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불법 촬영 및 제3자 선탑 책임 물은 것”
노조 “클레임 당사자 아닌 간부 해고는 노조 탄압”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온라인배송지회가 이날 오전 10시 40분 경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이수암 준비위원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홈플러스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온라인배송지회가 이날 오전 10시 40분 경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이수암 준비위원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홈플러스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온라인배송기사 노동조합 간부가 계약 해지 된 것과 관련해 홈플러스와 노조 간 입장 차이가 팽팽하다. ‘고객 클레임에 대한 조치’라는 홈플러스의 입장과 ‘노조 탄압을 위한 부당 해고’라는 배송기사 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31일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온라인배송지회(이하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의 정당한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이수암 준비위원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홈플러스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 노조 “노조탄압 중단, 부당 해고 철회”

노조에 따르면 계약 해지된 이수암 준비위원은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근무하는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 간부다. 그동안 노조 기자회견에 앞장서며 배송기사들의 열악한 근무 실태에 대한 고충을 알리던 인물이다. 

이 위원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18일. 운송사 측은 맘카페에 올라온 고객 클레임(이의 제기)을 이유로 그를 계약 해지했다. ‘배송기사들이 집 앞에서 동의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글이 맘카페에 올라온 게 문제가 됐다.

지난 13일 한 고객은 자신이 활동하는 맘카페에 ‘배달을 시켰는데 카메라가 찍고 있다면’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고객이 택배를 받고자 문을 열었더니 한 남성이 휴대폰 카메라로 배송기사와 고객 쪽을 향해 촬영하고 있었다는 것. 촬영한 직원은 ‘기사님들 고생하는 것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해당 고객은 물론 홈플러스와도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일이다.

본지 취재 결과 촬영한 직원은 마트산업노조 간부(상근직원)였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배송 물량 때문에 과도한 육체노동에 시달리자, 노조 입장에서 이를 증명하기 위한 자료 수집용으로 촬영을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운송사는 사진을 촬영한 간부 대신 노조 활동에 앞장섰던 이 위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도 배송을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처지를 알리고픈 마음으로 노조 간부를 차에 태우고 함께 다녔다”며 “그런데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시불이행이라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동영상은 삭제했고 고객에게 사과하고 마무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 위원에 대한 부당 해고가 철회되고 업무 복귀할 때까지 홈플러스를 상대로 투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노동부에게는 노조를 탄압하는 홈플러스에 대한 특별근로 감독, 대형마트 온라인배송기사 노동실태 파악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고객 클레임 당사자도 아닌 이 위원을 계약 해지한 것은 노조를 탄압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 문제는 ‘갑’인 홈플러스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홈플러스 “거짓말로 얼룩진 기자회견 유감”

홈플러스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배송기사는 운송사와 계약을 하는 만큼 당사는 이번 계약 해지에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사안을 ‘단 한 번의 클레임’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사 직원도 아닌 노조 간부가 배송차량에 선탑해 고객 개인 정보와 주문 현황을 옆에서 확인했다는 점, 심지어 이를 고객 몰래 휴대폰 동영상 촬영까지 하며 고객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 주거지 노출 등 개인 정보 침해 행위를 했다는 점은 계약 위반을 벗어나 심각한 법률 위반 소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마치 당사가 이 위원을 해고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노조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사는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지 않기에, 운송사의 이 위원에 대한 계약 해지는 당사 판단이나 결정은 일체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운송사가 이 위원과 계약을 해지한 사유는 고객클레임 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다른 사례가 누적됨에 따른 상호 간 계약 조항 위반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고 덧붙였다.

운송사와 배송기사 간 계약 조항에는 제3자 선탑을 금지하고 있다. 동의되지 않은 선탑자에게 고객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엄격히 금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 위원은 해당 건 이전에도 제3자 선탑 사례가 발각돼 이미 운송사로부터 3차례에 걸쳐 구두 및 대면 경고를 받은 상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과도한 배송 중량물에 대해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노조 주장에도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배송기사 안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마스크, 손소독제를 운송사를 통해 지급하고 있으며 무게 및 부피가 큰 일부 상품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과다 물량 주문 제한, 합배송 제한 등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며 “오늘 기자회견으로 인해 피해 고객의 불편했던 악몽을 다시금 화자 시킨 노조 측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며, 고객님께는 재차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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