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무색한 조사 결과 속속 나와…미래한국당 ‘공천 쿠데타’도 통합당 속 끓여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좌)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우) ⓒ포토포커스DB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좌)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통합을 이뤄내며 탄핵 정국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듯했던 미래통합당이 공천관리위원장까지 중도하차할 정도의 공천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까지 공천 엇박자를 내기 시작한데다 총선을 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기대와 달리 좋지 않아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 통합당, ‘한강벨트’ 공천에도 수도권부터 ‘뜻밖의’ 여론조사 결과 나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 혹은 특정 세력 공천 의혹 등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관위가 거의 결과를 번복되지 않은 채 통합당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가운데 속속 발표되는 총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당에서 야심차게 포진시킨 거물급 후보들까지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제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선거를 목전에 둔 당 지도부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일단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든 4·15총선 여론조사에서든 어느 기관을 차치하고 최근까지도 황교안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밀리고 있는 서울 종로는 차치하더라도 ‘한강벨트’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자객공천의 김용태 의원 등 거물·다선 후보들까지 여당 후보에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KBS와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공동 의뢰해 각 지역구에서 지난 12~14일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총선 후보 가상대결 결과(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서울 광진을에선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43.3%를 기록해 32.3%인 오 전 시장보다 높게 나왔고, 동작을에서도 통합당의 나경원 의원은 33.4%를 얻었으나 민주당의 이수진 전 판사는 3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 안양동안을에서도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42.8%를 기록하며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33.4%보다 9.4%P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반대로 당선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선 이 지역의 심 원내대표가 44.3%, 이 의원이 40.6%를 얻거나 동작을의 나 의원이 49.9%, 이 전 판사가 29.9%를 기록하는 등 상반된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다른 조사기관에서도 이들 후보가 완전히 여당 후보를 제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뉴시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14~15일 동작을 유권자 515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4.3%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기는 하나 이 전 판사가 43%, 나 의원은 40.2%를 기록했고, 코리아리서치 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같은 기간 동안 광진을 유권자 500명에 진행한 총선 지지율 조사 결과(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역시 초박빙이긴 해도 고 전 대변인 41.7%, 오 전 시장 39.8%로 집계됐다.

서울 동작을 총선 출마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뉴시스
서울 동작을 총선 출마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뉴시스

다만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선 동작을(13~14일, 유권자 501명 대상)은 오차범위 이내라지만 나 의원이 이 전 판사보다 0.4%P 높은 36.6%를 기록했는데, 광진을(10~11일, 500명)의 경우엔 다른 조사에서처럼 고 전 대변인 44.5%, 오 전 시장 36.8%로 오차범위 안이어도 민주당 후보가 좀 더 높게 나왔다.

심지어 동 조사에선 ‘친문 복심’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에 대한 자객공천 차원에서 구로을(11~12일, 504명)에 나온 3선의 김용태 통합당 의원도 23.4%를 얻는 데 그쳐 45.4%의 윤 전 실장에 크게 못 미쳤으며 강서을(11~12일, 503명)조차 통합당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은 25.9%를 기록한 데 반해 민주당의 진성준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49%을 얻었고 경기 고양정(502명, 12~13일)마저 민주당 이용우 규제혁신특별위원장이 42.2%, 통합당 김현아 의원 31.1%로 나오는 등 수도권 내 초반 판세는 여당이 앞서는 분위기다.

그나마 서울 내 통합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강남3구에 속하는 송파을(13~14일, 500명)에선 친홍준표계 인사인 통합당의 배현진 전 MBC 앵커가 친문계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37.5%)보다 높은 40.3%를 얻은 것으로 나왔지만 이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정도로 접전인 만큼 당초 이번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심판의 기회로 삼고자 했던 통합당으로선 뜻밖의 결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 미래한국당까지 ‘뜻밖의’ 공천 결과 내놔…뒤통수 맞은 통합당 ‘당혹’

그간 곳곳에서 불거진 파열음도 감수한 채 단행한 공천임에도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와 속 타는 와중에 급기야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마저 공천 문제를 놓고 황 대표의 뒤통수를 치면서 통합당은 당내 공천 파동이 잦아들기도 전에 다시 설상가상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통합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영입했던 인재 21명 중 16명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지난 16일 잠정 확정한 40명의 비례대표 공천 후보 명단에선 이들 대부분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 그동안 비례정당으로 몰아주고자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던 통합당 측을 격분케 만들었다.

