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통합당 기대 속 ‘경제’ 카드로 선거전략 구상…공관위 때처럼 黃 행보가 관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미래통합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됐다. ⓒ포토포커스DB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미래통합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됐다.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6일 자택을 방문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호소에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수락하면서 정치권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공천 번복 논란·외연 확장 한계 등 위기 맞자 金 모시려 자세 낮춘 黃

그간 공천 잡음 와중에 무산된 듯했던 김 전 대표 영입을 통합당이 삼고초려까지 해서 지난26일 갑자기 데려온 데에는 정부가 시험대에 오른 코로나19 창궐이나 경제 문제 등을 필두로 내세운 정권심판론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불거진 ‘공천 번복’ 파동 등 여러 이유로 선거 전망이 녹록치 않게 됐단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비록 정당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일부 차이가 있지만 총선이 불과 20일도 안 남았음에도 일단 통합당 지지율이 여당을 뛰어넘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다 거물급 후보들을 승부수로 띄운 이른바 ‘한강벨트’란 수도권 주요 선거구에서도 통합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압도한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란 직함을 홀로 짊어진 황교안 대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황 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2명 이상의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지난 16일 스스로 총괄선대위원장에 올랐고, 같은 날 김 전 대표도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다”며 공동선대위 체제를 얘기하려면 굳이 자신을 영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입장을 내놔 사실상 영입은 물 건너 간 분위기로 비쳐졌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난 25일 황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 영입에 대해 “무산된 바 없다”고 강조했는데, 그럼에도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이 같은 날 김 전 대표 영입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여전히 확언하지 못할 정도로 성사 여부는 안개 속이었지만 26일 황 대표가 김 전 대표 자택을 찾으면서 전격적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특히 이 자리에 동행한 박형준·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26일 김 전 대표 영입을 알린 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공천이 오늘로 마무리됐고, 공천에 대해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다. 일체의 조건은 없었고 김 전 대표는 공천보다 나라 걱정을 대단히 많이 하셨다고 했다”고 전했는데, 지난 14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판했었던 태영호 후보 공천 등과 관련해서도 스스로 해명하고 공관위가 진행한 공천에 대해서도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만큼 이제 와서 공천 결과를 뒤집겠다는 뜻 없이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민주당에서 총선 준비할 당시에도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비대위 대표’란 이례적 직함을 달고 활동했을 정도로 ‘권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고, 통합당 선대위원장을 맡으면 공천에 영향을 행사할 의향도 내비친 적 있던 그가 공천도 다 끝났고 돌이키기에도 이미 어려워진 시점에 선대위원장직을 선뜻 조건 없이 수락한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황 대표의 경우 종로 선거까지 준비해야 하고 선거 패배 시 책임론에 휩싸여 대권 도전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책임 분산’과 ‘총선 전문가 영입’이란 목적이 있겠지만 김 전 대표는 이미 미래한국당 비례 공천까지 모두 끝났기에 민주당 때 불거졌던 비례대표 논란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없고, 설령 총선 승리해도 대권주자가 황 대표이기에 총선 승리를 위해 뒤늦게 통합당에 뛰어들 정치적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 “선대위원장 활동 의사 없다”던 金, 뒤늦게 등판 결심한 이유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6일 관훈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6일 관훈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일각에선 그 때문에 민주당을 탈당한 뒤 지난 2017년 4월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적이 있던 만큼 김 전 대표도 총선 승리 이후 이를 발판 삼아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주자로 오르려는 심산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데, 총괄선대위원장직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26일 “황 대표는 선거 전반을 김 전 위원장에게 일임하고 종로 선거에 집중할 것”이라며 “김 전 대표가 총괄하고 저희는 보조”라고 밝혔으나 정작 대권주자이기도 한 황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종로 어르신 복지 현장 방문 뒤 “종로에 힘 기울이지만 정부와의 투쟁을 위한 통합당 전선에 함께 하겠다. 