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진급 인사 무더기 출마…복당불허에도 ‘마이웨이’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여야 모두 공천을 마무리하면서 4·15 총선에 나설 후보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공천과 관련된 잡음은 커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컷오프(공천 배제) 된 각 당 중량급 의원, 원외 인사들이 잇따라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이들의 본선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 움직임은 당 내 우려를 낳고 있다.

공천 결과에 불복,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여야 인사들의 경쟁력이 선거 판세를 흔들 최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선거판 흔드는 무소속 출마자…초라해진 이해찬 ‘영구제명’ 방침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오제세·민병두 의원과 문석균 전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영구제명까지 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4선의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서원)과 3선의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전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경기 의정부갑) 등의 무소속 출마 의지는 꺾지 못했다.

미투 논란 전력으로 정밀심사를 받다가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이 청년 우선 전략 선거구로 지정돼 컷오프 된 민병두 의원은 본인에 대한 컷오프가 ‘미투 논란’ 때문이 아닌 ‘비문’이기에 컷오프 된 것이라면서 강한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민 의원은 지난 9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내가 울타리가 없으니까 이런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그는 “(당에서) 나를 복귀하라고 했고, 또 내가 사실을 인정한 적도 없고,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당에서는 사실 ‘컷오프 시킬 근거는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2018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민 의원은 현재까지 성추행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한 적 없어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민 의원은 지난 15일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연고가 전혀 없는 청년을 선거 30일 전에 내려 보내는 것은 청년에게도 가혹한 일”이라며 “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청년을 돕는다 해도 기적을 구하기에는 너무 조건이 어렵다”면서 청년 후보 경쟁력이 약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해당 지역구는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이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로 결정됐고 미래통합당은 이혜훈 후보가 나서기로 하면서 민 의원과의 3파전이 예상된다.

17대부터 20대까지 내리 4선을 한 터줏대감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시서원구) 역시 민주당의 ‘영구제명’ 조치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출마 뜻을 접지 않았다.

오 의원은 지난 19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원구민이 이름 석 자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느닷없이 공천 신청을 하고 공천을 받았다”며 “주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로 명백히 잘못된 것이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서원구는 20대 총선 당시 오 의원이 새누리당 최현호 후보를 득표율 1%의 근소한 차이로 이겼던 만큼 여야 득표차가 근소한 지역이다.

이런 와중에 무소속 오 의원, 민주당 이장섭 후보와 함께, 민생당 이창록 후보가 나서면서 진보층 표가 분산돼 미래통합당 최현호 후보가 어부지리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구 세습’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전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아빠 찬스’ 논란이 일면서 문 전 부의장 스스로 물러나면서 공천 문제를 마무리 지었지만 문제는 지역구 민심이였다.

문 전 부의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던 의정부갑 지역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은 민주당에서 영입인재 오영환 전 소방관을 이 지역에 전략공천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역 민심이 요동치자 문 전 부의장이 이를 명분으로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전 부의장은 지난 17일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중앙당에 의정부시에 걸맞은 떳떳 후보를 보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의정부시와 전혀 연고가 없는 후보를 공천했다”면서 “민주당의 폭거에 참담함과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의정부는 보수적 동네”라며 “아버지는 국회의장까지 지내고 6선을 했지만 단 한번도 쉽게 이겨본 적이 없다. 갑구는 노후화된 보수적 동네다. 선거운동 한달도 안된 사람이 뭔가를 해낸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면서 수년 간 바닥민심을 다져온 이력을 강조했다.

문 전 부의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지역구 조직까지 가져가자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오 후보는 나홀로 선거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문 전 부의장이 오 후보를 왕따 시키고 있다는 논란도 나오면서 공천 후폭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은 지난 16일 공동기자회견문을 내고 “의정부갑에 전략공천을 받은 오 후보가 젊고 새롭다는 사실이 배척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문 예비후보가 조직을 동원해 오 후보를 왕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 후보에게 조리돌림에 가까운 정치적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의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외면과 질시 속에 눈물 흘리는 오 후보는 갑이 아니라 오히려 을”이라고 호소했다.

지역구 세습 논란부터 왕따 논란까지 잡음이 계속되면서 자칫 민심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해당 지역은 문 전 부의장과 오 후보 말고도 통합당 강세창 후보, 4선의 친박신당 홍문종 의원도 의정부갑으로 출마하면서 보수와 진보로 갈리면서 판세 예측이 더 어려운 곳이 됐다.

