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 탄생했지만 녹색당·미래당 등 ‘격앙’…민생당은 ‘내분’ 치달아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가칭)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 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하고 6개의 정당이 하나의 비례연합정당이 되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가칭)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 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하고 6개의 정당이 하나의 비례연합정당이 되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비례대표 정당 필요성을 절감한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적극 나선 끝에 플랫폼정당인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18일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을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비례정당 창당을 위해 여러 군소정당 및 세력들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방적 행보를 보이면서 갈등이 불거져 자칫 보수진영 연합정당에 맞서려던 진보진영을 도리어 분열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더불어시민당 ‘개문발차’한 민주당, 결국 비례민주당?

그동안 원내에선 정의당과 민생당, 원외에선 녹색당, 미래당 등과 협의해온 더불어민주당이 18일까지 비례연합 참여정당을 확정하겠다던 윤호중 사무총장의 공언대로 이날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이 합류한 가운데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했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총선 일정상 더 이상 논의를 이어가기에 촉박하다는 이유로 정치개혁연합이 아니라 이미 창당 등록을 마치고 정당교부증도 받은 ‘시민을 위하여’ 플랫폼에 합류한다고 발표하며 일방통행 전조를 보였는데, 더구나 우희종, 최배근 교수가 공동대표인 ‘시민을 위하여’조차 검찰개혁을 주장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했던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 주도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비례민주당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최배근 ‘시민을 위하여’ 공동대표는 18일 오후 더불어시민당 출범을 알리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말 그대로 원 오브 뎀이다. 우리 사무실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며 “영입 기준 등도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하고 있다. 우리 당 자체 최고위원 등 팀이 구성돼 있고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 정치개혁연합을 플랫폼으로 삼고 있는 녹색당, 미래당, 민중당 등은 일찍이 비례연합정당 동참 의사를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사실상 이들을 도외시한 채 친여 성향 플랫폼에 참여한 원외정당들만으로 출범시키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강정책을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는 정당들을 우선해 선택했다”던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녹색당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선 “선거 이슈가 되는 게 그렇게 좋지는 않다”는 반응을 내놨으며 구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을 향해서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념문제나 소모적인 논쟁이 유발되는 것을 굳이 원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사무총장은 원내정당인 정의당, 민생당의 합류 여부에 대해서도 “두 당과의 연합 협의는 물 건너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그나마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으로 함께 한 4개의 군소정당 중 가자평화인권당을 제외한 3개 정당은 올해 창당한 신생 정당이어서 결국 보수진영의 ‘통합’에 맞서 ‘연합’이란 모양새나 내기 위한 들러리를 필요로 했던 게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 더불어시민당 성토하는 군소정당들…진보진영, 연합은커녕 분열?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이를 의식한 듯 우희종 ‘시민을 위하여’ 공동대표는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자당 후보들을) 뒤에 배치한 이유가 (연합정당) 이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정성을 보여준 것도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들한테 단일당으로 (지지표를) 형성해달라는 시그널”이라고 호소했으나 같은 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선 민주당 외 연합정당에 참여한 군소 정당들의 후보 추천은 최대 3명까지로 한정했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합해도 9~10번까지만 배분하겠다고 밝혀 결국 들러리로 내세우려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는 다른 군소정당들은 이젠 비례연합정당에 날선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미래당은 18일 “너무 명백한 민주당의 위성정당 형태”라며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만든 과정과 뭐가 다른가. 정당 간 공식 논의 테이블도 없이 특정 정당의 기획과 방침 아래 만들어지는 연합정당은 선거연합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래당은 우희종 ‘시민을 위하여’ 공동대표가 18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래당·녹색당·정치개혁연합 등과 통합할 가능성에 대해 ‘개문발차지만 끝났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점도 꼬집어 “민주당은 일단 개문발차하겠다고 했으나 시민을 위하여 측은 개문 즉시 폐문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으니 그 진의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시민을 위하여 측이 민주당 및 4개 원외 정당과 함께 교섭을 시작했지만 미래당은 사전에 불참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시민을 위하여’ 측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날 녹색당도 앞서 ‘민주당은 선거연합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렸다. 민주당은 선거연합정당을 만들면서 원외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참여 정당을 선별하고 있다”며 “명백하게 선거연합정당의 취지를 위반하고 소수정당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성토했다.

또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논의하다 제외되어버린 정치개혁연합까지 18일 하승수 정개련 집행위원장이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오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구두로 ‘시민을 위하여’와 개문발차하겠다고 통보했다. 민주당 협상채널이 보인 태도는 매우 일방적”이라며 “신생정당들을 참여시킬 게 아니라 녹색당, 미래당처럼 활동해온 정당들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도 완전 무시당했다. 1년도 안 된 정당과의 협약식은 미리 계획된 게 아닌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급기야 정개련 측은 민주당 지도부의 사과와 양정철 원장의 교체, 징계까지 요구하면서 “24시간 내에 우리의 요청에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했는데, 특히 조성우 공동대표는 “양 원장을 비롯한 소수의 사람들이 준동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양 원장 등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밖에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18일 관훈토론회에서 아예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꼼수정치에 정의당이 몸담을 수는 없다. 비례위성정당은 위헌이고 가짜정당”이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의당은 원칙을 지켜가겠다. 정의당의 이름으로 이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연합정당 불참을 재확인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불어시민당은 진보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이란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반쪽짜리 연합정당’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 與 비례연합정당 ‘나비효과’에 민생당만 ‘사분오열’로 상처

민생당 지도부가 1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민생당 지도부가 1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이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 않은 채 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부터 18일 “시간이 별로 없어 비례연합을 신속하게 구성했다”며 ‘마이웨이’로 가겠다는 분위기인데, 총선으로 원내 구도가 재편되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 통합당에 절대 제1당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측면이 커 군소정당들이 얼마나 많이 합류하는지 여부는 애당초 최우선사항이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민주당이 일으킨 ‘비례연합정당’ 바람에 혹한 민생당만 괜한 홍역을 치르면서 진보진영을 뒤흔들고 있는데, 법원 판결로 바른미래당 ‘셀프 제명’이 무효화되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는 회복할 수 있게 됐지만 이 같은 희소식이 무색할 만큼 색채가 다른 정당끼리의 섣부른 정략적 결합이 결국 어떤 사태로 치닫는지 연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이란 호남계 진보정당들과는 온도차가 있는 바른미래당이 함께 한 3당 통합의 결과이다 보니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도 평화당과 대안신당 측 의원들은 적극 동참하려는 입장인 반면 바른미래당 측 의원들은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양측 간 충돌은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절정은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였는데, 바른미래당 출신인 김정화 공동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연합정당 참여 결의를 안건으로 올릴 수 없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그런데도 평화당·대안신당 출신 의원들이 긴급 회의를 열고 의결을 강행하려 하자 바른미래당 출신 당직자들까지 나서서 몸싸움까지 벌이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바른미래당 출신인 김 공동대표는 대안신당과 평화당 출신 의원들에게 민생당에서 나가라고 요구하고, 평화당 출신인 박주현 공동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김 공동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맞불을 놓는 등 통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당장 분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끝내 수적 열세인 바른미래당 측이 비례연합정당 참여 안건 가결을 강행하는 평화당과 대안신당 의원들을 막진 못했는데,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내놓은 결과임에도 정작 더불어시민당의 ‘시민을 위하여’는 이에 반색하기는커녕 같은 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생당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듣기로는 의원총회에서 결정됐을 뿐 당의 공식 결정기구인 최고위 등에서 결정됐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어떤 제안도 받지 않은 상태라 답할 사항이 아니다”란 반응을 내놔 사실상 민생당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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