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되자 한국민, 한국기업 사실상 입국금지 조치
일본과 방역협력 하자더니 한국에 진단키트 공급 요청

베트남항공이 오는 3월 29일까지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전면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들이 대부분 취소됐다는 내용이 전광판에 뜨고 있다
베트남항공이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전면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들이 대부분 취소됐다는 내용이 전광판에 뜨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한 일련의 사태에서 한국을 대하는 베트남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 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자 한국인, 한국기업들을 배척하고 일본을 선택했다가, 여의치 않았는지 다시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1988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20일까지 베트남에 677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135개 투자국 중 최대 투자국(전체 외국인 투자의 18.7%)이다. 뒤를 이어 ▲일본 593억 달러 ▲싱가포르 498억 달러 ▲대만 324억 달러 ▲홍콩 234억 달러 순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베트남 전체 외국인 투자의 20.8%(79.2억 달러)를 차지하는 등 한국은 2014년 이후 매년 60억 달러 이상 꾸준히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다. 진출 초기에는 섬유, 의류 등 경공업 위주의 투자를 진행했었다가 2009년 삼성전자가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마련하면서 전기·전자 관련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진출이 증가했다.

이외에도 2014년,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 생산공장, 2015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복합단지, 2016년 LG 하이퐁 캠퍼스, 2018년 효성 화학공장 등 국내 대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중소·중견기업의 동반진출이 확대됐다.

그러나 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자 베트남 항공사들은 지난 2월말 한국행 결항을 결정했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는 지난 2월 29일부로 한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임시 불허하고 사실상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한데다가 한국발 여객기의 경우 대도시와 차량으로 최장 12시간 이상 떨어진 공항 2곳에만 내릴 수 있도록 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하늘길이 끊기게 됐다.

그러자 삼성, LG 등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엔지니어들을 베트남으로 이동·배치해야 하는데 베트남 정부가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예외 없이 2주간의 시설격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완고한 태도에 한국 정부와 박노완 베트남 대사 등의 노력으로 한 달이 지나서야 삼성과 LG가 베트남 공장에 수백명의 직원들을 급파할 수 있게 됐다.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투자 위축을 막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배려’로 예외입국을 허용해 준 것인데, 삼성전자가 베트남 총 GDP 중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배려라는 표현이 무색하기만 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를 통해 삼성과 LG 소속 엔지니어 약 400여명이 전세기를 통해 베트남에 배치됐고, 추가 파견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지난 23일 아베 일본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우한 폐렴으로 인해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경제적 손실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우한 폐렴 통제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질병 예방과 통제에 상호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렇듯 반한친일 전략을 펼친 베트남이 최근 한국 기업들에 우한 폐렴 진단키트 공급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베트남은 뒤늦게 우한 폐렴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3월 31일 현재 확진자가 204명으로 늘어나자 정부가 ‘우한 폐렴 전국적 유행’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베트남 각 지역의 대중교통 운행은 사실상 중지되며 주민들의 이동도 15일간 금지 수준에 가깝게 통제된다.

이에 베트남 보건부는 지난 29일 한국 기업들로부터 5000개의 키트를 제공받아 사용 중이며, 20만개를 추가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트론바이오, 진매트릭스 등은 최근 베트남 등에서 진단키트 공급 요청이 쇄도해 수출을 앞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한국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진단키트 달라고 하는지(모르겠다)’, ‘한국에 우호적인 게 아니라 돈에 우호적인 나라였나’, ‘한국사람들에게 잘해주는 조건으로 제공해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 하노이, 경제 중심지 호찌민에 대한 봉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베트남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