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논란에 후보 급조 ‘부작용’…거대정당, 비례당으로 현역 이적 ‘꼼수’까지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좌),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중),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우). ⓒ더불어민주당(좌), 시사포커스DB(중, 우)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좌),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중),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우). ⓒ더불어민주당(좌), 포토포커스DB(중, 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공천관리위원장을 교체하면서까지 비례대표 순번을 뒤바꾼 미래한국당 공천 파동부터 비례민주당이란 평이 나온 더불어시민당(이하 더시민), 또 일부 후보의 자격 논란에 휩싸였던 열린민주당 등 비례대표 정당들로 인해 정치권 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총선이 임박해오면서 각 당별로 빠르게 수습하려는 분위기지만 아직도 여진이 일부 계속되는데다 이제는 투표 용지상 정당 기호를 놓고 ‘현역의원 꿔주기’ 경쟁까지 여야 간에 벌어지고 있어 선거법 개정 취지가 무색하게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與, 더불어시민당 내놨지만 급조 공천·정통성 논란까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선거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그간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창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일부 군소정당과 함께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연합정당으로 총선에 나서면서 21대 총선도 결국 과거처럼 거대 양당의 비례의석 나눠먹기 구도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50% 연동률을 적용하고 17석만 유효득표율 3% 이상 획득한 정당에 배분하기로 개정하다 보니 선거가 임박하면서 초조해진 민주당도 정의당 등과의 합의를 깨고 비례정당 창당에 뛰어든 것인데, 이 과정조차 기존에 협상하던 정치개혁연합과 결별하고 친문 성향인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 정당으로 삼아 대부분 올해 나온 신생정당과 손잡고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키면서 결국 위성정당을 만들 목적 아니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더시민에 함께 한 군소정당조차 가자평화인권당과 가자환경당 등 2개 정당은 후보 결격 사유를 이유로 전혀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군소정당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비례대표 명단 발표도 당초 일정에서 하루 연기된 24일에야 발표됐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정당인만큼 후보자 선정 결과를 놓고도 벌써부터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비례 1번인 신현영 명지병원 교수조차 후보를 찾지 못한 더시민이 추가공모를 낸 23일 당일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와 관련해선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도 24일 기자들과 만나 “1번 후보로 추천됐던 다른 분이 출마 못하겠다고 해 급하게 코로나19 전문가를 찾는 상황이라서 더시민과 관련 있는 분들이 전방위로 후보를 찾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공관위가 23일 처음 발표한 후보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가 같은 날 오후 추가돼 비례 8번을 받은 정필모 전 KBS 부사장에 대해서도 KBS 재직 당시 ‘부당한 겸직 및 외부 강의’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와중에 부사장에 임명됐던 전력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24일 KBS 기자협회는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정당에 줄을 섰다니 개탄스럽다. 정 전 부사장이 재임 시절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와 KBS의 이익 중 어느 것을 중시하며 직무를 수행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후보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은 사실 3~4주에 걸치는 비례 후보 선정 작업을 공모부터 선거인단 찬반투표까지 단 1주일 만에 매듭지었기에 당연한 결과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데, 급기야 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후보 추천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기 시작하자 25일엔 우희종·최배근 더시민 공동대표까지 “민주당이 우리에게 제시한 건 11번부터 후순위에 당내에서 선출한 비례대표를 선출해달란 것이었고 나머지는 우리가 결정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비단 이 뿐 아니라 친문 인사 위주로 구성된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까지 최근 더시민을 겨냥해 정통성 시비를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두 비례정당이 누가 문재인 정권의 뜻을 따르는 적통인지 경쟁하는 촌극마저 벌어졌는데, 최배근 더시민 공동대표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열린민주당이 (표를) 가져가면 가져갈수록 민주당이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역설하자 같은 날 열린민주당에서도 손혜원 의원이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에 출연해 “12명은 반드시 당선시키겠다. (지지율) 25% 자신 있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자 결국 민주당 이해찬 대표까지 25일 최고위에서 열린민주당을 겨냥 “민주당을 탈당한 개인들이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었는데 무단으로 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하기에 이르렀으며 아예 이 대표는 이날 더시민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으면서 “형제당”이라고까지 칭했는데, 그럼에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번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분명히 문 정부 성공을 위해 이 길을 나섰다”고 주장한 데 이어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자신의 유튜브채널 BJ TV에서 “지역구 더불어, 비례 열린, 지더비열이 좋다”고 역설하는 등 어느 쪽이 ‘문 정권’의 비례정당인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 열린민주당·정의당도 후보 문제로 구설…끝까지 정면 돌파?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모습. ⓒ포토포커스DB

다만 이렇게 민주당을 압박하는 열린민주당 역시 출마 후보에 있어선 검증 논란이 불거졌었는데, 비례대표 6번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과 아들의 국적 포기 문제 등으로 승인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고 중앙위원회에선 격론이 이어진 끝에 산회하고 전당원 투표에 맡기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서정성 광주 남구의사회 회장 측 중앙위원들이 주 전 사장의 음주운전 문제 등을 적극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24일 전당원 투표에선 정작 주 전 사장은 비례 명단에 최종 포함됐으며 비례대표 12번이었던 서 회장은 아예 이날 사퇴 입장문을 내고 떠나 비례 명단에서 빠져버렸다.