미래한국당에선 당장 비례대표 후보 1번엔 ‘대깨문’ 발언 논란이 일었던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2번엔 신원식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을 추천한 데 이어 3번에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숙명여대 강사를 추천하고 10번에는 이용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을 추천하는 등 예상 밖의 인사들을 포진한 반면 한국당에서 영입한 인재는 40위 내에 단 6명만 포함됐으며 당선 안정권(20위) 안에는 17위인 정선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 뿐이고 한국당이 야심차게 영입한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 씨의 경우 아예 기존 비례대표 궐위 시 계승 받는 예비명단 4위(44번)에 배치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게 단순히 통합당처럼 공관위의 독단이라기보단 ‘원조 친박’이라 불리다가 황 대표 체제 이후 친황계로도 분류됐던 한선교 미래통합당 대표도 힘을 실어 이뤄졌다는 것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공천 탈락됐을 뿐 아니라 한국당 영입인재들까지 대거 당선권 밖에 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사실상 ‘한 대표의 반란’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회의에선 이 같은 기류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공병호 위원장이 내놓은 비례대표 명단에 한 대표만 반대하지 않았을 뿐 미래한국당 최고위원 중 비례 18번을 받은 정운천 의원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조훈현 사무총장은 중도에 회의장을 나가버렸고 김성찬 의원도 공관위가 내놓은 비례대표 순번안을 수정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어 공천안 의결이 불가능하다보니 최고위 개최가 끝내 무산돼버렸다.

또 통합당에서도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이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통합당 영입인사 가치를 전면 무시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무엇인가”라며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관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은 통합당과의 단절, 외면과 무지로 국민과의 약속을 깨뜨린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미래한국당에 재심을 요구했는데, 이런 압박에도 한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영입인사 명단을 보면 객관적으로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영입된 분들은 특별대우 없다고 했고 미래한국당에서 영입한 인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맞불을 놔버렸다.

이 같은 충돌은 황 대표가 최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힘을 실어줬던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을 앞서 한 대표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에서 배제했던 때부터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일단 황 대표는 한 대표에 전화를 걸어 직접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미래한국당 최고위에서도 한 대표를 제외하곤 대부분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비례대표 순번에 포함돼 의결권이 없는 정 의원을 제외하면 4명의 최고위원 중 3명 이상 모여 최소 2명 이상 찬성해야 공천안을 가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도 결국 재심의 요청을 위한 최고위를 18일에 여는 쪽으로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비례대표 공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병호TV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비례대표 공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병호TV

하지만 한 대표가 17일에도 ‘공관위의 비례대표 순번이 원칙에 부합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원칙대로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데다 ‘황 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데 비추어 설령 최고위가 재의 요구하더라도 공관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존 안을 관철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통합당, 뜻대로 비례 공천 안 되면 미래한국당 ‘손절’ 가능성도?

이를 보여주듯 공 위원장은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공병호TV’를 통해 “그 어떤 작업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미래를 생각하는 비례대표를 공천하려 했다”며 “통합당 인재영입 대부분을 비례대표 후보군에 넣으려고 했다면 저 공병호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이 실수라면 가장 큰 실수”라고 오히려 통합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공 위원장은 같은 날 내놓은 후속 방송에서도 통합당을 겨냥 “조국 자녀의 대학성적 조작을 물고 늘어진 야권이 비례대표 후보 선임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며 “공관위의 결정을 번복하는 게 정치인들 삶의 일부분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겐 삶의 원칙 문제”라고 못을 박으면서 수정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다 보니 원안을 수정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통합당 역시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상황인데, ‘최고위가 전당대회를 대신해 주요 안건을 의결하고 승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한국당 당헌 15조 1항 5호를 활용해 최고위에서 한 대표를 해임시키게 하고 새 대표를 세운 뒤 공관위도 새로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중인데, 여의치 않을 경우엔 아예 미래한국당을 버리고 통합당에서 직접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비록 이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 탓에 다수의 의석은 얻기 어렵게 되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 48억원 가량의 선거비용도 받을 수 있어 황 대표도 17일 종로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 자체 비례도 가능하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도 아직 황 대표는 미련을 버리지는 못한 듯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며 “가급적이면 우리가 계획한대로, 구상한대로 정상적인 자매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이 같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의 ‘배반’은 최근 뒤늦게 비례정당 창당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도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인 만큼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사이에 불거진 공천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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