 패러디물의 편집, 게시행위 자체가 변명할 여지없이 부적절한 것이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반 여론이 아주 좋지 않게 흐르고 있고,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의 비판 수위가 예상 밖으로 강했던 데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적 기류가 강하기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행정수도 건설 공방과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 예결특위의 상임위화 논란 등으로 여야간 대치가 날로 첨예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돌출 악재'를 장기 방치할 경우 정국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감안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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