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1400억 원에 인수
롯데제과 제치고 사실상 업계 2위→1위 등극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다. ⓒ빙그레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다. ⓒ빙그레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빙과업계 1위에 등극했다. 이에 해태 제품으로 익숙했던 부라보콘과 누가바 제품에 빙그레 상호가 붙게 됐다. 해태제과도 이번 매각을 통해 부채 비율을 낮추게 되면서 실적 악화를 방어하고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을 얻게 됐다. 

빙그레는 전날 진행된 이사회 결정을 통해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빙그레가 인수한 주식은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인 100만주다. 인수금액은 1400억 원으로 공시했다. 최종 인수 시기는 세부 사항이 확정됨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식품이 올해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1800억 원대로 국내 아이스크림 업계 빅4 중 하나다. 부라보콘, 호두마루, 바밤바 등을 비롯해 여러 인기 아이스크림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해태제과식품은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유치, 전략적 제휴,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했으나 분할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인수를 희망하는 러브콜이 이어져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은 부채 상환과 과자공장 신규 설비 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해태제과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12%, 58.44% 감소한 6900억1966만 원, 145억2036만 원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해태제과 부채 비율은 지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투자가 미뤄졌던 생산라인에도 본격 투자가 가능해져 생산의 효율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과 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시장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사실상 빙과업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인수전까지는 롯데제과가 지난해 3분기 매출액 기준 31%로 1위 였으며 빙그레(29%)는 간발의 차이로 2위였다. 이번 해태아이스크림(16%) 인수로 실질적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태아이스크림 제품 품목은 변동 없이 빙그레가 이어 받는다”며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자사가 보유한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에 법인을 설립한 빙그레는 최근 브라질 법인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시장 확대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제54회 주주총회에서 전창원 대표이사는 “빙그레는 성장과 정체의 분기점에서 현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사업의 변신과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빙그레와 해태제과 주식은 장 시작과 동시에 나란히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빙그레는 이날 정오 기준 29.88%(1만4400원) 상승한 6만2600원, 해태제과는 21.34%(1530원) 오른 87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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