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황교안 맞대결부터 오세훈·홍준표 등 정계 복귀 여부 ‘초미의 관심사’

이낙연 전 국무총리(좌)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우)가 4.15총선을 통해 서울 종로에서 맞붙게 된다. ⓒ포토포커스DB
이낙연 전 국무총리(좌)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우)가 4.15총선을 통해 서울 종로에서 맞붙게 된다.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15총선을 통해 대선가도까지 노려보겠다는 야심을 가진 거물급 인사들이 선거판에 직접 뛰어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선주자 1, 2위를 차지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맞붙는 서울 종로의 경우 ‘미니 대선’이라 불릴 만큼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혈투’가 진행되고 있고, 서울 광진을에 나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물론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무소속 출마를 비롯해 제2의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도 대선주자들이 몰린 이번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 與 이낙연 vs 野 황교안…총선 패배 측, 대권 도전 ‘타격’ 불가피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간 대결은 여야 대권주자를 대표하는 인사끼리 벌이는 ‘대선 축소판’이란 점에서 이번 총선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빅 매치라 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내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장기간 수성 중인 이 전 총리나 그동안 여러 도전에도 보수진영 내 대선주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황 대표 모두 이번 대결에서 패배하게 되면 향후 대권 도전 역시 불투명해지게 되는 만큼 사실상 이번 총선에 배수진을 치고 맞설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을 정도로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황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를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 대결은 통합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선거를 한 달 남긴 지난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는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한 바 있으나 가장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양 후보의 격차는 여전히 오차범위 밖인데다 일부에선 황 대표가 더 밀린 경우도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서울경제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일 종로구 거주 유권자 503명에게 조사해 23일 발표한 21대 총선 종로구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전 총리는 52.3%인 반면 황 대표는 29.3%에 그치고 있으며 심지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의 의뢰로 지난 21~22일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조사한 뒤 23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동 위원회 참조)에선 이 전 총리가 28.4%로 선두를 지킨 가운데 13.7%를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2위로 올라왔고, 황 대표는 11.3%를 기록해 3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특히 정부여당에 악재가 될 것으로 관측됐던 코로나19 전염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야권의 공세적 이슈들이 모두 묻힌 데다 오히려 전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에 한국의 방역·관리능력에 대한 호평도 일부 나오고 있어 그동안 이번 총선을 정권 심판의 기회로 삼아 반전을 이루려던 황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종로 판세와 더불어 말 그대로 이중고(二重苦)가 되고 있다.

다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서둘러 대내외 공천 갈등을 정리한 통합당과 달리 뒤늦게 비례정당 창당에 뛰어든 민주당은 열린민주당 출범이나 더불어시민당 공천 문제 등으로 인한 잡음이 아직 잦아들지 않고 있어 종로 대결에도 막판 선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앞서 거론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이 이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유로 정당이 아니라 대부분 ‘후보 자질 역량’(46.7%)을 꼽은 반면 황 대표를 지지한 응답자들은 ‘소속 정당’(32.5%)을 꼽았다는 점에서 이 전 총리가 종로 대결에서 황 대표와 달리 당의 덕을 입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권을 쥐고 있는 황 대표의 경우 총괄선대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는 만큼 설령 종로에서 패하더라도 당이 전반적으로 전국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당 대표 공적임을 내세워 만회해볼 수 있지만 이 전 총리는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기는 해도 당 대표는 아닌데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켜온 점도 있어 승리해도 본전이고 도리어 종로에서 패배할 경우 대선가도에 미칠 악영향 역시 상대적으로 황 대표보다 더 크게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와신상담’해온 오세훈, 국회 재입성 성공 시 대권 ‘다크호스’로

오세훈 서울 권역별 선대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선거전략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오세훈 서울 권역별 선대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선거전략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아울러 종로 못지않게 대선주자급 후보의 출마로 이목을 끌고 있는 또 다른 서울 내 지역구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사표를 던진 광진을이 꼽히고 있는데, 여당에선 오 전 시장의 맞수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배치해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중 민심이 어느 쪽에 기울었는지 이 지역 선거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 전 대변인이 청와대 대변인 활동 외엔 별다른 정치경력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부터 당 최고위원, 재선 서울시장까지 화려한 경력을 가진 오 전 시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어 오 전 시장으로선 대권은 차치하고 당장의 총선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경인데, 비록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그동안 5차례나 승리한 민주당 강세지역이란 점도 작용했다지만 정치 초년생을 상대로 오 전 시장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의 하나 패배할 경우 차기 대선에 앞서 치러질 변변한 선거도 없는 만큼 대권 도전이 아니라 정계 복귀조차 한동안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통합당이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한강벨트’의 한 축인 오 전 시장이 여당 후보에 밀리게 되면 단순히 오 전 시장 개인의 정치경력 손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수도권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총선 이후 정국 반전을 이루려는 통합당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오 전 시장의 대권 등판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유력 주자들의 대거 등판으로 대선판을 키워야 하는 통합당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오 전 시장의 광진을 승리는 후보 본인은 물론 소속정당에게도 절실한 실정인데, 다만 청와대 출신 인사를 공천하고도 여기서 패배하면 텃밭을 잃는데다 정권심판론까지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당청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배수진을 친 만큼 반대로 보수 험지인 이곳에서 오 전 시장이 어떻게든 승리하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만년 대권잠룡’ 수준이 아니라 보수진영 내 유력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어 대권을 염두에 두어왔던 오 전 시장에겐 오히려 그간의 장기 공백을 만회할 만한 더없이 좋은 승부처란 평가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의식한 듯 오 전 시장도 지난 2018년 4월 광진구 자양동으로 거처를 옮겨와 지난해 초부터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일찌감치 지역 기반을 다져왔는데, 통합당 험지인 만큼 일단 ‘인물론’을 내세워 적극 홍보하면서 최근 본인을 둘러싸고 불거진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금품 제공 논란과 관련해서도 관권선거 의혹으로 맞불 놓으며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여 일 동안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둘러싼 채 ‘정치인은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사퇴가 답’이라거나 ‘오 후보님, 해명해 달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도 묵묵히 선거운동을 이어왔던 오 전 시장은 23일부터 선거운동 잠정 중단을 전격 선언한 뒤 이들의 선거운동 방해 행위를 이미 고발했음에도 경찰이 방관한 채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에 돌입한 데 이어 24일엔 당 선거전략 대책회의에도 직접 참석해 “경찰은 중앙선관위가 학생들의 시위를 불법이 아니라고 해 저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선관위는 대진연 행동에 문제 있다는 해석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한쪽이 거짓말하는 셈”이라고 양측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통합당 선대위에서도 선거공작,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25일 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본격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오 전 시장이 1인 시위에 나선 23일에야 대진연에 대한 수사에 지난 19일 착수했었다고 밝힌 경찰도 향후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현행범 체포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내놓고 있어 그가 선거 경쟁에서 이번 논란을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홍준표·김태호 등 거물급 무소속 후보 당선 여부도 정치권 ‘관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우)는 통합당을 탈당해 영남권에서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 준비에 나섰다. ⓒ포토포커스DB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우)는 통합당을 탈당해 영남권에서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 준비에 나섰다. ⓒ포토포커스DB