김 전 대표와 함께 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당초 황 대표가 당내 기반이 없는 원외 출신 당 대표란 점에서 대선주자지만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그간 홍준표 전 대표 등 자기 목소리가 강한 대선잠룡들에 대해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경고할 뿐 공천 재심자로 거론하지도 않는 등 줄곧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마찬가지로 ‘자기 색채’가 강한 김 전 대표가 ‘원톱’ 체제로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전반을 지휘할 경우 자칫 총선 승리라는 결과가 나와도 종로에선 패배한다면 총선 공적은 김 전 대표에게 집중되고 당 대표는 종로 패배 책임만 지게 되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친문 의원이 다수였던 민주당에서 당내 기반이 거의 없었음에도 김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당권 행사에 나섰었고, 결과적으로는 ‘토사구팽’되기는 했으나 그 과정 역시 녹록치 않았다는 전력을 감안하면 아직 당시 김 전 대표를 영입했던 ‘문재인의 민주당’보다는 당내 입지가 확고하지 않은 황 대표로선 총선 승리에 힘입어 김 전 대표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견제심리’도 작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김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통합당 합류 이유와 관련해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보다 강하게 정부를 통제할 여건을 만들려면 야당이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그런 걸 해줘야 된다”며 정권심판론 차원이란 입장을 내놨고, “일을 시작할 때는 일단 믿어볼 수밖에 없는 거다. 총선 끝나면 원래 내 자리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덧붙여 정치적 동기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선 통합당 인천·경기권역 선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 역시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꿈이 다 실현되는 건 아니잖나”라며 ‘김 위원장 역할이 선거 지휘란 일회성으로 끝날 거라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그런 각오를 갖고 들어왔다고 본다. 본인에 의해 탄생한 문 정부 폭정을 보면서 결자해지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란 생각을 갖고 들어왔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는데, 본인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 김 전 대표가 ‘막판 뒤집기’ 공천 강행으로 공관위와도 갈등을 빚었던 황 대표와 과연 ‘케미’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범여권 경계 속 ‘경제’를 승부수 삼은 金, 이번에도 효과 볼까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다만 합류 동기가 어떻든 김 전 대표에 대한 통합당 내 기대감은 상당한데, 정병국 의원 역시 김 전 대표 영입 효과에 대해선 “문 정부를 잘 아는 김 전 대표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으며 박 선대위원장도 26일 KBS라디오에서 “상황을 가장 통찰력 있게 볼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분들을 선대위 차원에서 모시는 것은 선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호평을 쏟아냈다.

더구나 김 전 대표 스스로도 26일 자택에서 황 대표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동안 나름대로 생각한 것도 있다.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면 소기의 성과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26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선 ‘1당 될 자신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내가 보기에 그건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래선지 민주당 등 범여권에선 우회적으로 김 전 대표를 향한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는데, 한때 자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인사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직접 공격했다가 주목도만 높여주는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한 듯 공식 논평은 전혀 내지 않았지만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27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김 전 대표라고 해 선거를 뒤집을 수 없고 노욕으로 평가한다. 이런 갈지자 행보에 국민들이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혹평을 퍼부은 데 이어 민주당의 고민정 광진을 후보도 동 라디오에서 “막상 현장 다녀보면 그런 이슈들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심지어 김 전 대표가 민주당서 총선 공천을 하던 시절, 마포을 전략공천을 받았을 만큼 가까운 사이로 분류됐던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조차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전 대표 영입을 꼬집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의 색칠만 하고 김종인 박사를 마지막 일주일 전에 버렸다”며 “지금 (황 대표가) 모시고 갔다는 것은 얼굴마담으로 활용하시는 게 아닌가. 이렇게 늦게 가셔서 과연 역할을 충분히 하실 수 있을까”라고 그 효과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같은 범여권의 경계 속에 김 전 대표가 우선 내놓는 화두는 그간 ‘경제민주화’를 표방해온 인사였던 만큼 이번에도 경제였는데, 업무는 오는 29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나 이미 27일 당 선대위 지도부에 ‘비상경제대책기구’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워진 민생경제를 키워드 삼아 선거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편으론 김 전 대표가 26일 CBS라디오에서 ‘경제민주화적 기조와 노선 아래 통합당의 총선 공약과 정책 기조를 제시한다는 의미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하면서도 ‘통합당 경제 기조를 확 바꿔놓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지금의 경제상황이란 것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비상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걸 극복하는 기간만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발 물러서 어느 정도 기대할 만한 구상이 나올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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