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거리에 소상공인 매출 90% 이상 줄어
편의점 매대엔 ‘집콕족’ 겨냥한 신제품 선봬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산한 서울 종로구 한 전통시장 풍경. ⓒ오훈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산한 서울 종로구 한 전통시장 풍경.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등으로 집에서 지내는 이들이 늘어나자 편의점이 ‘집콕족’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어회와 과메기 등 회 안주는 물론, 탕·국 등 간편식,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간식인 탕후루까지 매대에 등장했다. 

편의점 신제품 중 일부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며 품절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매출 90%가 줄었다’는 대다수 자영업자들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최근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GS25는 ‘한촌얼큰설렁탕(500g)’과 ‘탕후루 키트’를, CU는 숙성 회 시리즈인 ‘수고했魚(어) 오늘도’를 통해 과메기 등 냉장회를 출시했다. 

GS25가 선보인 설렁탕 제품은 프랜차이즈 업체인 한촌설렁탕과 협업해 출시한 가정간편식이다. 실제 매장에서 먹으면 8000원대지만,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구매 시 3900원이다. 용량과 공깃밥 포함 여부 등 식당에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에겐 양지고기 육수를 담은 설렁탕 한 그릇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 올해 1월부터 3월 10일까지 GS25 가정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4%, 이 중 즉석국 카테고리 매출은 같은 기간 4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가 출시한 탕후루 키트도 집콕 문화를 제대로 겨냥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바삭한 식감과 소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를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키트로 출시했다. 

이에 탕후루는 길거리 음식 인기 메뉴에서 편의점 인기 메뉴로 무대가 옮겨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GS25가 판매한 탕후루 키트는 누적 판매량 10만 개를 돌파했다. 상품 입고 시간을 기다렸다 구매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이 제품은 연일 매진 수준의 인기를 누린 것으로 전해진다.

GS25는 제품 인기 요인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최근 집콕 문화가 확대되면서 만들어 먹는 소소한 재미를 갖춘 상품을 찾는 고객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CU도 지난달부터 혼술용 냉장 회 카테고리인 ‘수고했어 오늘도’ 구룡포 과메기(100g)를 출시했다. 식당에서 2만~3만 원에 먹을 수 있었던 메뉴를 8900원에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다. 식당에서처럼 과메기를 싸먹을 수 있도록 조미김과 초고추장도 동봉해 판매된다.

중장년층의 인기에 힘입어 냉장 회 카테고리는 CU 매출 상위권(4위)에 올랐다. CU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CU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등으로 인해 수산시장을 방문이나 외식을 꺼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2030세대뿐만 아니라 집에서 간단하게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을 즐기는 중장년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나 딜리버리 스타트업 등과 협업을 맺고 배달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이미 시도는 해왔으나 비대면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편의점이 신제품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텅 빈 거리와 줄어든 매출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 센터 분석에 따르면 서울 중구 인구 유동량은 지난달 9일 930만 명에서 20일 만에 200만 명으로 80%가량 줄었다. 매출 역시 평상시 대비 80~90% 축소됐다.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식이 줄고 가정간편식 및 배달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일평균 매출과 점포 수를 곱하면 약 3750억 원 정도 매출이 추정되는데 80% 매출 감소 시 매일 3000억 원 손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위기만큼은 유통기업들이 자영업의 선을 넘어오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가장 중요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상생에 목적을 둔 활동에 초점을 맞춰주기 바란다는 것. 

서울시 구로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편의점에서 회를 판다는 걸 알았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고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생존위기에 처한 이 시점에서 괜히 큰 시련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도 자영업자도 모두 어렵지만 특히 식당들은 손님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기업이 고통을 분담할 필요는 없지만 마트와 전통시장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듯, 자영업자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는다면 그 당사자가 내가 아니어도 작은 희망이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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