한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공천배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 결단을 내린 일부 대권잠룡들의 당선 여부에도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당초 통합당 공관위의 압박에 고향 출마 의사를 접고 험지 출마하겠다면서 경산 양산을로 옮겨갔던 홍 전 대표는 끝내 통합당이 나동연 전 양산시장으로 공천 확정하자 25일 탈당계를 제출하고 대구 수성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는 여느 낙천자들의 흔한 공천 반발 결과와는 그 여파가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란 악재 속에서도 19대 대선에 한국당 후보로 나서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나 전직 당 대표까지 지냈던 거물인 만큼 출마 여부를 고심하던 여타 낙천자들도 연쇄적으로 그를 따라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는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을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리는 의원들 못지않게 공천 결과에 반발해 당적을 옮겨 출마하겠다는 현역 의원들도 아직 계속해서 나오다 보니 통합당에선 홍 전 대표의 출마가 자칫 보수 표심 분열을 일으켜 정작 PK에서 민주당에 ‘어부지리’격 승리를 안겨줘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 같은 보수 분열 책임론에 휩싸일까봐 홍 전 대표는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던 대권잠룡인 김두관 전 지사가 여당 후보로 나오는 경남 양산을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려운 ‘보수 텃밭’ 대구로 출마 지역을 옮겼지만 통합당 소속이던 이기준 전 양산시의원과 김정희 양산을 예비후보가 탈당을 선언한 뒤 23일 민주당 김두관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공천 후폭풍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또 다른 대권주자급 원외 인사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아예 지역구를 옮기는 모양새조차 보이지 않은 채 당초 고수한 대로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출마해 통합당 강석진 후보와 맞붙게 됐는데, 김 전 지사 역시 홍 전 대표처럼 당선 후 통합당으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이들에 대해선 최고위조차 재심 요구한 바 없었기에 만일 당선된다면 되는대로 ‘잘못된 공천 결과’란 산 증인으로서 현 지도부에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통합당 공관위에선 즉각 황 대표에게 무소속 출마자들의 복당 불허를 정식 요구했는데, 황 대표도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버리고 무소속 출마하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통합당의 총선 전망이 만일 패배로 기울 경우 아무리 1석이 아쉽더라도 ‘패배 책임’을 돌리기 위해 홍 전 대표나 김 전 지사를 포함한 거물급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 역시 통합당을 통한 대선 등판은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향후 보수진영 대선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 대구 봉사로 상승세 탄 안철수, 비례정당으로 ‘맨손’ 재기 성공할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제1야당에선 대권후보군의 총선 출마가 꽤나 활발하지만 여당에선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 외엔 총선에 나오지 않는 현 지자체장(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인데다 그나마 경남 양산을에 나온 김 전 지사나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을 겸임하며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은 대권후보군 중에선 극히 미미한 수준이어서 자연히 이들보다는 최근 신당을 창당하며 재기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한층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당 창당 직전만 해도 자신과 가까웠던 이른바 ‘안철수계’ 의원들까지 대거 통합당으로 옮겨가면서 원내 측근들을 거의 잃어 위기를 맞았던 안 대표는 코로나19 전염병에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지역으로 내려가 대선주자급 인사들 중 유일하게 직접 의료봉사를 시작한 이후 상당한 국민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현역도 거의 없는 군소정당이던 국민의당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급격히 올린 것은 물론 대권후보로서의 입지를 제고·확대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안 대표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못 박았던 만큼 이낙연·황교안 등의 대선주자들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 총선에 ‘안철수 탈’을 쓰고 선거운동해도 되는지 선관위에 유권해석 요청했을 정도로 ‘안철수당’이나 다름없는 정당이다 보니 비례대표 후보만 내놓는다고 해도 얼마나 당선되느냐 여부가 안 대표 향후 대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도 되고, 총선 후 재편될 원내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역시 정치권 내 간과할 수 없는 주요 변수란 점에서 벌써부터 상당한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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