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의 전망 “대공황이 아니라 대대공황이다” 경제 급추락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과거 위기는 ‘금융위기가 실물에 충격’, 이번 위기는 ‘실물 침체가 금융에 악영향’
기업과 자영업 매출 감소로 ‘실업대란’ 불가피...부동산과 주식에 줄줄이 악영향
외환위기처럼 ‘현금이 왕’인 세상이 올 듯 ...내 일자리와 통장은 안전한가 자문해보자

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이 됐다. 팬데믹이란 전염병 가운데 최고 위험등급으로 ‘전 세계적 유행’을 말한다. 남미 대륙에서 1,000 km나 떨어져 ‘외딴 지역의 대명사’로 불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까지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이제 지구상 어느 곳도 우한 코로나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게 됐다.

우한 코로나로 전 세계에서 사람의 이동이 급격히 줄었다. 세계 인구 78억 명 가운데 40%인 30억 명 이상이 이동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사람이 오가지 못하다보니 각종 인프라가 제 기능을 잃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찻길은 한산해졌고, 배가 오가는 항만도 소음이 잦아들었으며,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에서 이착륙을 알리는 전광판의 불이 꺼졌다. 자연스럽게 경제 활동도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우한 코로나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계속 유행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전 세계가 감염됐으니 모든 나라가 우한 코로나를 서로서로 전염시키는 형국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 어려운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상황이 된 것이다.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비난(그래서 우한 코로나 표현을 고집한다)도 ‘사후약방문’이라서 별 소용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뉴스를 종합하면 백신 개발에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니 앞으로 6개월, 최소한 올 여름까지는 우한 코로나로부터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전쟁과 전염병은 경제를 망가뜨리고, 삶의 모든 기준을 바꾼다. 우한 코로나는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까.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 24일 “대공황 수준이 아니다. 대대공황(Greater Depression)도 가능하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혹독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 올 3분기까지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가혹한 불황으로 빠져들리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관건은 4분기에 들어서 좋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비엘 교수는 미국 증시가 일시적으로 폭등한 것에 대해서도 “V자형 회복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퍼졌지만 “V자나 U자형 회복은 기대하지 마라. L자형도 아니고 I자형으로 급전직하하는 충격이 경제에 닥칠 것”이라고 했다.

루비니 교수와 거의 비슷하게 “우한 코로나로 2020년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0%가 감소하고, 실업률은 30%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망의 당사자가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장이어서 더욱 파문이 컸다.

경제 전망이 워낙 어둡게 나오니까 각국이 극약 처방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은 ‘무제한 양적 완화’를 들고 나왔다. 시장이 필요한 만큼 무한대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26일 “향후 3개월간 시장유동성을 제한 없이 공급한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도 상상을 초월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대응책으로 인해 미국이나 한국 증시가 잠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건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광반조(廻光返照) 즉 사물이 쇠멸하기 직전에 잠시 왕성한 기운을 되찾는 사례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우한 코로나가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고, 대대공황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은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겪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는 모두 위기의 진원지가 금융 분야였다. 금융이 망가지고 이게 실물에 충격을 주었기에,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면 실물경제도 회복됐다.

우한 코로나의 경제 충격은 전혀 다르다. 경제 시스템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기초로 작동하는데, 현재 사람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들이나 자영업자 모두 매출 급락을 경험 중이다. 이러한 실물경제의 추락은 곧 자산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자산시장의 붕괴는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것이다. 그게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의 삶을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첫째, 기업과 자영업의 매출 급감으로 이제 경영의 목표는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손실 최소화’로 바뀌었다. 손실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1단계는 인력 감축이다. 항공 여행 관광업계부터 시작해 전 산업에서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의미다. 실제로 가장 경영상황이 탄탄하다는 국내 5대 그룹도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한 게 매우 불길한 신호로 비친다. 미국에서는 매월 4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늘어나 전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30%가 일자리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3월 실업급여 신청 숫자가 3만 명 이상 늘었다. 4월부터는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상가 가격의 하락이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상가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의류 쇼핑몰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 굿모닝시티쇼핑몰의 6층 점포(7.3㎡)는 감정가 5천만 원의 11%에 불과한 570만원에 팔렸다. 2년간 10차례 유찰되면서 감정가 5000만원의 11% 수준까지 급락했다. 서울 구로동 신도림테크노마트 1층 점포(면적 10.2㎡)는 감정가 2억1700만원의 5%인 1040만원에 올 초 낙찰됐다. 상가들의 몰락으로 자영업자들은 권리금도 되찾지 못하게 됐고, 빚을 내서 상가를 산 투자자들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셋째, 경제가 침체하면 소득이 줄거나 실업률이 늘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난다. 당연히 아파트 경매도 늘어날 것이고, 아파트 가격 급락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아파트 가격의 급락은 경제 기반이 취약한 지방부터 나타나고, 수도권과 서울 외곽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기업들의 악화된 실적이 아직 수치로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한때 1,500까지 밀렸던 종합주가지수가 강력한 금융재정 지원책으로 1,700선을 회복했지만 결국 나중에는 1,200 혹은 1,000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다섯째, 현금이 최고인 세상이 다시 도래한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유행어가 ‘현금이 왕이다(Cash is king)’이었다. 현재 정부는 영세기업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긴급자금을 대출하고 있는데, 워낙 신청물량이 많아 대출 창구에서 서류 자체가 처리되지 않고 있다. 현금 없이 빚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기댈 언덕이 없어지는 셈이다. 과거 일본의 장기 불황당시에 예금금리는 0% 수준이었지만,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져 상대적인 가치는 주식의 2배, 부동산의 4배 이상을 기록한 역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개인들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 통장의 잔고는 어떤 수준인가, 그리고 내가 투자한 자산들의 가치는 얼마나 변할 것인가? ‘우한 코로나라는 대재앙’ 속에 이제 ‘진정한 각자도생 시대, 진정한 자기책임의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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