오히려 주 전 사장은 자신의 음주운전 논란과 관련해 2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국회의원에 나오는데 그렇게까지 심각한 결격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으며 그에게 비례대표 신청을 제안한 손 의원도 전날 동 라디오 방송에서 “공관위원들은 너무 당연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12년 전에 단 한 번 음주운전 걸렸던 분”이라고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손 의원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 전 대변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 친문·친조국 성향 인사를 다수 전면 배치했다는 지적에도 “20명의 후보 중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가까웠던 몇 사람이 있지만 나머지 3분의 2가 넘는 분들은 조 전 장관 사퇴에 있어 유보적이거나 비판적인 사람”이라고 반박하면서 ‘친조국 정당’이란 시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처럼 자격 논란을 정면 돌파한 열린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앞서 정의당에서도 여성 게임 전문가로 알려졌으나 ‘대리게임 스펙’이 문제 됐던 류호정 후보를 그대로 비례대표 1번에 확정해놨는데, 류 후보 본인의 2차례에 걸친 사과와 해명도 있었지만 ‘대리게임’을 했던 2014년 당시엔 이에 대한 규제가 없어 도덕성 문제는 될지언정 법적으로는 문제없다는 대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정의당의 상황은 오히려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인데, 당초 선거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었지만 이제는 거대 양당 모두 비례위성정당으로 나서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데다 당 지지율까지 리얼미터가 지난 16~20일 유권자 2507명에게 조사해 23일 발표한 바(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2년 만에 최저치인 3.7%로 떨어졌고, 비례정당 지지율(95%신뢰수준±2.5%P, 상동)에서도 국민의당에 밀릴 만큼 위기에 몰려 뒤늦게 조국 전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반등에 부심하고 있지만 난국을 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공천 파동 겪었던 미래한국당, 이제는 정당순번 올리기 ‘혈안’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한편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역시 공천 파동으로 먼저 홍역을 치렀는데, 대표직을 전격 사퇴한 한선교 의원이 황교안 대표의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크게 흔들리는가 싶었지만 한 의원이 지난 22일 돌연 사과하고, 원유철 신임 미래한국당 대표도 2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마지막에 입장을 잘 정리한 것 같다”며 감사를 표한 데 이어 황 대표도 같은 날 관훈토론회에서 “한 대표가 바지사장은 아니었다”고 강조하면서 갈등은 빠르게 수습되는 분위기다.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비례 1번으로 끌어올린 걸 기점으로 승계 후보권에 있던 지성호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를 당선권인 12번에 재배정하는 등 통합당 영입인재들을 대거 당선권에 안착시킨 명단 조정 이후 지난 24일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22번을 받은 데 반발해 사퇴한 것 외엔 당 안팎서 이렇다 할 잡음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비례대표 투표 용지상 정당 기호를 올리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26석 확보가 목표라 밝힌 원 대표는 25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후보등록 마감일 전까지 현역 의원 10명 안팎의 추가 이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빈 말이 아닌 듯 통합당에서도 오는 26일 저녁 의원총회를 열어 미래한국당으로 현역의원들을 옮기기 위해 윤종필·김규환·문진국·김종석·송희경·김성태·김승희 등 비례대표 의원들을 대거 제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되면 17석으로 정당 투표용지에서 2번을 충분히 차지할 수 있고 오는 27일 전까지 3명만 더 옮겨올 경우 교섭단체 자격을 얻어 선거보조금까지 33억~40억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게 되며 정당투표용지 첫 번째 칸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같은 비례정당 순번 올리기에는 민주당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25일 의총을 열어 심기준, 제윤경, 정은혜 등 비례대표 의원 3명을 제명했으며 지역구 출신인 이종걸·신창현·이규희·이훈 의원도 탈당계를 내고 더시민으로 당적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과거에 통합당의 행보를 비판했던 민주당도 선거가 다가오니 질세라 비례당으로의 ‘현역 이전’에 열을 올리면서 지난해 극한 충돌 속에 통과시켰던 다당제 중심의 선거법 개정안이 무색하게 21대 총선도 비례대표까지 양당 대결 구도로 치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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