민주당의 ‘영구제명’ 카드에도 이처럼 무소속 출마 의원들이 속출하는 이유는 영구제명 방침을 발표한 이 대표의 과거 무소속 출마 전력 때문이다. 이 대표도 20대 총선에서 공천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 후 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렇기에 무소속 출마자들은 이른바 ‘이해찬 모델’을 따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더군다나 이 대표는 총선 이후 당대표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영구제명 등 복당 불허 방침이 유야무야로 흐를 수 있기에 아랑곳 않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보수강세 지역 중심 무소속 ‘바람’…한결같이 ‘총선후 복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태옥·윤상현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미래통합당도 핵심 기반인 영남권 현역 의원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로 인한 공천 후폭풍을 겪고 있다. 공천에서 배제된 PK(부산·울산·경남)·TK(대구·경북)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야당지지 표를 분산시켜 통합당 후보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무소속 출마, 표 갈라먹기의 유혹을 내려놔야 한다”며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고 무소속 출마를 만류하고 나섰지만 제대로 설득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 김태호 전 경남 지사, 곽대훈·정태옥·김재경·김석기·백승주 의원 등이 대구·경북·경남 등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홍 전 대표는 애초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공천을 원했지만 공관위가 수도권 험지를 요구하면서 양산시을에서 김두관 민주당 의원과 맞붙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남 양산을 공천에서도 배제되자 홍 전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안 대표 측의 경쟁자 쳐내기와 김 위원장의 사감이 합작한 야비한 공천 배제”라고 맹비난 했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에게 ‘막천’을 바로 잡으라고 본인에 대한 컷오프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지만 황 전 대표가 행동으로 나서지 않자 지난 17일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주자급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컷오프되자 지난 8일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밝혔다. 김 전 지사도 홍 전 대표처럼 “당 공관위에서 참 나쁜 결정을 내렸다. 큰 정치인은 고향발전을 위해서 일할 수 없다는 건 무슨 해괴망측한 논리냐”며 “아무나 공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지역발전을 학수고대하는 지역민의 간절한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맹비난 했다.

이어 “(공관위는) 당심을 따르라고 강요했지만 저는 민심을 따르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며“저의 진심과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생각과 주장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죄송하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에 살고 망하면 인천에 산다)’ 발언으로 대구 북구갑 공천에서 탈락한 정태옥 의원(초선)도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당선되는 그날 바로 복당 신청해 반드시 통합당으로 돌아가 더 크게, 더 열심히 일하겠다. 꼭 살아서 당에 돌아오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번에 공관위의 공천결과는 통합당은 물론 대구경북민의 지역정서를 철저히 외면한 사천이었다”며 “당헌당규도 무시하고 보수우파적 정체성과 지역연고는 거의 없는 서울 TK (인사)를 내리꽂은 것에 대해 당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대훈(대구 달서구갑)도 마찬가지로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곽 의원은 지난 13일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와 달서구의 자존심을 뭉개버렸다”며 “공관위는 최약체 후보를 경선시키는 꼼수 공천을 강행했다. 대구 시민과 당이 반대한 공천을 두번이나 밀어붙여 스스로 사천임을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곽 의원은 "김형오 공관위는 낙하산을 택했지만 당은 곽대훈을 택했다. 잠시 떠나게 되지만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와 문재인 정권의 독재를 막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인천 미추홀구 공천에서 탈락한 윤상현 의원과 강원 강릉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된 권성동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대다수 ‘사천 논란’을 명분으로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하는 경우라 ‘당선 후 복귀’를 약속하고 있다. 당선 후 복귀라는 카드로 유권자들의 표심 공략에 나서겠다는 복심으로 읽힌다.

통합당이 민주당처럼 무소속 출마자의 ‘당 복귀 불허’를 검토하고 있지만 총선 후 원내 1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소속 의원 복당을 통한 1당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 복귀 불허’ 카드가 흐지부지 될 공산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홍 전 대표나 정 의원, 곽 의원 등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도 이러한 기류가 흐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공천 불복에 따른 무소속 출마 지역이 보수 강세인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소속 출마자들이 총선 후 복당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여야 승패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해당 지역구에 전략공천한 당 지도부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통합당은 공천 과정 중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사퇴했고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 카드도 무산 되면서 결국 통합당 선거를 황 대표가 총괄하게 됐기에 그 책임이 분산되지 않고 고스란히 황 대표에게로 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홍 전 대표가 공천배제에 반발, 황 대표를 향해 “이번 공천은 원천무효로 직접 나서서 이 막천을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황 대표가 공관위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홍 전 대표가 통합당 대구 수성구을 이인선 예비후보를 이기게 된다면 황 대표의 내상은 상당할 전망이다.

김재경(4선·경남 진주을)·김석기(초선·경북 경주)·백승주(경북 구미갑) 의원은 현재(24일 기준)까지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는 중이며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던 이주영 국회부의장과 김규환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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